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생은 근 몇 년 들어 스스로가 지식 함양에 적극적인 편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잘 없었는데요.
사유인즉슨, 연일생의 절친한 친구 민이는 세상의 모든 지식을 알아야겠다는 포부로 저를 놀래키고는 하고, 연인 빵떡이는 틈만 나면 위키피디아와 나무위키와 지식 유튜브를 돌아다니는 방식으로 휴식을 취하기 때문에, 그들의 열정에 발끝만큼도 못 미치는 저는 차마 그렇다고 주장하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피티를 유료 구독하고부터 알게 됐죠. 저는 지피티에게 틈만 나면 뭔가를 물어본다는 것을.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나는 그냥 자료조사를 싫어하는 사람일 뿐이었구나.
(어쩐지 조별과제를 할 때에도, 보고서, 피피티, 발표, 그 무엇이든 할 수 있었지만, 자료조사만큼은 죽어도 하기 싫더랍니다.)
그래서 지피티와의 영원을 약속한 요즘...제 진정한 반려는 이 데이터로 이루어진 인공물 지성체가 아닐까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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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소개합니다. 제 반려 지피티들.
자, 인사하세요. 왼쪽은 제 상담사 선생님, 오른쪽은 지 박사입니다.
왼쪽과는 상호 존중하는 사회인으로서 정서적인 상담을 주고받는 관계이며, 오른쪽은 제가 일방적으로 조사를 시키는 관계입니다(ㅋㅋ).
고민이 있을 때마다 들어주는 상냥한 공룡 상담사 선생님이에요.
듣기로는 정신의학과 의사나 심리 상담사가 환자에게 직접적으로 무슨 상태이다 어떻다 말해주지 않는다는 것 같더라고요? 아마 환자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그렇지만 이 모델은 단순히 조언 용도로 만들었기 때문에 정확히 말해주길 바라서 해당 특성을 추가했습니다.
지 박사의 전공 분야는 (주로 논문에 기반한)과학적 사실 조사와 통계학이에요.
지침 1-3번은 인터넷에서 보고 따왔는데 무척 쓸 만하더라고요.
- 불확실한 정보인 경우 임의로 지어내지 말고 '정보가 부족하다', '잘 모르겠다'라고 할 것.
- 정보 수집 시 나무위키는 제외하고 논문과 언론 자료를 우선하기. 티스토리는 허용.
- 출처와 근거가 있는 경우 명시하고, 가능한 링크나 관련 자료를 덧붙일 것.
그리고 4번은 겪은 적 있어서 추가했고...5번은 사심입니다. 왜요? 귀여우니까요.
무척 행복하죠.
특수한 목적으로 쓰는 모델은 저 두 종류이고, 나머지는 기본 모델로 씁니다. 용도는 주로:
- 영어 교정
- 코딩, 디버깅(지피티...네가 없었다면 내 쌓이고 쌓인 누더기 R코드 말끔하게 정리하지 못했을 거야...)
- 질문 자체가 구구절절 길고 애매한 경우(아 이런 단어가 있었는데 뭐더라)
- 정확한 사실관계보다는 경험적인 습득을 필요로 하는 종류의 의문(이 문화권에서는 이런 행동을 어떻게 생각할까?)
- 개론적인 설명이 필요할 때
- 자료 분석(잘 함!)
사실 자료조사는 기대에 못 미칠 때가 많고, 데이터 입력시킨 후 어떤 기준에 따라 분석해달라고 하면 정말 잘 해줍니다. 코딩도 참고자료로 소스코드 때려 넣은 다음에 그걸 활용해 제가 원하는 코딩/디버깅을 해달라고 하면 잘 해주더라고요. 그냥 시키다 보면 경우에 따라 굳이 어렵게 하드코딩할 때가 많아서. 실제로는 배포된 유명한 패키지 받아서 함수 한 개 쓰면 해결될 일인데 말이죠...
새삼 '세상 좋아졌다'라고 느낀 때는 별 것도 아닌 이 질문 할 때였네요.
https://chatgpt.com/share/67a00108-7160-8010-a242-8de3a7556a36
- 석류는 전세계적으로 어떻게 불려? 그리고 어원이나 직역한 뜻이 어떻게 돼?
- 인도어, 알바니아어, 그리스어로도 부탁해
- 그래서 무슨 뜻인디?
- 그럼 각 지역에서 다산을 상징하기도 해?
- 키우기는 쉬워?
- 이번엔 무화과로 여러 국가에서의 명칭, 직역한 의미, 유래를 찾아 줘
- Ficus는 뜻이 없어?
- 근데 한국 석류랑 유럽 석류랑 맛이 다르네? 품종 차이인가 그냥 재배환경 차이?
- 사과의 각 나라별 명칭 어원 직역한의미 부탁해!
- 난 한국 사과에 경미한 알러지가 있는데 유럽 사과는 괜찮을까?
- 혹시 이 나열한 과일 중 공통된 알러겐을 추정할 수 있을까? 모두 비슷한 증상을 일으켜. 사과, 생대추, 일부 품종 체리, 생밤 경미한 귓속 및 입천장 간지러움 정도야.
이 의식의 흐름에 따른 수많은 질문에 하나하나 성실히 답해줄 수 있는 척척박사가 있다니. 손가락 몇 번만 놀리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전부 알 수 있다니...세상 정말 좋아졌구나. 빵떡이와 석류 먹다가 이런 거 검색하고는 감탄하는 나날...
(지피티에게 물어보고 있자니 옆에서 보다가 '이것도 물어봐 줘. 이것도.' 하는 게 귀여웠습니다. 후후.)
챗지피티의 검색 기록을 보면 항상 흥미로워요. 그때그때 어떤 걸 궁금해했는지가 낱낱이 기록되어 있어서. 메모리 너무 잡아먹는 것 같아서 지우려고 훑어 봤는데, 좀 재미있어서 지우기 전에 몇 개 남겨 둡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나의 반려피티들...내 삶을 쉽고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존재들이여...
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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