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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생 종합도서관20

알랭 드 보통 《여행의 기술》 후기 독서모임 2회차 도서1장 기대에 대하여평소에 인문학을 접할 일이 별로 없다 보니 입문이 좀 힘들었다. 나는 원래 이렇게 형이상학적으로 비관적인 글을 좀 안 좋아한다. 형이상학적인데, 비관적이기까지?! 하지만 맨 첫 장에 겨울 와서 몹시 우울해하는 모습이 공감되어서 웃겼고(서유럽 겨울 진짜 최악), 우리는 흔히 취사선택한 정보만을 기대하므로 망각으로 갈무리된 기억을 조금 더 좋아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했다. 어떤 장소에 있는 것만으로 느끼는 행복은 10분 이상 지속되기 힘들다는 주장도 일부는 동의한다.동의함과 별개로 글이 너무 염세적이어서 혼자 읽었으면 여기서 하차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장의 논조가 곧 나머지 장의 태도로 일관되는 것은 아니며, 점층적으로 여행의 의미를 긍정하는 전개를 의도했던 것 같다. .. 2025. 3. 13.
2024 본 영화·만화·애니 리뷰 돌아온 시즌 컨텐츠 리뷰…. 면책 사항은 앞선 포스팅들을 참고해주시길 바라며. 1. 서울의 봄연출: ★★★★★ 메시지: ★★★★★ 취향: ★★★★☆영화가 끝나고도 넋 빠진 사람처럼 스크린을 노려보며 줄줄줄 울기만 했다…. 이게 웰메이드 우파예술이지(ㅋㅋ) 잘 만든 영화였고, 구성과 속도감도 좋았다. 2. 라라랜드연출: ★★★★★ 메시지: ★★★☆☆ 취향: ★★☆☆☆평범한 플롯에 보기 드문 심상, 연극 대본을 영화로 만든 듯한 각본과 옛스러운 미학이 넘치는 구도가 어우러져 모든 것이 독특했던 영화. 무척 아름답고 허무한 하룻밤의 꿈을 꾼 것만 같은 여운이 남는다. 후반부 허구의 회상이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 줄줄 짰다...결말 때문에 명작이라고는 하지만 빵떡이는 "영화로서는 아름다울지라도 로맨틱 코미디로서는.. 2025. 2. 16.
큰이모를 회고하며 큰이모는 5년간의 뇌졸중 투병 후 요양병원에서 돌아가셨다. 심박수를 측정하는 기기가 박동을 멎을 때, 표정 없이 차분하게 서 있던 언니의 눈에서는 당연한 듯 눈물이 굴러 떨어졌다. 큰이모의 침대를 둘러싸고 서서 눈물을 흘리고 서로를 위로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내게는 전부 멀게만 느껴졌다. 몹시 이상한 기분이었다. 내 마음은 글쎄, 무거웠지만, 동시에 아주 길고 무척 고요한 불행의 끝을 마침내 본 듯도 했다. 지난 5년간 어머니의 삶은ㅡ흔한 표현으로ㅡ창살 없는 감옥살이였다. 전자기파가 몸에 나쁘다며 TV를 보고 나면 환기를 시키던 어머니는 매일 밤 베개 밑에 핸드폰을 넣고 잤다. 월, 수, 금요일에 간병사에게 지급할 돈을 벌고 나면, 화, 목, 토, 일요일에는 직접 큰이모를 돌봐야 했다. 내가 기억하는 그 .. 2025. 2. 5.
독서일지 시간에 비해 턱없이 적은 독서량이 부끄러워 쌓일 때까지 묵혀두고 있었는데요...미루고 미루다가 더이상 미루면 안 올릴 것 같아서 그냥 기록하기로 함이게 아버지의 해방일지 나오던 즈음부터 읽은 양이니까 2년 3개월...? 내가 2년 3개월 동안 책을 20권도 안 읽었어...?   1. 아버지의 해방일지(완독)눈물콧물 쏙 빼면서 읽은 유쾌한 자전적 소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하나의 입장에도 개인의 수많은 사유가 있고, 개중 어떤 것은 잘났고 어떤 것은 못난 평범한 사람의 집단이라는 게 재미있다. 2. 데이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 -정체 중-데이터과학자로서 제목이 흥미로워서 읽기 시작했는데 뭔가 미국비즈니스맨비문학의 향이 진하게 나서 미루는 중. 흥미로운 사실 .. 2025. 1. 27.
에어컨의 시혜 기사님께서 연구실에 가스통을 끌고 오셨다. 찌는 더위에 성인 남성의 몸집만한 쇳덩이를 끌고 몇 층을 오르시고는, 문턱에 서서 가쁜 숨을 내쉬며 말씀하셨다. '야아, 여긴 천국이네요. 안 나가고 싶은데요.' 거친 사투리와 유쾌한 웃음이 섞인 그 농담이 무겁게 심장에 박혔다. '조금 앉아있다 가세요.' 권유는 진심이었지만, 기사님 본인에게는 별 의미 없는 말이었는지 가볍게 손사래를 치시고는 본인의 일자리로 돌아가셨다. 과학을 하는 일은 필연적으로 무수히 많은 낭비를 동반한다. 불순물이 포함되지 않도록 수어 번 세척한 플라스틱을 다시 고압멸균기에 가열하고는, 정작 사용은 한 번 하고 버린다. 하루에 몇백 개씩, 많으면 천 개에 달하는 수가 소비된다. 기기는 항상 낮은 온도를 유지해야 하며, 부품의 손상을 막기.. 2024. 8. 16.
231112. <망설이는 사랑> 북토크 독서활동을 좀 해야겠다는 초등학교 동창 다람이와 독서모임을 꿈꿔 온지 n주째. 우리는 우리 둘 이외의 멤버는 모집하지 못한 채 첫 번째 독서모임 활동을 시작했다. 첫 활동은 대구에 위치한 책방 의 북토크에 참여하는 것. 스케줄에 맞는 날을 고르다 보니, 안희제 작가님의 에 참여하게 되었다. 북토크는 책을 읽어 가기도 하고 읽지 않고 가기도 한다고 한다. 나와 다람이는 모두 북토크 첫 참여에 의의를 두었기에 블라인드 상태로 참여하기로 했다. 나는 대개 앞자리를 선호하긴 하지만 이 날은 책을 안 읽어 왔기에 중간 즈음에 앉았다. 그러나 읽어 오신 분들조차 묘하게 뒷자리부터 채워 앉는 경향이 보였는데... 북토크를 온다 ⊂ 책을 좋아한다 ⊂ 내향인이다 → 뒷자리를 선호한다...? 라는 성급한 일반화의 가설을 .. 2023. 11.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