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가을은 술이 다 익어가는 시즌.
마트에서는 이 시즌에만 발효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화이트 와인, Federweisser를 판매하는데, 와인과 달리 달달하고 러프한 맛이 별미입니다. 효모가 아직 살아있어 실시간 발효가 진행되므로 뚜껑을 완전히 닫지 않습니다. 그말인즉슨 내가 흘리기 전부터 이미 병 표면이 끈적하다는 것... 제 가방에서는 한동안 달콤한 술 냄새가 났습니다. 보관 중에도 꽉 닫으면 터지니 꼭 반쯤 열어서 냉장고에 둘 것.

감상: 청포도로 만든 맥주 맛
4일 정도 경과하니 맛이 변했는데 그땐 포도로 만든 막걸리 맛이 났습니다.
삐에 의하면 이 시기는 페더바이서를 잔 단위로 판매하는 집이 많아서 양조동네를 돌아다니며 집집마다 투어를 하기도 한다네요. 다만 효모가 아직 active한 상태라 하루 한 잔만 마시는 것을 권장한다고...그렇지 않으면 가스가 찰 테니깐요.


어떤 양조장은 술을 따는 시기 한 달 동안만 식당을 운영하기도 하더군요. 삐가 알려 줘서 다같이 사과술 등을 먹으러 갔습니다.

평화로운 시골 풍경~포도밭에 둘러싸인 지역이니만큼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농촌 느낌이 나는 게 재미있어요.


마트에 일반 와인도 잔뜩잔뜩 나오는 시기. 각각 지역과 품종이 달라서 재미있어요. 우리 동네 와인 보여서 사 마셔 봤는데 별로더라(미안!!!)

이건 무슨 술이지...계란 펀치는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마셔 봤는데 복숭아-패션프루트-계란-리커는 너무 섞은 거 아니야?!?

와인이 나온다는 것은 그냥 포도도 나온다는 것!
어떤 청포도는 모스카토를 생으로 씹어먹는 맛이 났습니다. 그렇지...모스카토가 청포도로 만든 거니까 모스카토는 청포도 맛이고 청포도에서 모스카토 맛이 나겠지...그렇지만 한국에서는 그런 청포도를 안 먹어봐서 정말 신기했던 ㅋㅋㅋ


조금 더 기다리면 포도밭이 구역별로 제각각 물드는데 그게 패치워크 같아서 정말 예뻐요. 아쉽게도 출퇴근길 한가운데에 있는지라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습니다...그 부근을 지나갈 때마다 항상 '한 번은 이곳에 내려서 사진을 잔뜩 찍어야지'라고 생각하는데 출근길은 그럴 수 없고 퇴근길엔 보통 낡고 지쳐서 일 년째 미루는 중 ㅋㅋㅋ


그래서 와이너리를 방문해 봤다죠. 당연하게도 뒤쪽에 포도밭이 늘어서 있습니다. 산책을 하러 나온 주민도 많아 보였어요.


어워드도 있더라고요? 상을 받은 와인은 이렇게 팻말을 붙여 두더군요.



와인이 아닌 술과 포도 주스, 글뤼바인도 판매. 개인적으로 저 와인젤리가 맛있어 보여서 사 왔습니다. 빵에 잼처럼 발라 먹으면 되는 듯. 스콘에 어울릴 것 같지 않나요?!

시음과 함께 일일체험? 가이드? 도 있는 모양이지만 독일어를 못 하는 한계로 패스.
***




우리 동네는 와인 축제가 열립니다. 크리스마스 마켓의 축소판 느낌? 절반은 와인을 파는 부스이고, 절반은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보던 스낵 부스더군요. 부어스트와 포메스를 파는 부스가 (당연히) 있고, 캔디드 땅콩/호박씨 등을 파는 부스, 초코 코팅 과일 꼬치를 비롯해 스위츠를 파는 부스, 피자와 비슷한 것(이름이 많던데 내가 먹은 건 아마 Lángos)을 파는 부스가 늘어서 있습니다.


프젝 동료들이랑 한 번, 연구실 동료들이랑 한 번 갔는데, 각각 와인 슬러시와 화이트 와인을 먹었습니다. 근데 기억이 애매한 걸 봐서 취한 것 같음 (ㅋㅋㅋㅋㅋ
***


여기서부터는 이 지역의 가장 큰 축제, Wasen 이야기. 뮌헨 지역에는 옥토버페스트가 열리는데 대강 비슷해요. 전통의상을 입고, 초대형 천막 안에서 맥주를 마시고, 놀이기구를 탑니다!





다양한 먹거리들. 늘 그렇듯 부어스트-글뤼바인 부스, 햄버거, 초코 코팅 과일이 있고, 특이하게도 말린 생선 구이가 있더라고요.





아이들도 부모님이랑 같이 오는지 어린이 겨냥 부스들도 많았습니다. 실제로 유모차가 많더라고요. 인형 파는 가게도 있고!
특히 저 이월드 알라딘 같은 어린이용 어드벤처 기구? 저게 구라 안 치고 십여 개가 넘어갔다
인형뽑기도 해 봤는데 역시나 등긁어주기더라고요 퉤
웬디가 크레페 사서 한 입 줬는데 나쁘지 않았던?

조금 구석에는 공연장도 있어서 먹거리를 가지고 앉아 들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커리부어스트 먹음
바젠은 놀이기구가 정말 정말 많은 축제인데,


비교적 평화로운 기구들과...



절규계 기구들... 사진은 없지만 말도 안 되는 높이의 자이로드롭도 있습니다. 아 정말 그냥 거들떠보기도 싫었어.




롤코랑 디팡이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축일 줄 누가 알았겠어요
롤러코스터 타 봤는데 보기엔 허접해 보여도 꽤 과격한 굴곡과 좌석이 고정되어 있지 않음에서 오는 스릴이 있습니다.
디팡은 안 좋은 기억이 있어서 안 탔습니다.
후룸라이드랑 루지?도 있더라고요. 아니 이거 원래 이 자리에 있던 놀이공원이 아니라 바젠 기간에만 가지고 오는 조립식 기구란 말이죠? 그런데 용케 저런 걸 만들었네


저는 맹세코 탈 생각이 전혀 없었거든요? 롤러코스터 하나 탄 걸로 만족하고 싶었는데
그런데 초피가 친구 불러도 되냐며 이란인 커플을 불렀고 초면인 그들이 페르시안 특유의 무척 친절하고 따스하고 살갑고 조금 주접스러운 말투로 햇살처럼 '컴온~~~와이낫~~~♡♡♡' 해서 거절을 못 했습니다
이 기구...
할 말이 많은데...
전체 원/작은 원/의자 자체가 각각 돌아가며 사람을 xyz축으로 돌립니다 어쩌다 방향이 맞으면 몇 배의 원심력을 내겠죠...
하...
사람들이 놀이기구가 영혼탈곡기가 뭐다 하는 거 솔직히 좀 유난이라 생각했거든요?
이건 진짜 뭐랄까
비명을 원테이크로 3분 정도 지른 듯
끊을 수가 없었어요
거의 무아의 경지였음
하도 비명 질러대니 빵떡이가 옆에서 여보괜찮아??? 묻더라고요 아니 안괜찮아(대답도 못 함)
이게 무섭다기보다는 아팠다...? 끔찍했다? 전투기 조종사나 우주비행사들 가속도 훈련 받는 거 아십니까? 5G 6G 7G 이렇게 올리면서 으으윽!!! 이러는 거 약간 그 개념에 가깝다고 보시면 됩니다
빵떡이 이런 거 잘 타는데 걔도 '이건 정말 좀 심했어'라고 평가하더군요 이후 둘 다 3일간 몸살과 근육통에 시달렸다



햇살 이란인 커플에게 이끌려 범퍼카도 타고 마는 연일생...
범퍼카 이거 타다가 경추 나간 사람 없는 거 확실합니까? 한번 들이받고 머리가 띵 울려서 아니제발.제발 난 이 소동에서 빼줘!!라는 마음가짐으로 외곽만 살살 돌았지만 사람들이 하하호호 갖다박아서 생명의 위협을 느낌
진지하게 이거 안전을 위해 '난 빼줘 빨간불' 같은 거 도입해야 합니다
그 이후로는 모든 곳이 거울과 유리로 되어있는 미로를 갔는데 당연히 길인 줄 알고 자신있게 갔다가 갖다박는 친구를 깔깔깔 비웃어주는 것이 주 컨텐츠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때쯤 하차각을 보고 있다가 초코파인애플꼬치를 하나 사먹고 퇴장을 고했어요 (ㅋㅋ
아정말로...난이미...저 원심분리기에서 이미 수명을 다했단 말이다
바젠 가서 맥주는 못 마시고 기구 세 개 타고 리타이어되다니
허무하지만 킹쩔수가없었음
마지막 날에는 불꽃놀이를 한다는데 저는 소리만 들었네요. 내년엔 그냥 맥주만 마시러 가고 싶어요(ㅋㅋㅋㅋㅋㅋㅠㅠㅠㅠㅠㅠ)
***

가을이 오면 호두와 페이크 밤(?)도 익어갑니다. 한국도 독일도 가로수로 마로니에를 자주 쓰는데 생긴 게 밤 같아서 혼동하기 쉽지만 독성이 있어서 사람이 못 먹는다네요. 누가 봉투 가득 주워 가시길래 오지랖을 참지 못하고 '저기 이거 못 먹는 거 알고 계시죠?!' 하니까 아신다더군...집에 장식하려고 가져가시는 듯했습니다.
이 시즌엔 종종 호두를 물고 가는 다람쥐도 볼 수 있어요.

호두가 이렇게 생겼다는 걸 아시나요...나는 몰랐다네...

이건 그냥 닮은 사진(?ㅋㅋㅋ)이긴 한데 서커스 유랑단이 옵니다. 그것도 출근길 한가운데에 있어서 사진을 못 찍었다네...
가볼까 말까 고민하던 사이 떠나버렸는데 내년엔 한 번 구경해 봐야겠어요!
하지만 칼 삼키는 것만은, 그것만은 하지 말아달라
***

이 시즌이면 Ostfildern에서 불꽃놀이 축제 Flammende Sterne를 해요. 이 날 채광이 예뻐서 사진을 좀 크게 붙여 봤습니다.
3일간 진행되며 올해는 각각 멕시코, 일본, 덴마크 회사가 공연을 맡았습니다. 다 끝난 뒤 인기투표 대결도 한다는 게 재미있는 지점.
일본은 워낙 불꽃놀이가 유명하니 알 만한데, 멕시코도 그런 줄은 몰랐네요. 검색해보니 전통문화 행사에서 중요한 역할이라고. 그런데 덴마크도 유명해...? 얘네도 그냥 독일처럼 질베스터에만 하는 것 같은데...?
연일생은 교수님과 연구실 동료들과 다같이 보러 갔어요.


플리마켓부터 공연장 두어 개(락 밴드들이 연주하고 있었다), 푸드부스까지 모자란 것 없는 축제.


불꽃놀이는 차치하고 이 날 햇살이 정말정말 좋아서 이 날씨에 축제 행사장 안에 있는 것만으로 돈 값을 했습니다...맥주도 끝내주게 고소하더라...나 맥주 안 좋아하는데 행사장에서는 왜 이렇게 맛있을까...
한동안 못 간 락페스티벌도 생각나게 하구요...2026년엔 독일 락페 어디라도 가야징


불꽃놀이는 스토리를 읊어 주며 그에 맞춰 공연을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사실 한국인 입장에서 불꽃놀이 자체는 그냥 그랬다(ㅋㅋ)
포항 불꽃축제나 도쿄 여행 갔을 때 본 납량특집(불꽃놀이 이름이 이랬음)에 비견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좋았어요
불꽃놀이는 항상 넋 놓고 보게 되는 마력이 있죠
추천합니다!
***

가을은 또한 유난히 축제가 많은 시즌이기도 합니다. 저 묘한 서낭당 장식이랑 유리병 재활용이 very german하다 ㅋㅋㅋㅋㅋ


신발 사러 간 메칭겐도 동네 축제가 한창이더라는.



무지개를 따라갔더니 어린이집이 나왔어요! 어린이집도 축제 하나보다!!
***


Ludwigsburg에서는 호박 축제를 합니다! 큰 성에서 호박으로 다양한 짓거리(?)를 해요. 호박 조형물도 잔뜩 만들고, 판매도 하고, 호박 술이나 호박씨 간식도 팔고, 올해의 대빵큰호박도 선정해서 상 주고. 어떤 날에는 속을 파낸 거대 호박을 보트처럼 타고 경주도 한다는데 그건 못 봤습니다.
이날 멍멍이 한 100마리 본 듯


호박이 종류가 많고 독특한 생김새더라고요?! 저건 호박이 아니라 표주박 아닌가.




성이랑 정원 자체가 무척 예뻐서 돌아보는 재미가 있어요.


올해의 대빵큰호박과 대빵긴호박. 곳곳에 자리잡아 있습니다. 사람 만합니다.




귀여운 조형물들. 저 쥐라기공원 오마주가 포토스팟으로 인기가 많았어요. 내부에 들어갈 수 있었거든요.
올해의 테마는 영화라고 하네요. 스타워즈, 디즈니, 해리 포터 같은 유명한 영화 관련이 많았고 팝콘 등 영화 자체에 방점을 둔 조형물도 있었음.



호박 품종 모음인지 내 예쁜 호박 봐라 출품전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간 다양하게 생긴 호박이 옹기종기 모여 있으니 귀엽습니다.

왠지 군침이 싹 돌게 생긴 녀석.



이 뒷편에는 작은 유원지가 있더라고요. 뭔가 놀이동산보다는 말 그대로 유원지? 미니 바이킹, 미니 회전목마 등의 라이드가 있고, 곳곳에서 커다란 인형이 들어갔다 나왔다 하며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더랍니다. 수풀로 벽을 친 미로 정원도 있었음
수상할 정도로 개구리가 많았어요 개구리 왕자 모티브인가!
어린이 식구가 있다면 한 번쯤 와볼 만한 것 같아요. 생각보다 규모가 좀 있고, 은근히 알차고 쏠쏠했습니다.




사진 정리하다 보니 혼미해져서 다 올리지는 못하지만...예쁜 정원이랑 호수, 왠지 동양풍 정원, 그리고 몇 개의 새장이 있었습니다.
유독 한 곳에만 사람들이 몰려 있길래 '저 정도의 인파면 저 우리에만 포유류가 있는 거야'라며 빵떡이에게 호언장담했지만 앵무새였네요... 저 앵무새 새장도 넓은데 굳이 사람들 보는 쪽에 바싹 붙어 앉아서 '할로', '할로' 하며 관심을 즐기더군요
스타앵무새!!!!
***
이외의 행사로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있는데, 2026년에는 독일어 연마해서 한번 가봐야겠어요!
아래로는 사진털이 겸 올리는 예쁜 풍경 사진들. 여름-초가을이 사진 찍기에 정말 예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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