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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밖의 세계

✨230822-29 싱가포르 여행(2): 열정적인 사진 찍기 놀이

by 연일생 2023. 9. 7.

4일차: 유니버셜 스튜디오, 클락 키

연일생은 테마파크 종류를 좋아한다. 특정한 소재에 대한 각기 다른 전시물이 연이어 디스플레이 되어 있는 장소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에 대한 일환으로 연일생은 여행 계획 수리 도중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가고 싶다는 의사를 표했다. 반면 민이는 프랑스에서도 일본에서도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갈 기회가 있었음에도 흥미가 없어 건너뛰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이번에는 시간이 많으니까 한 번쯤 들러볼 만하겠다고 하며 연일생의 제안을 수락한다.
입장료는 조금 비싼 편으로, 한화로 약 7만 5천원. 아고다에서 예약했다. 빠른 입장 줄에 설 수 있는 횟수가 따로 달리지 않은 가격이다. 자유이용권 팔찌를 채워 주는 국내 놀이공원과 달리, 입장권=자유이용권인 모양.
 

 
잘 쓸 일 없는 선글라스를 같이 끼고 와서 무척 신난 상태였던 우리 ㅋㅋㅋㅋ 후기에서 하도 사람 많다, 어트랙션 몇 개 타지도 못했다 겁을 줘서 개장 시간인 10시 반에 맞추어 도착했다. 그마저도 후기에서는 권고한 개장 2시간 전보다는 한참 느린 시간. 확실히 입구에서부터 볼 만한 게 많긴 했다. 시간이 없는 우리는 늘어서 있는 오픈런 대기줄에 빠르게 합류했다.
 

 
들어가자마자 쿵푸팬더와 호랑이가 쿵푸로 맞짱 뜨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민이는 거리 하나하나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기 바빴으며, 연일생은 다소 얼떨떨한 상태였다.
 

 
아마존(아니고 쥬라기)을 탈 때쯤 우리는 몹시 우왕좌왕하던 차라 민이가 '뭐지... 혼란스럽다...'라고 중얼거리자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내 심정을 정확히 대변해주었기 때문. 그도 그럴 게 그 짧은 시간 사이 우리에겐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줄이 없는 트랜스포머를 발견하여 트랜스포머 전용 락커에 짐을 넣어 두었다가, 알고보니 아직 개장하지 않은 놀이기구라 짐을 도로 빼내고, 대기줄이 5분으로 띄워져 있던 머미에 한참 서 있다가, 짐을 두고 오라는 직원의 말에 머미 락커에 짐을 옮겨 두었다가, 돌아오니 80분으로 바뀌어 있어서 대기시간이 적은 다른 놀이기구에 줄을 섰다가, 어린아이밖에 흥미를 느끼지 못할 노잼 트램임을 알고 나서 비상용 개찰구로 빠져나온 후, 조금 걸어 재미있어 보이는 쥬라기에 줄을 선 참이었다. 그렇잖아도 비싼 입장료와 사람이 많다는 악명에 효율적으로 움직이려고 신경줄을 곤두세우고 있었는데, 시간과 동선과 체력을 낭비하자 더더욱 혼란이 가중되었다. 이 때를 빌려 말해두겠지만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어트랙션 갯수로 뽕 뽑으려 하면 화만 난다. 경관을 포함한 다양한 컨텐츠를 즐긴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도록 하자.
 
아무튼 다가오는 쥬라기의 비주얼은 우리를 무척 기대하게 했다. DINOSAUR CONTROL TEAM이라는 팻말은 우리가 공룡 관리자라는 컨셉인가 상상하게 했다. 얼결에 전공을 살려서 취직해버렸지 뭐야~ 하지만 공룡 관리라니 너무 위험한 거 아니냐는 민이의 질문에 일생은 '아시겠나요? 학사졸로 전공 살려 취직하려면 이런 위험한 3D 직업에 차출되는 겁니다'하고 자학성 농담을 했다.
 

 
설상가상에다 엎친 데 덮친 격, 40분쯤 기다려 겨우 입장 직전(앞에서 두 번째 순서)에 우천으로 인해 운영이 일시 중단되었다. 난데없는 천둥 소리와 함께 갑작스레 내리기 시작했기에 금방 그칠 소나기라 생각하고 버티기로 했지만, 비의 세기와 기약 없는 기다림은 우리를 서서히 약해지게 했다. 10여 분 후 '혹시 나갈 생각 있어? 카페라도 갈래?'라는 민이의 제안에 '그런데 지금쯤이면 카페도 가득 차서 자리 없지 않을까?'라는 대답을 하자 꽤 설득력 있게 들렸는지, 도리어 내가 나가볼까 제안했을 때에도 같은 답을 돌려주었다. 그렇게 꽤나 춥고 힘들었던 인고의 시간 후...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하나둘 잦아들자 안전요원 한 분이 기구를 타고 홀로 점검을 떠났다. 그녀가 용맹하게 귀환하고, '우리는 우천으로 일시중단하고 있습니다...'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던 방송이 마침내 희망찬 bgm과 함께 'We are very happy to announce...'로 시작하는 재개장 멘트를 날리자 그 공간의 모든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쥬라기 어트랙션은 정말 상상도 못한 전개와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있었는데 스포가 되니 말하지 않겠다. 그저 유니버셜 스튜디오가 명성값을 한다는 사실만 알아주길 바란다. 40분 기다릴 값을 톡톡히 한다! 나는 그냥 에버랜드 아마존에다 공룡만 몇 개 갖다놓은 줄 알았지 이런…이런 제대로 된 플롯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와중에 나와 민이만 정통으로 물싸대기를 맞아 푹 절어버리고 말았다. 정면에 앉은 여자아이가 히히 웃길래 you are lucky라고 말해주었다. ㅋㅋㅋㅋㅋ
 

 
낡고 지치고 젖기까지 해서 조금 추웠던 우리는 쥬라기 컨셉으로 꾸며진 매점에서 테이터 펍스를 주문해 먹었다. 갓 튀겨져 나온 감자라니 맛없없인 것이다... 케첩과 칠리 소스를 하나씩 챙겨 받고, 가득찬 테이블 옆 화단에 걸터앉아 다소 궁상맞은 힙스터 식사를 했다.
 

 
뱃속에 탄수화물과 지방과 온기를 채운 우리는 급격히 회복하여 힘차게 나아가는 데 성공했다. 이내 예쁜 배경 곳곳에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이 날 우리는 광기에 가까울 만큼 사진 찍기 놀이를 했는데…첫째로 모든 곳이 너무나도 훌륭한 포토플레이스였기 때문이었고 둘째로 우리가 너무 멋지게 입고 왔기 때문이었다.

 
동화 같은 풍경이 나오자 감탄을 금치 못하던 민이. 그녀는 스스로를 정의할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로 '모든 종류의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을 언급한 바 있다. 음악도 클래식, 문학도 고전, 건축 양식도 빅토리아-로코코 풍을 가장 좋아하는 민이에게 이곳은 흡사 천국과도 같았을 것이다.
 

 
뭔지도 모르고 줄을 선 곳은 4D를 상영해 주는 극장이었다. 처음에는 긴 대기줄의 공간에 세워 두는데, 한 번에 통 크게 400여 명쯤 쭉쭉 들여보내 주는 게 마음에 들었다. 비록 409라는 미묘한 숫자에서 멈추어서 대체 어떤 기준일까 10분간 궁금해했지만... 우리 앞에 선 예쁜 양갈래땋머 언니의 귀여운 소품이라든가(바지도 키르시 양말도 체리, 모든 것이 다 귀여웠다) 뒤쪽 관광객이 들고 온 커다란 쿠로미 가방 등을 곁눈질로 구경하며 소소한 행복을 찾았다. 대기줄 이후에는 사진과 같은 곳에 서서 스탠딩 쇼를 들었고, 그 후에 문이 열리면 마침내 안쪽의 극장에 들어가 앉을 수 있다. 납치된 피오나를 구하러 가는 슈렉이라는 단순한 시놉시스의 4D 단편 영화를 틀어 준다. 4D를 꽤 잘 만들었고, 단편으로 썩 나쁘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에어컨 쐬며 앉아 있을 수 있어서 체력 회복용으로 꽤 좋았다.
슈렉은 미국 애니메이션 영화 중 독보적인 시놉시스를 자랑하여 특히 좋아한다. 지금 보면 상당히 선지적이라 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디즈니픽사 계열(슈렉은 디즈니픽사가 아니지만)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들은 니모, 인사이드아웃, 업.
 

 
슈렉 퇴장구 앞에 때마침 적당해 보이는 난이도의 롤러코스터가 있길래 냅다 탑승했다. 대기 시간도 길지 않겠다 마침 딱이었다. 잭과 콩나무에 나오는 거인들의 주방이라는 컨셉인 듯. 대기줄 앞에 장화 신은 고양이가 제 짝궁과 함께 세상을 구해야 한다며 연설하고 있었고, 디즈니 공주 얼굴을 한 짝궁 고양이가 우리에게 부탁을 하려 하자 '있어봐, 내가 할게' 하며 모자를 벗고 우리를 몹시 귀엽게 바라보았다. ㅋㅋㅋㅋㅋㅋ 알았어 구해주면 되잖아~!
평이한 흐름에 적당한 스릴과 적당한 안정감이 마음에 들었다. 대기시간에 고통받는 도중에 마주친다면 한 번쯤 타 보시길.
 

 
그리고 아까의 테이터 펍스만으로 허기를 충족하지 못할 시점이 되어 식사를 하기로 했다. 원래는 슈렉 와플을 먹기로 벼르고 있었는데, 열량이 모자라서 그냥 튀김을 먹기로 했다. 치킨과 감자튀김은 식어빠져서 조금 굳은데다 양념이 한국인에게 친숙한 계열은 아니라서(약간 옥수수 과자 시즈닝 맛???) 별로였는데, 나는 옥수수 수프를, 민이는 커피를 먹고 극도로 만족했다. 특히 민이는 아마존 비 사건부터 내내 피로해하며 거의 죽어가고 있었는데 아메리카노 섭취 후 카페인 하이와 함께 과하게 신나해서 뭔가…미묘하게…사람을 떫게 했다.
ㅋㅋㅋㅋ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안)

 
아름다운 호수를 산책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여기서도 실컷 사진 찍기 놀이를 했는데 둘 다 예쁘게 잘 나왔다. 잔잔한 물결과 싱가포르의 화창한 날씨가 합해지면 모든 순간이 아름다워진다.
 

 
그리고 머미 대기 시간이 20분이길래 신나서 달려가 이제는 익숙해진 락커에 민첩하게 짐을 넣었다. 머미 관련 사진은 없고, 탑승 3분 전에 '나 사실 롤러코스터 무서워해~'라고 해맑게 고백한 민이가 내 손에 남긴 자국 사진으로 대체한다. ㅋㅋ ㅋㅋㅋ ㅋㅋ 그녀가 얼마나 카페인 하이에 젖어 있었는지 아시겠나요?????? 민이가 무서워하는 게 많은 건 원래 알고 있었는데 워낙 명랑하게 뛰어들어가길래 놀이기구는 그 공포의 대상에서 제외인 줄로만 알았다.

머미 역시 인기 어트랙션 중 하나답게 생각지 못한 전개를 보여주었다. 이것도 한 번쯤 타 보길 권한다. 나는 눈으로 이 앞에 뭐가 있나 보고 마음의 준비를 하는 걸 선호하는 편이라 시야가 어둠에 가려지자 몹시 어지러웠는데,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 민이는 여태 타 본 롤러코스터 중 가장 안 무서웠다며 신나했다. '내가 그동안 롤러코스터를 무서워한 이유는 속도가 아니라 높이 때문이었다'라는 굉장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앞으로는 눈 감고 타면 되겠다고. 그럼 뭔가 아깝지 않나?

 
이 날은 네 분의 전사와 한 분의 여왕? 같아 보이는 분장을 하신 분들이 계속 돌아다니며 관광객들과 사진을 찍어 주셨다. 함께 찍고 싶으면 앞에서 교통정리하고 있는 직원분께 카메라를 맡기면 된다. 민이가 사진을 찍고 싶다기에 일생은 '좋아, 그럼 한 컷은 평범하게 가리키고, 한 컷은 절을 하자'하고 제안하며 동방예의지국의 예의를 보여주자고 다짐했다. 실제로 이 포즈를 하자 사진 찍어 주시던 직원분께서 크게 웃으셔서 나름 뿌듯했다. ㅋㅋㅋㅋ
 

 
퇴장 전 잠깐 구경만 해 본 트랜스포머 카페.
 
 


 
퇴장시간이 가까워 오자 출입구 가까이의 거리에서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마칭 드럼 둘과 비트에 맞추어 쫀득한 랩을 하는 래퍼, 그에 맞춰 비보잉하는 네 명의 댄스 유닛이 출연했다. 약간의 연극처럼 공연했는데, 래퍼가 mc를 맡고 드럼과 비보이가 경쟁을 하는 구도. 드럼도 랩도 비보잉도 너무 멋져서 넋을 놓고 구경했다…. 특히 드럼 둘이 하나의 터치?를 나누어 빠르게 칠 때나* 행진용 연주 기법을 쓸 때에는 나도 모르게 비명 질렀다.
(*둠칫둠칫둠칫에서 둠을 한 사람이, 칫을 다른 한 사람이 맡아 매우 빠르게 쳤다. 어떻게 이런?)
이런 종류의 공연이 늘 그렇듯, 관객들에게 투표를 부탁한 후, 마지막에는 둘 모두 승자라며 함께 공연을 하고 끝이 난다. 나는 왜 이런 뻔한 엔딩이 항상 감동적일까…. 어릴 때는 둘다이겼어엔딩이 제일 싫었는데 어른이 되고부터는 속수무책으로 감동 당하고 만다.

공연이 끝난 후 6시 폐장 시간에 맞추어 퇴장했다. 클락 키로 이동하기 위해 Grab을 불렀는데, 잡은 택시를 못 찾아서 식은땀 흘리면서 10여 분간을 헤맸다. 복잡한 승강장을 세 번쯤 가로지르다 겨우 탑승에 성공한 나는 기사님과 민이의 눈치를 동시에 봤으나 정말 다행히도 기사님은 짜증 난 기색 없이 밝게 우리를 맞이해 주셨다. 싱가포르 분이시라고. 기사님이 유쾌하게 본인 여행담과 추천 관광지 등을 이야기해 주셔서 가는 내내 즐겁게 수다를 떨었다. 많은 나라를 여행하셨는데, 한국 롯데월드에서 사파리도 타 보셨다고 했다. ㅋㅋㅋㅋ 국경에 인접한 말레이시아 지역에서 싼 값에 해산물을 잔뜩 사 먹기를 추천해 주셨는데 진지하게 고려해볼 만큼 혹하는 이야기였다.

우리가 유니버셜 스튜디오 뒤에 클락 키를 넣은 것은 몹시 탁월한 선택이었다. 딱 해 뜬 늦은 오후부터 해질녘 노을, 해가 빠진 야경까지 순서대로 볼 수 있는 시간대였기 때문. 서문에 등장한 연구실 J 선배가 두세 번째로 추천한 장소였는데, 그에 의하면 홍대 거리 같은 느낌의 핫플레이스로, 야경이 아름답다고.

 
공원에 이렇게 생긴 2인 그네 벤치가 있었는데 몹시 열정적으로 탔음 ㅋㅋㅋㅋㅋㅋㅋ
사진은 지나가던 주민분에게 부탁드렸다.
 

유람선이 꽤 귀엽다.

 
클락키는 모든 곳이 아름다운 강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강둑에 걸터앉아 저마다의 바람을 느끼고 있었다. 우리도 합류해 강을 바라보기로 했다. 특히 밤이 아름답다더니, 해가 질수록 빛나는 색색의 조명들이 조화롭게 어울렸다. 나는 물 근처의 분위기가 좋다. 물은 늘 기분 좋은 음량과 공기를 만들어 낸다. 즐거운 사람들과 고요한 사람들이 서로를 해치지 않고 뒤섞여 들어갔고, 저멀리에는 유람선이 느리게 진로를 바꾸고 있었다. 과연 걷기만 해도 훌륭한 곳이다.
나는 '이래서 J 선배가 씹추라고 했구나….'라고 다섯 번째 말했다. 여행 내내 간간이 떠오르는 그의 과격한 어휘 선정을 곱씹으며….
 

 
슬슬 배가 고파진 우리는 적당한 가격대로 보이는 아무 식당에 쳐들어갔다. 연일생이 피자를 먹킷리스트 후보에 올렸기 때문에 간택되었는데, 정작 피자는 맛없었고 저...바지락술찜???이 사기적으로 맛있었다. 맥주는 1+1으로 마셨는데 무척 달았던 기억. 그렇잖아도 풍경과 분위기(와 카페인의 여운)에 취해 있던 우리는 알코올이 들어가자 몹시 행복해했다.
 

가게를 나와 큰 건물의 화장실에 갔는데, 마침 건물에 다이소 재팬이 있었다. 민이는 한참 쇼핑을 하곤 스파클이 떨어지는 원형 손거울과 고양이 식기 세트를 맞추어 샀다. 특히 식기 세트를 어떻게 맞출지에 10여 분을 소모해서 나로서는 조금 이해하기 힘든 독특한 취미라고 생각한 기억ㅋㅋㅋㅋㅋ

 
아, 여행 내내 느꼈는데 싱가포르 버스 안내방송 안 해 주는 것 너무 힘들다. 오로지 창밖의 풍경과 감에 의존해서 알아서 정차 버튼을 눌러야 한다. 우리는 버스 안에서도 수시로 구글 맵을 켜 보며 위치를 확인했다. 그럼에도 짧은 거리는 멍하니 서서 방송을 기다리다 '아 맞다' 하고 정신을 차리기 일쑤였다. 좌우간 이 버스는 2층에 전광판이 있는 게 무척 쾌적했다는 이야기...
 
고모네 집이 꽤 신실한 크리스천이라, 민이와 잡담 겸 종교 이야기를 조금 했다. 나는 '어릴 때 성당이나 교회를 잘 다녀 둘 걸 그랬다, 어려서 머리 말랑할 때 개조를 좀 당해야 가능한 거지 머리 크고 보면 도저히 몰입할 수가 없다'라고 했고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무교라서 가능한 발언'이라는 평을 들었다. 나이 들어서 크리스천 되는 사람도 많다고... 아니 그치만 성경이 시대적으로 갱신이 너무 안 되지 않았습니까?? 에덴이 어디 하늘도 아니고 티그리스-유프라테스 근처이며 이미 그 때쯤엔 문명이 있었다고 직접 언급되고(아니 아담이 최초 인간이라매요), 바벨탑 신화는 시기 고증을 1600년 정도 틀렸고, 성동애는 안 되지만 아버지와 딸이 자손을 낳는 것은 되고, 손님 대신 딸을 먹잇감(순화)으로 내주는 것이 훈훈하게 나오는데도 보통 사람들은 경건하고 숭고한 마음으로 몰입할 수 있단 말인가...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지만 인간이 받아 적고 살을 붙인 거라 시대의 한계가 있으며, 실제 뜻은 그렇지 않다>라는 변화식 수용에는 나도 동의할 수 있으며 실제로 우리 어머니의 신앙이 이에 가깝기는 하다. 그리고 반 정도는 나도 어머니처럼 믿고 있다...하지만 성경을 부정하면 대체로 이단이라면서요? 나는 무교 아니면 이단밖에 할 수 없는 팔자인가. 먹물 든 좌파 소울이란 과연 정파 기독교에 입문할 수 있는 존재인가?
 

 
다이소 재팬에서 산 것들(좌), 자주 보이던 새(우). 저 중 강아지 엽서?와 스티커는 아이들에게 주었다.
 
고모께서 우리가 궁금해할까 해서 두리안을 맛보여 주셨다! 생각보다 지독한 향이라기보다 유공가스 냄새에 가까웠다.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 '새콤한 섬유질에 고구마죽과 유기 폐액을 섞은 맛'이라고 표현하고 민이에게 강한 규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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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차: 차이나타운, 가든스 바이 더 베이

우리의 싱가포르 여행 테마는 힐링 나들이였기 때문에, 구태여 바쁘게 여러 관광지를 돌아다니며 최대한 많은 것을 보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최초 관광 계획이 조금씩 조금씩 밀려 남은 이틀간은 잔업 숙제를 해야 했다.
크게 관심이 없지만 유명세나 거리상의 이유로 넣어뒀던 것, 이미 다녀온 것과 테마가 겹치는 것 등을 빼고 보자 차이나타운, 식물원, 센토사 섬 정도가 남았다. 그런 사유로 오늘의 일정은 차이나타운과 식물원.
 

 
차이나타운을 나오자마자 엉뚱하게도 터틀(중국의 다이소 같은 가게인 모양)에 붙잡혔다. 나와 민이는 커틀러리에 눈이 돌아가 한참이나 커틀러리 쇼핑을 했다. 나는 사실 어제 민이의 고양이 커틀러리에 대한 열광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걸 보자 탐이 났다... 마침내 그녀를 이해할 수 있어...
소비에 과하게 불이 붙어 버린 우리는 급기야 지하철에서 흔히 파는 종류의 1~3만원대 옷도 구경하기 시작했고... 연일생은 분위기를 타서 까만 반오프숄더 드레스를 한 벌 충동구매해 버렸다. 막상 입어 보니 핏이 무시무시하게 구려서 조금 돌아다니다 금방 원래 옷으로 환복했다는 씁쓸한 후문... 구매의 가속도는 어느 시점에서 브레이크를 밟아 줘야 한다는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
 

 
이거 진짜 먹고 싶었는데 위장 여유가 없어서 못 감 ㅠㅠㅋㅋㅋㅋ

표지판이 이국적이어서 멋진 사진을 자주 건질 수 있다.

 
고모가 추천해주신 가게, 동방미식에 왔다. 연일생은 학교 앞의 찐중국집(a.k.a. 짜장면 안 파는 중국요리집)에 매료되어 있었기 때문에 모든 중국 음식에 강렬한 갈망을 느끼고 있었다. 메뉴가 무척 많았는데, 주요 재료와 양념이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운영이 되는 걸까? 하긴 A x B x C로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메뉴판에 올려 놓은 것 같긴 했다. 간장 볶음 x 돼지고기 x 고추, 간장 볶음 x 양고기 x 고추, 튀김 x 가지 x 고추, 튀김 x 가지 x 돼지고기... 고추잡채와 가지튀김이 무척 맛있었고, 마파두부와 꿔바로우는 기대보다는 별로였다. 마파두부는 모임맛집(학교 앞 중국집) 미만이구만;;;; 우리의 위장은 과거의 과욕을 감당하지 못했으므로 꿔바로우를 거의 그대로 포장해 갔다. 생각 외로 만족스러웠던 것은 중국차! 기름진 중국음식과 함께하니 입앗이 무척 깔끔해져 좋았다.
옆 테이블도 한국인 두 명 팀이었는데, 서로의 대화가 귀에 흘러오긴 했으나(ㅋㅋㅋㅋ) 따로 말은 섞지 않았다. 싱가포르 한국인 너무 많고... 별로 신기할 일이 아니고...
소낙비가 와서 십여 분을 밍기적거리다, 비가 잦아들 때쯤 가게를 나섰다. 다음 목적지는 논의 끝에 사원으로 정해졌다. 싱가포르에는 이슬람, 불교, 힌두교 사원과 교회가 전부 관광 명소로 꼽히며, 꽤 근방에 섞여 있다. 종교 여행도 아니고 전부 돌아볼 생각은 없었으므로 적당히 가까운 곳이 당첨.
 

 
사원으로 이동하는 거리엔 아름다운 잡화점과 관광객을 노린 기념품 샵이 산재하고 있었다. 이상한 옷 사고도 정신 못 차린 연일생과 만족스러운 쇼핑에 연이어 성공한 민이는 또다시 그들이 시키는 대로 휩쓸려 다니기 시작했다.

 
특히 이 가게~~! 품질 좋은 도자기를 싼 값에 팔고 있어 우리의 지갑이 무척 위험했다... 역시 도기의 나라. 아편 전쟁 때 왜 도자기 약탈해갔는지 이해가 감;; 나 같아도 눈 돌아가겠다;;; 금붕어 술잔 3개 5000원에 이끌려 들어왔는데, 순 조개로 만들어진 스푼이 2개 4000원이어서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우리는 정신을 잃기 직전이었다. 우리의 난리굿판에 주인분이 나중에는 조금 헛웃음을 지으시던 기억이...^^; 결국 잔은 각자가 사고 스푼은 2개 묶음을 함께 사서 하나씩 나누어 가지기로 했다. 촉감이 조개 그 자체인 것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마음이 혹하는 가게들.

 
따로 사진을 찍지는 않았지만, 쌈마이해 보이는 도떼기 상점에서 기념품을 구경하기도 했다. 다이소의 출현 이전 재래시장에서 종종 보이던 '천 원 샵'같은 걸 생각하면 될 듯하다. 다른 것들은 가격이 고만고만했지만, 특이하게도 호랑이 연고를 무려 2 싱가포르 달러에 팔고 있었다! 뭐야? 왜 이리 싸? 선물용으로 몇 개 사갈까 고민했지만 가깝지 않은 사이에게 주기엔 애매한 선물인데다, 받으면 기뻐할 사람이 마땅히 생각나지도 않아서 하나만 샀다. 내가 쓰지도 않고... 그러나 되돌아보면 그냥 2천원인데 서너 개쯤 사오지 그랬냐 싶은 것이다...
 

들어가진 않았지만, 외관이 아름다웠던 사원. 다양한 종교가 섞여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우리가 갔던 곳은 불교 사원. 꽤 큰 규모로, 1층부터 5층까지가 전부 절이었다. 기억에 의존해 작성해 보자면 4~5층은 스님들이 거주하시는 공간, 2~3층은 박물관, 1층에는 한가운데 커다란 불상과 절하는 공간이 있고, 족자 그림이 걸려 있는 병풍이 가장자리를 따라 길게 둘러싸고 있다. 향을 꽂아두는 곳과 등불, 시주함 같은 것도 어마어마한 크기와 양을 자랑했다. 반바지를 입은 연일생은 입구에서 나누어 주는 앞치마 같은 걸 둘러야 입장할 수 있었다. 뭐... 불교 사원이니 경건해야 하는 건 맞고, 아마 엎드려 절할 때 불편할까봐 배려해준 거겠지만, 저기 펄럭이는 반바지 입은 남자분에게는 안 주시나요? 기묘한 기분이었다.
민이와 향을 하나씩 꽂아 두고, 간단히 합장을 한 후 박물관을 돌아보았다. 대량생산을 위해 음각으로 도장처럼 새겨 놓은 불상 점토판과(귀여워) 어두운 방에 전시해둔 사리가 인상적이었다. 전자는 실링왁스 같기도 한 것이, 불교에 조금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마케팅하기에 참 좋아 보이는데... 우리나라 불교는 대부분 세속적이지도 않고 포교활동을 따로 하지도 않으니 안 하겠지.
 

 
사원을 나와 쇼핑센터 행. 타로볼을 노리며 갔던 커다란 건물에 우리를 감동시켰던 그 디저트 가게가 있었다! 우리는 이번에야말로 후회하지 않을 만큼 사자며 다시금 한 차례 샤핑을 했다. 쓰다 보니 하루종일 뭔가 사기만 하는 차이나타운 관광;;;;
 

 
드디어 맛본 타로볼. 나와 민이 모두 굉장히 많이 기대했었는데...음... 묘사하자면 텁텁할 수 있는 모든 곡물을 두유 푸딩과 섞어 놓은 맛이었다. 무척 빨리 물려서 반 이상을 남겼다. 다음에는 과일젤리 베이스에 떡만 가득한 걸 넣어야지... 그렇다면 더이상 타로볼이라 부를 수 있나 싶지만, 그게 사실 우리가 상상했던 맛에 가까울 것 같기는 하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를 가는 길의 지하철이 무척 예뻐서 거울샷 한 컷. 사진상 좌 민이, 우 연일생. 극과 극인 패션이 좀 웃기다. 작품명: <여대 앞>
그러나 비교적 일관적인 민이의 옷장에 비해 연일생의 옷장에는 모든 장르의 옷이 다 들어 있는데... 장르는 안 가리지만 호불호는 확고한 사람(줏대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애매)
 

 
가든스 바이 더 베이는 입구부터 우리를 매료시켰다. 화려한 색의 잎을 가진 열대 조경식물들과, 늪을 연상시키는 작은 호수. 추측컨대 뒷문으로 들어온 것 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
뒤에 마리나 베이 샌즈가 보이는 것이 꽤 멋지다. MBS를 풍경 소품으로 쓸 수 있다니 호화롭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에는 두 개의 커다란 돔이 있고, 꽃이 가득하며 멋진 폭포가 있어서 둘 모두 관광 명소로 손꼽힌다. 택시 기사님에게도 강하게 추천을 받았다. 그러나 둘 중 하나만 갈 수 있는 티켓은 당시 없었고, 두 개 모두 갈 수 있는 티켓은 5만 원에 달하는데... 아쉽긴 해도 식물원에 5만원까지 쓰고 싶지는 않았던 우리는 공원을 빙 도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물은 사람을 이끈다. 이곳저곳이 모두 사진 스팟이라 연일생은 홀린 듯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사람 사진이 아닌) 사진은 아름다울 때에만 찍는 것, 혹은 기록용으로 30초컷하는 것이며, 눈으로 보고 마음껏 느끼는 것이 으뜸이라'라는 연일생의 지론이 무색하게도 카메라를 놓을 틈이 없었다. 매 순간 아름다운 사진이 나올 것 같은데 어떡해요;; 위의 사진 여섯 장 전부 엽서 만들 만하지 않냐고 감히 여쭤 봅니다.
 

 
마주쳤던 도마뱀 씨. 싱가포르에는 열대 특성상 도마뱀이 많다. 내가 쭈그려 앉아 사진을 찍고 있자, 여행객으로 보이는 백인 남자분이 다가와 뭘 찍는지 바라본 후, 마침내 깨달음을 얻고는 도망가는 도마뱀을 보고 나와 같이 히히 웃었다.

 
여기 정말 너무 예뻤어... 공원 한 곳에서 이렇게 시시각각 다른 풍경이 나오는 것이 너무 신기하다. 공간마다 각도마다 달라지는 시야에 정교하게 식물과 사물을 배치해 둔다. 싱가포르의 조경사란 웬만한 나라의 조경사는 기선제압 가능한 게 아닐까?

 
이곳은 또 꼭 유럽이나 미국의 한적한 시골 지방 같다. 가본 적은 없지만 영화나 유튜브에서 보는 이미지로 ㅋㅋㅋ
 

 
해가 지는 시간의 옅은 햇살, 구름에 가려 가는 하늘의 빛을 시시각각 바라보는 것도 행복한 일 중 하나이다.
 
마침내 어둠이 내려앉자 우리는 광기의 사진 찍기 쇼를 했다. ㅋㅋㅋㅋ ㅋㅋㅋ ㅋㅋ 처음에는 분명 예쁜 사진을 찍으려 노력했던 것 같은데... 그러기엔 하루종일 돌아다닌 우리의 행색이 꽤나 초췌했고 카메라를 향해 안 하던 예쁜 척을 하는 것에도 지쳐 있었다.
이 때 찍은 사진 체력적으로 적당히 힘들고 약간 정신 나가 있어서 말그대로 광기의 사진들이 가득한 ㅋㅋㅋㅋㅋ

 
지쳐서 연일생이 졸라 간 부지 내의 쉑쉑버거. 저녁도 맥도날드로 예정되어 있던 차라 민이를 조금 당황시킨 것 같지만 나는 그 누구보다 행복한 식사를 했다(미안해 민아) 민이는 내가 일전에 '도라지배즙에 파스를 재운 맛'이라고 표현한 바 있는 이상한 음료를 시켰고, 시원한 곳에 앉아서 쉴 수 있다는 것에 꽤 만족했다. 식당이 너무 붐벼서 앉을 곳도 겨우 확보한 탓에 한층 더 달게 느껴지는 실내 착석이었다.
 

 
이후로는 누워서 슈퍼트리쇼를 기다렸다. 여름 밤 식물 사이에서 눕방을 찍는 것 역시 그 특유의 운치가 있었다.
저 트램 예쁘다고 찍었는데 생각해보면 찍고 있을 게 아니라 저걸 탔어야 했다... 우리는 산재한 인공 트리들을 보고 대충 아무 트리에서나 하겠지 넘겨짚었는데 하는 곳이 따로 있더군 (ㅋㅋㅋㅋㅋㅋㅋ)
안내방송이 울리자 우리는 우리의 과실을 깨닫고 급히 트리쇼를 찾아 뛰어가기 시작했다.
 

 
끝나는 시간을 십여 분 남짓 남기고 도착한 트리쇼. 사람들의 크기를 보면 알겠지만 무 지 하 게 컸다. 트리쇼 자체는 그냥...뭐... 무난하게 볼 만했다. 음악에 맞추어 적당히 불빛을 조절하는 공연인데, 디테일에서 대단히 환상적인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일부러 보러 올 만한 건 아니니 동선이나 체력상 오전에 들르는 게 좋다면 그냥 트리쇼 포기하고 돔이나 둘러보셔도 아깝지는 않겠다.
소신발언을 하자면 경산 시청 앞의 저수지에서 매주마다 하는 분수쇼가 더 예쁘다(ㅋㅋㅋㅋㅋㅋ)
 

 
오히려 돌아가는 길의 야경이 더 멋졌던 것 같기도. 밤의 물가에 비치는 불빛은 언제나 시선을 빼앗는다.
 

 
J 선배가 맥도날드에서 맛있는 치킨버거를 판다고 했던 걸 기억하고 있었기에, 낮에 봤던 차이나타운으로 돌아가 맥도날드를 먹기로 했다. 맥도날드야 더 가까운 곳에도 있었지만, 겸사겸사 Fair price에도 들르려면 그나마 이 동선이 최적이었기 때문. 과일 선물을 사서 돌아가는 것이 주 목적이었고, 과일은... 들고 다니면 무거우니깐. 휴족시간이 있기에 우리의 누적 피로도를 고려해 그것도 샀다.
 
일반 000버스를 타야 하는데 급행000버스를 타 버린 우리는 무거운 짐과 함께 꽤 많은 우여곡절을 겪고(ㅜㅜ) 고모네 댁에 도착했다. 우리는 첫째가 원격으로 공동현관을 열어주길 기다렸는데, 그사이 민이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 벽에서 무언가 큰 게 빠르게 기어가자 민이가 기겁을 하기에 '아니, 벌레 아니고 도마뱀이야'라고 안심시켜주려 했지만 그녀는 도마뱀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별 효과는 없었다. 마침내 첫째가 마중을 나와 줘서 '미안해, 늦은 시간에 귀찮지?'라고 말하자 첫째는 어른스럽게 괜찮다고 해 주었다. 민이는 '도마뱀에게... 잡아 먹힐 뻔했다구'하고 초점 잃은 눈으로 중얼거렸다. 첫째에게 벌레 잡을 수 있냐고 묻자 손사래를 치며 '그나마 여기 와서 많이 보니까 나아진 편인데 한국에서는 정말 싫어했어요'라고 대답했다.
 
들어가니 아이들은 부모님이 모임에 나가 늦은 귀가를 하실 때 으레 그러하듯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을 집중하여 보고 있었다. 늘 그렇듯 민이에게 샤워 우선권을 양보해 주고는 전리품의 사진을 찍었다.
 

 
각각 부엉이커피 아메리카노, 라떼, 라면은 각각 부모님, 교수님, 오빠 줄 선물. 우리의 피로를 풀어 줄 휴족시간과, 적당히 누구 선물 줄 호랑이 연고, 마스킹테이프처럼 쓸 수 있는 데코 테이프.
 

 
커틀러리 사는 것 이해 못 한다고 한 사람 누구??? 위에 말한 것이 무색하게도 무슨 숟가락을 세 개나 샀다. ㅋㅋㅋㅋㅋ
하지만 저 영롱함을 보십시오, 살 만하지 않습니까? 관광지의 비싼 물가에 무감해진 우리는 티스푼 2000~3000원의 가격이 싸다고까지 생각했다. 금붕어 술잔도 무척 귀엽죠
 

 
Chateraise에서 산 것들. 이건 냉장고에 넣어 두어 다음날 수영 후 간식으로 용이하게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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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차: 수영, 센토사
 

센토사 섬에 가기로 한 날. 이 날을 위해 나는 민이가 갤러리 갈 요량으로 챙긴 옷을 오늘로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해변에서 내 흰 원피스와 맞춰 입으면 너무나도 완벽할 것만 같은 순백의 셋업이었기 때문…. 실제로 민이는 내가 찍어준 자신의 사진을 받아보고는 '역시 옷과 배경이 사기네요'하고 만족감을 표했다.
하여간 여행 내내 한 번쯤은 고모네 아파트의 수영장에서 수영을 해보기로 마음먹었으므로, 귀환일을 제외하고 마지막 관광일인 오늘 숙제를 하기로 했다.

아이들이 교회에 가는 날이라 일찍 일어나야 했다. 덩달아 일찍 일어난 우리는 아침식사를 하고... 모닝 보난자를 했다.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보난자 중독입니다... 흥, 웃기는 소리.
 

 
수영을 못 하는 나는 얕은 곳에서 물장구를 치다 적당히 썬베드에 누워 쉬기를 반복했다. 민이가 손을 잡고 수영 기초 강좌를 해 줬지만 연일생은 수경을 쓰고서도 '머리를 물에 넣기'조차 성공하지 못하고 마는데... 귀에 물이 들어오는 순간 진저리치며 호다닥 일어나게 된다. 나중에라도 수영을 배우려면 욕조에 머리 처박고 견디기 연습부터 해야 하는 건가...
 
적도의 햇살은 과연 끝내줬다. 물결에 비치며 반짝이는 윤슬을 한껏 즐길 수 있었다. 수영에 실패해 의기소침해 있는 나에게 민이는 '그래도 물에 들어와서 휘적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지 않아?'라고 해 줬고, 듣고 보니 그렇긴 해서 빠르게 만족감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 말을 남기고 배영으로 멀리 사라지는 그녀의 실루엣이 꽤나... 동양의 용이나 물뱀?이 유영을 하는 모습을 연상시켜서 사진을 찍어 보내주었다. (ㅋㅋㅋㅋㅋㅋㅋ)
 

 
너무너무 멋진 날씨. 이 사진을 보니 그 때의 공기 냄새가 나는 것 같다.
 

 
곳곳에서 발견되던 통통한 도마뱀. 말했듯이 도마뱀이 많은 도시이다.
 

 
오늘의 주요 스팟은 호커 센터와 센토사. Fort canning이 가는 길에 있기에 그 유명하다는 사진 스팟에 가보기로 했다.
그러나 이미 줄이 한가득 서 있었는데... 기다릴까 하고 5분 정도 서서 생각해 봤지만 이내 발걸음을 돌리기로 했다. 사진은 확실히 예쁘게 잘 나올 것 같았으나, 식당이나 어트랙션은 한 팀이 한 번에 빠지기라도 하지, 이곳은 여기 선 모든 사람이 하나하나 오래 시간을 쓸 것이라는 점이 우리를 포기하게 했다. 줄이 긴 건 괜찮지만 안 줄어드는 건 괜찮지 않다.
 

 
다른 것들에 밀려 우리가 포기한 국.박(국립박물관)... 여행지 가면 박물관은 꼭 한 번쯤 가보는데 싱가포르는 휴양 여행이기도 하고, 다른 구경거리도 많아서 탈락되어 버렸다.
 

 
이거 맛있었다. 감자깡에 야채타임 시즈닝을 묻힌 맛 ㅋㅋㅋㅋㅋㅋㅋㅋ
 

 
호커센터는 말하자면 자갈치 시장 같은 곳이었다. 큰 건물 안에 개인 가게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유명한 싱가포르 호커 센터는 싱가포르 '먹킷리스트' 중 서너 번째로 꼽히는 치킨 라이스 맛집을 포함하고 있다. 민이 역시 먹어볼 리스트 중에 들어 있던 저 요리(이름 까먹음)를 시켰고, 치킨 라이스는 내가 맡아 서로 한 입씩 맛보여 주었다. 그리고 역시 각자 본인 메뉴를 더 마음에 들어 했다. 나 이 치킨 라이스에 너무 감동해서 돌아와서도 몇 번 생각했는데, 민이는 '그 정도야...?'라고 했다. 물만두처럼 적당히 식은 삶은 닭고기에 식초와 간장을 뿌린 맛? 거기에 간이 된 밥과 오이까지? 담백짭짤 추구자인 연일생에게는 이보다 더 맛있는 고기 메뉴란 존재하지 않았다. 닭고기는 촉촉하고 보들보들했고 잡내 없이 담백했다.
심지어 우리가 간 곳은 유명세가 엄청난 곳의 바로 옆 가게라, 그리 잘 알려진 맛집도 아니었는데...이런 절묘한 맛이라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무척 싼 값에 잘 먹었던 생과일 주스. 너무 맛있었다 이거 또 먹고 싶다 ㅠㅜㅜㅜㅠㅠ 
 
센토사 섬의 비치에 가려면 비보시티를 거쳐 모노레일을 타고 가야 한다. 비보시티의 큰 백화점 건물에 마침 배스앤바디웍스가 있길래 신나서 구경을 했다! 그러나 예전에는 좀 더 강렬하고 깊은 프루티 향이 주력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좀... 많이... 밍밍하고 단순해졌다??? 상심한 연일생은 아무것도 구매하지 않았고 민이는 아주 오래 고심하다가 한두 개를 샀다. 러쉬처럼 한가운데에 손 씻는 대야가 있는 것은 꽤 마음에 들었다. 향기류 매장이라면 당연한 일인가?

 
무~~척~~~재미있어 보이는 워터파크가 있어서 수영복 가져올 걸 백 번 후회했다. 수영장도 따로 있고, 바다 위에는 에어쿠션 놀이터라니...
기대되는 마음과 상반되게도 우리는 전혀 뛰어갈 수가 없었는데, 모래가 끊임없이 우리의 발가죽을 공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래가 그냥 모래지 싶겠지만 아니다, 입자부터 다르다. 이게 신발에 들어오니 '거칠다'나 '따갑다'가 아니고 너무나도 명확하게 '아프다'였다. 아예 신발을 벗고 걷는 편이 나았다. 그래도 아프지만…. 민이가 옆에서 나지막히 '모래...아파...'라고 중얼거리자 나도 따라서 '모래...너무 아파...'하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본격적인 모래사장에 가까이 오니 점점 부드럽고 푹신해지긴 했다. ㅜㅜ
모래의 질감에 인공 섬이란 점의 영향도 있을까?
 

 
광기의 사진 찍기 놀이 ㅋㅋㅋㅋ 싱가포르 여행의 테마는 사실 휴양이 아니라 사진 찍기 놀이였던 걸까?
우리는 투샷을 찍길 원했고, 타인이 우릴 찍어주길 바라면 우리도 찍어줘야 한다는 도의에 따라 대상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과연 20대로 보이는 여성분 두 분이 서로를 찍고 계시기에 영어로 '찍어 드릴까요?'하고 카메라를 받았다. 집어드는 순간 -사 진-, -동 영 상-이 적혀 있는 익숙한 갤럭시 화면이 보여서 그 뒤로는 한국어로 '아 너무 잘 나왔어요~'라고 말했다 ㅋㅋㅋ 그러고는 우리의 사진도 부탁했는데 역시나 너무도 잘 찍어 주셔서 무척 무척!!! 예쁘게 나왔다.
 
세븐일레븐에서 각각 목을 축일 물과 얼음 컵 음료를 샀다. 물은 최고야~~~~
 

 
흔들다리를 거쳐 전망대를 보자 뷰가 너어무 예뻤다. 민이가 자체발광 사진을 찍어 주었다 (ㅋㅋㅋㅋ)
휴양지라고 하면 연상되는 꼭 그 풍경이지 않습니까? 이런 데서 한 밤 자면 어떤 휴양도 부럽지 않을 동시에 남아 있는 휴양 여행의 로망이라고는 하나도 남지 않게 되겠지... 로망이란... 신비와 불가능에서 기인하니까요...

이쪽 해변가에 그늘이 있어서 센토사 도착 이래 최초로 눈을 동그랗게 뜰 수 있었다. 바다의 모랫바람을 한껏 받은 렌즈가 금방이라도 발사되어 자유를 찾을 것 같기에 일찌감치 빼버렸다. 시력이 좋지 않은 연일생은 그 이후로 보아야 할 만한 것이 나올 때마다 눈을 가늘게 떠서 초점을 찾았으므로 결과적으로 완전히 동그랗게 뜨게 된 것은 아니게 된 셈이다.

민이와 함께 바위에 앉아 바닷바람을 즐겼다.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Be sweet를 트니 운치가 장난이 아니었다.
이상하게도 센토사 섬의 바다에선 짠내와 비린내가 강하지 않다.
 

 
그늘에 앉아서 쉬다 다시 광기의 사진 찍기 놀이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연일생이 여행기간 동안 찍은 사진은 2255장이었으며 민이가 (일부만 골라서)보내준 것과 합치자 4천 여장이 되었음을 알린다.

 
물병 하나로 잘 노는 소녀들...
물 먹다 민이가 카메라를 들이대기에 얼결에 포카리스웨트 광고를 찍었고(특: 포카리스웨트 아님) 민이는 자꾸 경악스러운 사진을 찍으려고 노력했다...
민이가 귀여운 척을 해보라고 종용하여 귀여운 척에선 절대 물러나지 않는 연일생은 보던 폰을 뺨에 대고 한껏 귀여운 척 카메라를 올려다보아 민이를 경악하게 만드는데...
 
섬을 빠져나오기 위해 트램을 타려 했는데 만석이라 그냥 벤치에 앉아 있던 사람이 됐다.
적당히 걸어서 비보시티로 돌아갔다.
 

 
고모가 아이들과 다함께 저녁식사를 하길 제안하셔서 비보시티 건물 내에서 마라탕을 먹었다. 원래는 무척 값나가 보이는 식당을 제안하셨는데, 죄송함 반 진짜로 마라탕 한 번은 먹고 싶은 마음 반에서 고른 탁월한 메뉴였다. (첫째도 무척 좋아했다!) 고모부께서는 이런 걸로 되겠냐고 머쓱하게 웃으셨으나 우리의 만족감은 최고봉이었다...
사진은 3인분 쯤 푼 것 같은 우리의 그릇ㅋㅋㅋ과 이유를 알 수 없이 시작된 둘째와 민이의 페트병 쌓기 챌린지.
 
둘째는 막내즈와 있으면 꽤 어른스럽고 형답게 구는데, 첫째 누나나 우리와 있으면 영락없는 초등학생이 되는 게 너무 웃겼다. 까불거리며 장난을 치고, 틈만 나면 눈싸움 등의 미니게임을 걸어 왔다. 민이의 표현에 의하면 '누나 앞에서 잼민이 된다'라고. (ㅋㅋㅋ) 첫째가 본인 옷에 마라를 튀겼다는 의혹이 돌아 첫째가 웃어 대자, 장난스럽게 노려보더니 달려들어 본인 옷을 첫째 옷에 문질러 대었다. 첫째는 무력 충돌이라 생각하고 '아 진짜 실수라고;;;'하고 질색팔색을 하던 ㅋㅋㅋㅋ
 
사람이 워낙 많다 보니 둘째는 열차에 타고 내릴 때마다 인원수를 세어 보았고(이런 점이 둘째 같다), 나는 자리를 바꾸어 가며 함께 걷는 사람이 없는 사람을 찾아 같이 이동했다. 몇 번인가 넷째의 손을 잡고 이동했는데, 손이 너무 작아서 너무너무 귀여웠다~~~ ㅠㅠㅠ
 

 
식사 후 고모부께서 유명하다는 코코넛 음료를 한 잔씩 사 주셨다. 시원하고 달달해서 여러 번 먹으면 중독될 것 같은 맛.

 
집에 도착해 사온 망고를 건네자, 뭘 자꾸 사오냐고 민망해하셨다. 우리는 식사 대접을 그렇게 받았는데 당연하다며 손사래를 치고는 짐을 정리했다.
민이가 위탁수하물 비용 절반을 내준다며 액체류 몇 개를 맡겨도 되냐기에 예?비용을 내주신다굽쇼?절반을쓰십시오아가씨 하고 옷을 배낭으로 옮겨 자리를 비워주었다. 네모반듯하게 잘 채운 캐리어 ㅋㅋㅋㅋ

취침 시간 이전, 아이들과 침대에 앉아서 마지막 이야기 타임을 가지다 둘째와 나의 호칭 정리 시간을 갖게 되었다. <육촌 누나의 친구>라는 듣도 보도 못한 관계로 결론이 나서 '그 정도면 그냥 아는 누나가 더 가까운 거 아냐...?'라는 의문이 남았다. 넷째는 매번 그랬듯 타투스티커로 본인의 손이며 팔이며 남의 팔까지 꾸미기 시작했고, 민이는 마지막 날을 기념하며 스티커를 통째로 선물해 주었다. 넷째는 무척 기뻐했다. 그렇게 좋아하는데 통째로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전혀 해보지 않았던 것이 신기하고 너무너무 착하고...내가 저 나이였을 땐 진작에 달라고 떼 쓰지 않았을까?? 형제가 많은 집에서 자란다는 것은 남의 물건을 탐내지 않도록 키워지는 것일까?

아이들이 침실에 들 시간이 되자 일생은 거실에 슬쩍 나와 보았다. 고모가 싱숭생숭한 표정으로 거실에 앉아 계셨다. 앞에 앉아서 여행에서 좋았던 점과, 동생들 이야기를 했다. 고모가 '애들 말 받아주는 거 피곤할 텐데 잘 놀아줘서 고맙다'라고 하셨고, 나는 '저희랑 잘 맞더라구요, 재미있었어요. 저는 막내라서 동생이 없었거든요.'라고 답했다. 고모는 막내같지 않아 보인다며, 이렇게 이야기하러 나와 주는 게 어른스럽다고 말해 주셨다. 이만 들어가 보라는 고모의 배려에 오늘로 마지막인 침실로 들어갔다. 민이는 대자로 뻗어 있었고(...) ㅋㅋㅋㅋ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왠지 모르게 상기된 첫째가 우리와 마지막 밤을 보내고 싶은지 몰래 방을 나와 침대로 점프해 들어왔다. 초등학생 여자아이란 대학생 즈음의 여자를 왠지 모르게 무척 좋아해 주고 고평가해 주는 것이다... (나도 그랬던 듯한...) 첫째와 진로, 유행, 여행과 관련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돌연 민이의 동생 미니민이와 1:3 영상통화 시간을 가졌다. 왠지 모르게 입에 붙어버린 대로 말을 꺼내다 보니 '안녕하십니까, 저는 OOO 연구실의 석사 과정 연일생으로, 그쪽 언니와는 대학 동기로 만나 친우로서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으며...'같은 이상한 격식체의 자기 소개를 줄줄줄 읊게 되었다. 민이의 별명이 만이라는 수확을 얻고(그거 정 선배랑 짱언니도 그렇던데, 이름에 민 자가 들어가는 사람들의 숙명인가?) 미니민이와 보난자를 하기로 기약 없는 약속을 했다.
 
그새 익숙해진 천장과 침대도 오늘로 마지막. 민이와 비몽사몽 토크를 하다 이상한 기분으로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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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차: 마리나 베이 샌즈, 공항
 
아이들의 등교를 보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났다. 민이는 여러 번의 알람에도 일어날 생각이 없기에, 대충 내가 꺼 주고 나 먼저 기어나왔다. 부은 눈을 반쯤 뜨고 거실 소파에 앉아 애들이 아침 먹는 걸 멍하니 구경하고 있자니 민이도 나와 비슷한 행색을 하고는 기어서 거실로 나왔다. 배웅 아닌 배웅을 하고, 애들이 전부 나가자 민이와 공부 책상에 바른자세로 마주앉아 잠을 깨기 위해 토론 상황극을 했다.

연: 안녕하세요. 오늘의 주제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바람직한 방법>입니다.
민: 오늘 아침엔 어떻게 일찍 일어나셨나요?
연: 오늘 저는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을 떴죠.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렸기 때문인데요. 어제 일을 떠올려 보자면, 넷째가 아침 일찍 보난자를 하러 가자고 하지 않았습니까?
민: 그...런 약속을 하셨군요??
연: 원래는 어제 저녁이었는데요. 어제 고모님께서 애들을 일찍 재우려고 하셨기에 오늘 아침으로 약속을 변경하셨답니다. 그리고 어제 아침을 떠올려 보자면, 넷째와 셋째가 우리가 자는지 한 번씩 보고 가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모든 상황을 종합해 봤을 때 '아. 넷째가 보난자가 하고 싶어서 우리를 보고 갔구나.' 하는 결론에 이르른 거죠. 그래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일어난 것입니다.
고모: 너네 뭐 해?
 

 
고모부도 출근, 고모는 외출 준비를 하시고, 주방에 헬퍼와 함께 남겨진 우리는 크로와상과 퀸 아망을 곁들인 카누를 마시며 행복한 브런치 타임을 가졌다. 원래는 권하시기에 거절하기 죄송한 마음에 한 입 먹기로 한 건데, 너무 맛있어서 계속 꺼내 먹음;; 고모가 좋아하셨다 (ㅋㅋㅋㅋ)
 

 
민이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편지 프로젝트. 우리는 우선 정식 편지지에 고모에게 한두 장씩 편지를 썼고, 아이들에게는 민이의 미니 엽서 콜렉션 뒷면에 적어다 주었다. 이미지도 각각 첫째, 둘째, 셋째, 넷째가 좋아할 만하거나 연상되는 것으로.
 
사족으로, 이 집의 치약이 나를 매료시켰다. 싱가포르 관광 명소 조사할 때 본 기념품 리스트 중에 들어가 있던 제품이었다. 나의 감상으로는 colgate와 비슷한데, 맛이 굉장히 좋고 거품이 많이 나서 재미있다. 다만 다 닦고 난 뒤 뒷맛이 colgate가 더 좋아서, 기념품 목록에서는 제하게 되었다.
 
편지를 고모께 전달하고, 짐과 방정리도 대충 끝낸 우리는 미루고 미룬 그놈의 마리나 베이 샌즈(이하 MBS)로 향했다. 블루라인(사골라인)을 타면 바로 갈 수 있었다.
 

가는 길에 본, 대걸레 자루 같은 독특한 나무.

 
No durians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저걸 발견한 다다음역 즈음에 누가 그것을 들고 타자 왜 저 문구가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우리의 의문: 대체 유리창이 어떻게 저렇게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는 거지...
 

 
인공 강과 그 위에 다리처럼 세워진 운치 있는 카페를 보자, 왜 MBS 쇼핑 센터가 그 자체로 유명 관광지에 들어가는지 납득할 수 있었다. 실내 건축 요소 중 가장 단순한 아이디어로 가장 멋진 효과를 낼 수 있는 건 역시 물을 이용하는 것일까? 저만한 물을 넣어 두려면 건축 기반이나 관리에 돈깨나 들여야 하겠지만 말이야...

민이가 카지노를 궁금해하기에 데리고 가 보았다. 내부는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사진은 따로 없다. 
미국 가이드분이 해주신 설명을 그대로 해 줬다. 도박 오래오래 하라고 술도 주고 음료도 주고 공연도 해 준다, 창문도 없다, 반드시 잃게 되어 있다 등등. 그리고 방탈출에서 배운 기본 카지노 게임(볼을 굴려 회전하는 숫자판 안에 떨어뜨리는 그것)의 배팅 방법을 알려 줬다. 딜러가 있는 실물 게임 앞에서 하기에는 소액인 데다 둘 다 용기가 없었으므로, 머신을 사용했다. 그리고 머신의 배팅 원리를 모르겠어서;; '왜 안 되지'만 반복하다 돈을 잃고 그냥 0.2$ 남은 티켓이나 뽑아 왔다.
자판기에서 밀로를 무료로 뽑아 마시는데 무척 맛있었다. 덜 달고 더 고소한 핫초코 느낌? 아주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던 배경음악은 듣고 보니 던던댄스였다. 왜지...
 

 
유명한 이 차도 싱가포르 원조라기에 가 봤는데 상상 이상으로 비싸더군... 나 이거 트와이닝인 줄 알았는데 전혀 다른 브랜드였고 가격도 전혀! 달랐다.
 

 
우리의 바샤 커피~ 공항 면세점에서는 더 싸니 사지 말라는 고모의 조언을 따랐다. 나는 원래도 살 생각이 없었으나... 이 바샤 커피에 얽힌 뒷이야기는 아주 길다...
테이크아웃을 무척 멋진 트레이에 주기에 혹했지만 이내 포기했다. 바샤는 종이와 패키지 사업도 같이 해야 해.
 

 
찰스앤키스. J 선배가 '여자애들이 많이 사가던데~'하고 언급해준 것. 상상 이상으로 싸서 진심 놀랐다. 저 핸드백이 8만원, 카드지갑이 2만원. 원단 좋은 보세도 이 정도는 하는데, 백화점 브랜드에 이 가격이라니. 퀄리티와 비례하지 않는 저렴한 가격에 혹해 핸드백을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난 어차피 백팩맨이고, 어머니 생신은 3개월 남아서 지금 사기에도 애매하기에, 그냥 나 쓸 카드지갑이나 샀다. 저도 드디어 단지갑파에서 카드지갑파가 되었어요~ 압도적으로 편함 유행습득이 세 템포 느린 편
 

 
MBS의 랜드마크. 이거 생각보다 예쁘지는 않았고 처음에는 옹졸하게 졸졸 떨어지다 나중에는 무서운 기세로 쏟아졌다. 옆에 배 타고 가시는 분들이 쥬라기 탄 직후의 우리가 되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아름다움을 추구했다면 유속이 둘의 중간 정도로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아무래도 그런 기술은 건축 구조와 물리법칙상 쉽지 않은 걸까….
 

 
여행 내내 벼르던 카야토스트를 드디어 먹으러 간 토스트박스(갓스트박스). 고유의 갓성비와, 커피에 디저트를 곁들여 주는 세트 메뉴와, 간단한 식사 메뉴까지 대단히 훌륭한 브런치 카페가 아닐 수 없다. 든든한 이삭토스트 느낌?
커피가 딱 내 취향에 맞아서 너무 좋았다. 주방을 유심히 보던 민이의 말로는 튀르키예 식, 즉 끓여서 가라앉힌 후 상등액(?)을 따라 주는 방식으로 끓인다고. 말하자면 근본이다. 커피의 고장에서 온 에티오피아 박사님이 커피 그렇게 끓이는 거라 하셨다.
디저트에 꽤 과욕을 부린 것 같았지만 케이크 반 조각 말고는 전부 먹어치웠다. 나시고랭은 먹을 만했고, 롤도 무난한 롤케이크 맛. 카야토스트와 꿀 향이 진하게 나는 갈색 케이크가 정말 맛있었다. 까눌레의 식감을 떠올리면 비슷할 것 같다.
 

 
오른쪽에 보이는 것은 애플스토어. 어제 들었던,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be sweet가 나왔다. 어떻게 이럴 수가?
아이패드를 시연하며 그림을 그려 보다, 의자에 앉아 에어컨을 조금 즐기다 돌아 나왔다.
 

 
독특한 디스플레이의 스와로브스키.
 
원래 일정은 마지막 남은 숙제인 머라이언 파크에 가는 것이었으나, 공기가 습해서 비를 직감했다. 우리는 서로의 눈치를 보다 '...가고 싶어?', '아니.' 하고는 집에 돌아왔다. 공원이라면 이미 충분히 봤고, 여느 사람들처럼 사자 침 받아 먹기 사진을 남기겠다는 욕망도 없었고, 그냥 싱가포르의 랜드마크는 한 번쯤 찍고 가야 하지 않나 하는 의무감뿐이었기 때문.
 

 
4시쯤 집에 돌아오자 고모부의 생신이라 고모께서 망고 케이크를 나눠 주셨다. 우리가 사온 망고와 함께... 사온 것 우리가 다 먹는 것 같은데 이거 괜찮나요?
이번 망고는 첫 번째로 산 것보다 조금 떫었다. 첫 번째로 산 것이 후숙이 기가 막히게 잘 된 상태였던 모양.

방으로 들어가 애들이랑 또난자를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첫째가 넷째 콩 값 후려쳐서 비공정거래하는 게 너무 웃겼다 ㅋㅋㅋㅋㅋ
트럼프를 찾아서 심플 A 트릭을 보여준 후, 도둑잡기를 했다. 지칠 때쯤에는 셋째와 넷째가 축구(라고 부르는데 탱탱볼을 쌓아 놓은 이불 위의 벽에 차 넣으면 이기는 게임)를 하며 금방이라도 치고받을 듯 실랑이를 벌이는 것을 조마조마하게 관전하였다. 이들의 체력은 어디에서...?
 

 
우리가 지친 몸을 침대에 뉘이자 막내가 달려와서는 끊임없이 참새처럼 종알종알 이야기를 해 주었다. 보드게임을 더 하자고도 했는데, 이 작은 천사 앞에서 감히 솔직해질 수 있을 만큼 지친 우리는 눕고 싶은 의사를 표했다. 그러자 막내는 그렇다면 본인이 <오래 누워있기 챌린지>의 심판을 해 주겠다고 했다. 우리에겐 너무 가뿐할 것 같은걸…? 그러나 그는 진심이어서 우리의 핸드폰을 이용해 십 초 단위로 타이머까지 맞추어 주며 경기에 임했다. ' 이번엔 일 분이야', '이번엔 이 분이야'하며 점점 난이도(...?)를 높여 갔고, 우리는 적당히 일어나고 싶은 척, 심심한 척을 하며 침대의 매트리스를 즐겼다.
고모가 지나가며 'OO야, 언니들이 피곤해서 귀도 쉬고 싶대'라고 막내를 말리셨으나 우리는 괜찮다고 했다. 사실 조금 힘겹긴 했으나 오늘로 마지막인 이 충격적 귀여움을 끝까지 누리고 싶었다.
 

 
가는 길, 지하철에서 아고다로 호텔 라운지를 예약했다. 나름 저렴한 가격! 시간대를 잘못 예약한 줄 알고 식겁했는데, 꼭 예약한 시간에 오지 않아도 이틀 내라면 아무 때나 입장으로부터 3시간을 머물 수 있었다.
창이공항을 구경하자니, 화려하고 아름다운 설치물들이 너무 많았다! 특히 움직이는 은구슬 세트는 모션이 너무너무 아름다워 민이의 인스스에 간택되었다.

MBS의 "그 조형물"의 원본인가 싶은 공중 분수.
 

 
먹을 건 딱히 없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들어와 보니 그냥 소파뿐인 공간이어서 괜히 예약했나 조금 후회했으나, 나올 때쯤에는 꽤 회복됨을 느끼고 좋은 선택이었다고 평했다. 사실 스마트폰을 보며 좀비같이 보낼 개인 시간이 7일중 최초였기에....

10시에 라운지 폐장과 동시에 퇴장. 셔틀버스를 타고 탑승해야 할 곳으로 이동했다. 절대 걸어가지 못하는 규모의 공항이더군...

 
우리가 탑승할 보드가 있는 곳까지 와서도 시간이 남기에, 버거킹에 들러 식사를 했다. 나는 세트를 통째로 다 먹었고 민이는 너겟과 타로 파이를 시켰다. 타로 파이는 내게도 맛보여 주었는데, 그의 묘사대로... 좀... 고구마 맛이었다.
 
12시 반 비행기, 탑승 마감 12시라 라운지에서 10시에 나오면서 시간이 꽤 뜰 줄 알았으나,
셔틀 타고 이동하고 버거킹 먹고 면세점에서 바샤 커피 사고 화장실 다녀오고 나니 정확히 알맞았다.
 

 
고모가 조카에게 마지막 선물로 바샤 커피를 살 만한 용돈을 쥐어 주셨다. 덤으로 나한테도 하나 사 주라고. 뭐라굽쇼...? 나는 감동과 황송함과 죄송함 사이를 헤맬 수밖에 없었다. 너무 많이 신세지고 환대받아서 어쩔 바를 모르겠다는...ㅜㅜ
 
사실 나는 가장 좋아하는 커피의 맛이 카누 블랙이어서 비싼 커피에 그닥 관심이 없었는데, 이 셋을 시향해 보고 속으로 비명 질렀다. 달콤하고 고소한 향을 좋아한다고 하니 직원분이 추천해준 것. 달다... 깊다... 무척 고소하다!!!! 조예가 깊지 못해 다른 표현을 찾지 못하고 민이에게 '쮝인다'라고 소개해 주자 민이도 맡아 보고는 '쮝인다'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 커피를 기점으로 연일생의 커피 인생은 완전히 뒤바뀌고 마는데... 후일 다른 포스팅에 소개하기로 한다.
 

 
제품 설명 카드조차 무척 고급스럽게 포장되어 있다. 커피계의 에르메스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 모양.
 

 
비행기가 이륙하기 직전까지 고모와 고모부, 민이가 있는 단톡방에서 우리의 소식과 감상을 이것저것 알렸다. 
비행기모드를 켜 달라는 방송이 울리자 카톡을 내려놓고... 5시 경까지 오만 꿈 다 꿔가면서 내리 잤다. 꿈을 두 개쯤 꾸고 일어났는데 비행기가 아직 돌돌돌 걷고만 있어서 웃겼다ㅋㅋㅋ 출발조차 안 했어? ㅋㅋㅋㅋ
자다 자다 꿈을 너무 많이 꿔서 몹시 혼란했기에, 이제 그만 깨고 싶어서 핸드폰의 높은 화소를 통해 잠을 깨웠다. 인터넷 없는 핸드폰으로 여행 중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은? 여행기 작성이다. 그리고 이 메모는 훗날 이 포스팅이 된다...
건너편 창으로 보이는 새벽하늘이 무척 예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민이를 몹시... 분노하게 한 바샤커피의 엇갈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거기서 거기인 포장가방 탓에, 누군가 기내수하물 칸에 넣어둔 우리의 바샤커피를 본인의 것이라 착각하고 가져가 버렸다. 물론 그래서 가져간 사람의 본래 것은 승객이 전부 나간 후에도 남아 있었다. 승무원 분께 상황설명을 하자, 우선 지상의 직원에게 인계해 드리겠다며 남은 것을 가지고 나가라고 주셨다. 여기까진 뭐 그럴 수 있었어…. 그러나 공항에서의 항공 직원분의 대처가 아쉬웠던 게 문제. 인계받은 직원분은 이 일을 빨리 마무리하고 가고 싶으신지 '고객님도 이걸(남의 짐을 착각해서) 가지고 내리셨잖아요'하고 양비론을 꺼냈고, 그에 극대노한 민이는 '아니요, 저희는 맨 마지막에 내렸고, 저희 건 사라지고 이것만 남아 있었고, 승무원 분이 들고 가라고 넘겨 주셔서 들고 온 거구요, 저희 것과 다른 캐비넷에 남아 있었으니까 누가 굳이 우리 걸 가져갔다는 뜻이겠죠? 전혀 다른 데에 있는 걸 저희가 들고 올 리가 없으니까???'하고 분노를 표출하기 망설이지 않았다. 그래서 어떻게 해주길 바라냐는 식으로 묻기에 그냥 우리의 칸 번호를 불러 주고는 그 근처에 있던 승객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을 해 달라고 부탁했다. 별로 특수한 상황은 아닌 것 같은데 대응 매뉴얼이 딱히... 없는 걸까... 아마도 이 분이 마침 일이 바쁘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었고 원래는 이런 일 담당이 아닌 모양이라고 추측해 보았다.
중간에 한두 명을 더 거쳐 어떻게 처리된지 알 수 없는 과정으로 마침내 짐가방의 주인을 찾았고…. 우리는 1여 분을 남기고 표도 끊지 않은 귀가행 고속버스를 잡으려 노력했지만 아마 가고 난 뒤였던 것 같다. 다음 시간 표를 끊은 후, 남은 시간 동안 밥이라도 먹자고 좌절감에 늘어져 있는 민이를 달랬다. 그녀가 그럴 만했던 것이 우리는 라운지에서 n시간을 때우다 밤 비행기를 6시간 넘게 타고 와서 아침 일찍 도착했기 때문에 귀가가 몹시 간절하던 차였다.

점심식사는 출국 전 먹었던 그 집에서, 우동과 돈까스. 민이가 우동을 향해 젓가락으로 삿대질을 하고 있기에 '왜 우동을 위협하고 있는 거야...?'하고 묻자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민망한 듯 실소했다. 차분하게 경위를 정리해 보자,
1. 짐을 가져간 승객은 원래는 같은 칸을 사용했음
2. 승무원이 짐을 정리하며 그 승객의 바샤커피만 다른 칸으로 옮김
3. 자기가 넣은 위치 근처에 있는 유일한 바샤커피(우리 것)를 당연히 본인 것이라 생각하고 가져감
이라는...우리가 납득할 만한 결론이 나왔다.
그리고 우리가 타고 온 항공편의 승무원-양비론 직원-정상 대응 직원 순으로 담당이 옮겨진 것을 보면 두 번째 사람이 짬 맞은 게 맞다는 결론이 나서 그것도 그럭저럭 용서해 주기로 했다.
 

 
전리품. 선물로 줄 것과, 내가 쓰려고 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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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여행 총평>

 
1. 사진을 무지막지하게 찍었다.
 
2. 환대에 황송했고 애기들이 너무 귀여웠다.
넷째가 귀가하자마자 '언니'를 연달아 다섯 번쯤 부르며 폴짝폴짝 뛰어와 안긴 순간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며ㅜㅜ
첫째가 무척 어른스러워서 초6인데도 내가 본 연구실 21살 학부생들보다 어른이었던 점이 꽤 인상 깊었다. 넷째 중 첫째로 사는 삶이란...?

3. 헬퍼가 있는 삶은 무척 멋지구나... 나도 나중에 정당한 값을 주어 가사를 모두 맡기는 삶을 살아보고 싶다.
 
4. 긴 여행이 꽤 오랜만이어서 이 감각이 낯설었다. 우선 시간감각이 잘 안 느껴졌고, 고작 일 주일 사이에 이미 생활로 체화된 탓에 한국에 돌아가면 이 생활이 유지될 수 없다는 게 이상하게 느껴졌다. 호텔이 아닌 고모네 댁에서 민이네 가족들과 함께 지냈기 때문인 듯도 하다.
 
언젠가 연이 닿는다면 다시 뵐 수 있기를 바라며, 많이 그리울 7박 8일의 여행은 이렇게 끝이 났다. 아름다운 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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