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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생 종합도서관

2025 독서일지

by 연일생 2026. 1. 2.

 


원래는 덜 읽은 책을 2025년이 가기 전에 읽어치우려고 했는데 모든 게 귀찮아진 바람에 그만...
읽다 남긴 게 좀 있지만 확실히 독서모임을 하니 전보다 독서량이 준수하네요
9랑 12 빼고 전부 독서모임 책. 나름 잘 굴러가서 신기하고 재미있다
 

 

1. 파과(구병모)

구병모 꾸준히 폭력적인 망사랑 좋아해서 웃기다...상하관계의 로맨스도 꾸준히 좋아하는 것 같음
현학적인 만연체 문장 내 취향은 아니지만 아름답고 흡인력 있어서 잘 만들어진 영화를 보는 것 같다. 노인과 노화에 대해 잘 조명한 것도 좋았다. 다만 인물들의 행동 동기는 그다지 잘 이해가 안 됐는데 그것까지가 이 소설의 독립영화 같은 톤앤매너이겠거니...
 
사실 구병모의 소설 전부 개인적으로 불호였는데, 선호면 몰라도 불호는 3권 읽기 전까지 말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그간 참아왔다. 이제 비블리오그래피 3개 깼으니 당당히 말할 수 있다, 불호다...!


2. 여행의 기술(알랭 드 보통)

다른 포스팅에 별도로 작성. 공감되는 내용도 많고 논픽션 인문학을 오랜만에 읽어서 좋았다.
작품 외적으로는 독서모임의 효용을 느끼게 해준 책. 초반이 마음에 안 들어서 혼자 읽었다면 읽다 그만뒀을 것 같은데 후반으로 갈수록 마음에 들고 감동도 받았기 때문.

3. 천 개의 파랑(천선란)

소설의 논조도 그다지 슬프지 않고 억지 감동씬도 없는데 읽으며 눈물을 얼마나 흘렸는지...이 소설에서 다리가 부러진 존재는 셋인데, 콜리는 고칠 수 있었고, 투데이는 고칠 수 없었고, 은혜는 고칠 필요가 없는데도 고칠 대상으로 간주되어 왔다는 게 특히 슬펐다. 달리는 것(경주마, 연재의 달리기)과 달리지 못하게 하는 신체적 상해(투데이, 콜리, 은혜), 심리적 상처(어머니의 시간)를 대비한 것이 플롯 면에서 재미있었다. 결국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건 멈추어 있는 시간을 다시 움직이기 위해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기술 발전과 인권의 관계(소방장비 예산삭감 부분은 정말 현실성 넘쳤다), 중년 여성, 동물권부터 장애학, 교차성에 대해 넓게 논할 수 있어서 좋았던 책.

보경이 콜리에게 어색하게 뭐 필요한 거 있냐고 묻는 거 우리 엄마 같아서 너무 웃김 ㅋㅋㅋ

 
4.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패트릭 브링리)

저자의 진솔함에 놀랐다. 어떤 분야든 창작자가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으면 관성적으로 '써야 하는 것'을 쓰게 되는 경향이 있고 그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걸 극복한 에세이들을 읽으면 항상 감동받게 된다. 이를테면 이 책에서는 <애도의 끝을 애도하는 날들>. 저자가 근무 초반의 신중함과 고요한 슬픔을 잃어버리고 주위 환경과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게 될 때, 이전까지 그 고요함에 많은 위로를 받고 그걸 긍정적으로 묘사했음에도, 권태나 환상이 깨진 것으로 묘사하지 않고, 자기 마음 역시 부정하지 않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휴게 시간, 스케줄 등에 대해 의견을 말하는 것은 주변을 에워싼 마법을 스스로 깨는 행동이다. (...) 하지만 결국 이 마법은 깨졌다. 더 이상 사슴눈을 한 신입처럼 행동하고 싶지 않고 좀 더 현명하고 신중하게 행동하는 것이 슬슬 즐거운 때가 왔다.종종 잡담을 즐기고 가끔은 투덜거리고 앓는 소리를 한다.그러나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몇 가지 마음의 습관이 생겼다. 덜 노련했던 시절이 내 시선으로 보면 놀랍고 또 어쩌면 실망스러울지도 모르는 습관일지도 모르겠다."
미술과 치유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좋은 책.

뱀발로 새삼 미술사가 서양미술 위주라는 생각이 좀 들었다.

 
5.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곽재식)

이 기후위기 시대에 이과생으로서 응당 알아야 할 지식이라 생각해서 읽었는데 앞부분은 생각보다 정말 기초적이고 뒷부분은 생각보다 정말 전혀 몰랐던 내용이라 신기했던 기억...모든 과학 기술이 그렇지만 특히 기후 문제에 있어서 정치는 빠질 수 없는 부분이라는 걸 절실히 느꼈다.
치즈 한 장이 반도체보다 탄소배출량이 압도적으로 많고(후자는 좁은 공간에서 집약적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종이봉투가 플라스틱 비닐봉투보다 탄소배출량이 많으며(종이봉투가 무거워서 운송 시 연료를 많이 잡아먹기 때문) 같은 제품이라도 운송거리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A품목은 환경에 나쁘고 B품목은 좋으니까 B만 쓰자' 식의 환경운동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한편 종이나 치즈 생산은 캐나다, 유럽 같은 강대국이 많고 비닐, 플라스틱, 전자기기 등은 중국 생산이 많아서 선진국들의 친환경 마케팅이 그런 방향인 것도 있다고. 개인의 노력에도 좀더 세심한 고찰이 필요하거니와 문제해결을 바란다면 정치권에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자세가 좀 더 필요하다고 한다.

 
6. 마케팅 천재가 된 맥스(제프 콕스)

이야기 형식으로 쉽게 풀어 쓴 아동용 학습 도서인데, 원래 이런 책이 가장 유익하고 기초부터 잘 가르쳐주는 법이다. 네 가지 유형의 마케터를 클로저 카시우스, 마법사 토비, 인간관계 구축자 빌더 벤, 세일즈 캡틴과 팀원들이라는 캐릭터를 내세워 보여준다. 이들은 각각 사업이 어떤 단계에 접어들었냐에 따라 활약하는 지점이 다르며, 각각 탄생기 시장, 고속성장 시장, 점진적인 성장 시장, 성숙기 시장에 유리하다. 각각 꿈의 구축, 기술 개발, 신뢰와 유통, 고객이 구매를 결정하게 하는 힘이 핵심적인 능력이다. 책의 가장 첫 부분에 이들이 활약할 수 있는 역순으로 마케터를 채용해서 폭삭 망하는 장면이 재미있었다. 

 
7. 혼모노(성해나)

박정민 씨의 홍보 어구로 유명해졌다는(정작 박정민 씨 출판사 것은 아닌) 단편소설 모음집. 개인적으로 취향이었던 단편은
스무드>혼모노>길티 클럽>구의 집>>잉태기>우호적 감정>메탈.
독서모임 3인의 시선이 각자 달라서 얘기하다 보니 난해함이 풀리더라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이게 진짜 독서모임이라며 셋이서 무척 뿌듯해했던 ㅋㅋㅋ
 
스무드: 한 인간을 맹목적 극우단체에 끌어들이는 과정을 잘 표현해서 좋았다. 특히 순수하고 목표지향적이고 외로웠던 사람이 쉽게 테러리스트가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한다.
혼모노: 간판인 만큼 역시 가장 강렬했던 작품. 우리가 사회에서 내 능력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소설에서 모시던 신의 능력으로 묘사된 것)이 사실은 내 능력이 아닌 경우가 꽤 많다고 생각한다. 부모님의 경제력, 지적 자산, 성별이나 인종, 국적, 넓게는 선진국 축인 한국에서 태어난 것 자체까지. 그런 부분을 내려놓고 비참하더라도 본인 자체를 드러내는 행위에 대한 찬사가 아닌지.
길티 클럽: <망설이는 사랑>,한국 k-pop팬덤 형성과 문제상황에서 팬덤이 겪는 딜레마에 대한 논평을 읽은 적이 있어 공감되었다.
구의 집: 흔한 소재지만 인간의 딜레마에 대해 잘 짚어줘서 괜찮았던
하위권 3개는 결론이 안 나서 단편으로서의 맛이 별로였고, 그나마 잉태기는 하고자 하는 말이 명확해서 괜찮았으나, 나머지 둘은 다소 어쩌라고였던...단순한 세태소설일지도?
 

8. 용의자 X의 헌신(히가시노 게이고)

추리소설 문외한이라 가장 잘 아는 사람 것을 도전해 보았다. 그렇지만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이 정석적인 추리소설은 아니라는 듯? 거장이라기보다는 준수한 품질로 엄청난 다작을 하는 작가라고. 그렇겠지...서점 갈 때마다 신간 보이니까... 경험상 전자보다 후자가 훨씬 더 팬덤이 많고 잘 팔리고 개인적으로는 현명하다고 생각(ㅋㅋㅋ)
들은 대로 그럭저럭 괜찮다는 인상. "그 장면"에서 온몸에 소름이 쭉 돋았던 것만은 정말 잊지 못해...일문학 특유의 '그렇게 될 일은 그렇게 된다' 감성도 나쁘지 않았던 듯?


9. 사람, 장소, 환대(김현경) -덜 읽음-

이거 정말 흥미롭고 적용할 곳도 많아서 진지하게 읽고 싶은데 너무 어려워서 읽는 데 삼 년 걸릴 것 같다. 관련 학부 1학년 개론이라도 들어야 좀 읽을 만할 것 같음...


10. 공정하다는 착각(마이클 샌델) -절반 읽음-

볼륨이 크고 덴스해서 끝까지 못 읽었는데 2026년 내로 마저 읽을 예정. 생각할 거리도 많고 의문이 해소되는 부분도 많아서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 종이 뎅뎅 울렸다. 미국 정치에서 보수-진보는 소득 수준보다 학력에 의존하고, 현 시점에서는 오히려 저학력자가 (본인의 실제 상황에 도움되지 않는 정책 위주임에도) 보수 지지층이 많고 고학력자가 진보 지지층이 많다고 한다. 이러한 극우와 반지성주의의 준동이 사실은 엘리트주의에 대한 반동이고, 지식인들의 능력주의가 거기에 책임이 있다는 내용. 특히 지식인들은 '객관적 사실은 모두가 인정하고 그 위에서 가치토론을 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람마다 지적자산과 진위판별 능력에 차등이 있고 그래서 그게 민주적으로 평등한 출발선이 아니라는 대목에서 반성을 많이 했다...


 

 
11. 광염 소나타(김동인)

머리 좀 식힐 겸 읽은 가벼운 단편 소설.

 
12.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조예은)

에반게리온이 이런 내용임
서드 임팩트(?)에 대한 각자의 반응과 전후사정을 군상극으로 만들었고 흥미롭긴 했으나 취향은 아니었던

 
13. 거꾸로 읽는 세계사(유시민) -절반 읽음-

서술 방식이 재미있었던 역사 기반 사설. 사건을 단순히 나열하지 않고, 사건 사이 유기적으로 고리를 잘 설명해줬고, 중간중간 사담을 넣어 줘서 좀 더 쉬웠다. 다만 한 번에 다 외우지 못하니만큼 두 번 읽고 싶은 찜찜한 느낌은 있었다. 러시아 볼셰비키-레닌-붉은 군대 하나 아냐? 왜 싸움? 이러면서 앞을 뒤적거리고...(ㅋㅋㅋ) 역사는 한두 사람의 행적이 아니라 여러 사건이 합쳐진 결과이니만큼 "기존 체제를 무너뜨린 게 아니라 스스로 붕괴했고 그 빈자리를 차지했을 뿐"이라고 한 게 인상 깊었다.
 
1차 세계대전: 먼 과거 일이 아니니 가볍게 이야기처럼 읽으면 안 되겠지만 솔직히 삼국지 같은 느낌으로 재미있었다. 왜 밀덕들 역덕들이 세계대전 좋아하는지 알 것 같음
러시아혁명: 여성의 날 빵가게 턴 일화가 재미있다. 이래서 여성의 날 상징이 빵과 장미구나? 혁명이 화끈한 게 아니라 지리멸렬한 거라는 말을 들었는데 이 꼭지를 읽고 나니 와닿았다. 
대공황: 경제 쪽이 역사보다 쉽게 이해되어서 그런지 술술 잘 읽힘. 요즘도 보이지 않는 손이 잘 작동할거라 생각하는 경제학자들이 있는데 그에 대한 반박예시를 제시하는 듯했다. '시장은 인간의 필요가 아니라 수요에 응답한다', 노동자(잠재소비자)가 돈이 있어야 소비를 하고 시장이 안정된다는 의견에 찬성

 
14.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심너울)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를 재미있게 읽어서 전작(?)을 읽어 봤는데 그것보다 노련함은 떨어지고 소재는 더 과감한 듯...동명의 제목을 가진 단편이 제일 재미있었다. 말할 것도 없는 B급 감성의 최고봉. 속된 말로 진짜 또라이 같고(ㅋㅋㅋ) 끝까지가버린 게 너무 웃겨서 이 단편 하나만으로 이 단편집을 추천할 수 있다.

 
15. 디 에센셜 한강(한강) -절반 읽음-

희랍어 시간 연초부터 읽었는데 읽다가 감정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관둔 적이 여러 번이라 진도가 안 나간다...
나는 원래 아름다운 묘사를 (몰입될수록) 잘 못 견딘다. 청춘영화도 잘 안 봐 나는

 
16.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룰루 밀러)

나중에 따로 포스팅할 듯

 
그럭저럭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12권+4권 절반이네요? 2026년엔 좀더 분발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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