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생 종합도서관/끄적끄적3 여름의 아름다운 것들 Oasis - Champagne Supernova 가쁜 숨을 내쉬다 들어간 연구실에 가득찬 에어컨의 냉기, 늦은 시간 바래다 주는 선배와 한 바퀴 도는 동네 마실, 길가에 서서 입을 다 데어가며 함께 먹었던 타코야끼, 우산에 부딪히는 빗소리 아래서 부르는 쓸쓸한 노래, 엄한 선배가 성을 떼고 부르는 내 이름의 울림, 구실을 찾아 함께 보내는 습한 여름밤에 마시는 맥주, 어둠이 깔린 도시 위 익숙한 얼굴에 비치는 주황빛 간접조명, 두 시간 일찍 출근해 후배와 시켜 먹는 비몽사몽한 맥모닝, 아침의 기온과 시럽을 뿌린 팬케이크와 따뜻한 블랙커피, 이 시간이 지나면 다시 오지 않을 것들을 회고하는 순간. 2023. 7. 14. 여름 냄새가 날 때 https://youtu.be/t7MBzMP4OzY https://youtu.be/F64yFFnZfkI 근 3~4년 잊고 살았지만 유독 초여름에는 나부나 노래가 지독하게 그립다. 《히치콕》은 참 잘 만든 노래다. 하고 싶은 이야기이지만 입 밖에 내기엔 유치해 보여서, 작사가는 '선생님'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청소년의 입을 빌린다. 그리고 그것은 자연스럽게 청소년기의 치열한 고민과 괴로움을 그려내게 한다. 그저 여름의 냄새에 눈을 감고, 구름의 높이를 손가락으로 그리며, 추억만을 보고 싶은 것은 억지인가요. 작곡가는 《구름과 유령》이 《말해줘》의 연작이라고 밝혔지만 나는 《말해줘》의 화자가 그리는 대상이 《히치콕》의 화자가 아닐까 하는 추측을 좋아한다. 지루하고 부조리한 세상을 견디지 못하지만 여름의 하늘만.. 2021. 6. 6. Hamster(her) 이 친구에게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이라면 연민일 것이다. 그는 옥수수를 가장 좋아한다. 늘 사료에서 옥수수만 골라 가져가고, 그걸 다 먹으면 해바라기씨와 뭔지 모를 곡물을 차례로 가져가 먹는다. 그는 느긋한 성격이다. 작은 동물치고 예민하지도 않고 별로 놀라지도 않는다. 그는 낮 시간의 대부분을 쳇바퀴 왼쪽의 침대에서 보낸다. 휴지를 넣어 주면 볼주머니가 미어지도록 욱여 넣어 가져가서는 그걸로 침대를 더 풍성하게 꾸민다. 그는 새로운 냄새를 맡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가끔씩 뚜껑을 열어 환기를 시켜 준다. 내가 본 그의 가장 행복했던 모습은 케이지를 청소해주었을 때였다. 그는 낯선 냄새를 실컷 맡다가, 평소와 다른 곳에 잠자리를 꾸렸다. 그에게 청소가 끝난 케이지는 어쩌면 그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땅이었.. 2020. 5. 1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