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흐를 세월 속에 우리 같이 있지 않나...
싱숭생숭할 때 다녀와서 뮤지션들에게 많은 위로를 받고 밤에는 거의 울면서 뛰어다녔다(울진 않았습니다)
이렇게 우린 웃기지 않는가... 울고 있었다면 다시 만날 수 없는 세상이 멋지지 않았는가...
이번 년도 라인업. 전주는 항상 빵빵한 근본픽이라 좋다. 작년엔 좀 더 하드했는데 이번에는 머글픽도 많이 섞어 둔 느낌...? 원래는 락밴드는 다 토요일로 몰아 넣었는데 이번은 웬일인지 롤링쿼츠가 금요일, 자우림 실리카겔 디어클라우드는 일요일로 가 버려서 아쉬웠다. 로다운30도 보고 싶었는데 이동하기가 빡세서 포기...
정 선배랑 잡담하다가 점프 간다고 자랑하니 검색해서 라인업을 보며 '아 이 사람은 안다'라고 몇몇을 짚어 주는데, 정확히 내가 모르는 사람만 짚어서 떨떠름했다. 그는 팝과 힙합 위주고 나는 그 둘에 알못이었다...
운영이 몹시 훌륭해서 좋았다! 잡음 없이 깔끔한 운영, 청결, 컨텐츠 구성 전부 빠지지 않았다. 사람 규모가 아무래도 펜타나 부락보다는 적다 보니 통제가 쉬운 건가? 킹치만 지난번 부락은 사람 수가 문제가 아니라 ry 쾌적한 운영에도 불구하고 인스타 댓글에 불편러가 너무 많은 건 좀 당혹스러웠던 지점. 무대 두 개로 나눠둔 것까지 뭐라 하는 사람 있던데 락페 안 가보신 게 아닌가 추측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주최 측에서 가정형편이 어려운 청소년 1천명 무료 초청했다는 것도 인상 깊었다. 전라도 지역사업이랑 엮어서도 잘 해보려고 하고 여러모로 응원하게 된다.
무려 대구-전주 셔틀버스가 왕복 2만원이고(!) 1일권 할인받아 사니 7만원이라서 락페 한 번 다녀오는 데 9만원+식비+귀가 택시비밖에 들지 않았다. 숙소도 필요 없어서 가볍게 다녀오기 딱이었다. 경상도에서 전라도 다녀오면서 이렇게 저렴하고 편하게 다녀올 줄이야... 언제였나 편도? 왕복? 4만원 주고 탔었는데 이번엔 사람이 많아서 싸게 해 줬나 보다.
작년엔 대구에서 전주 가는 사람 단 4명이었는데 올해에는 버스 두 대를 가득 채우다니 참 모를 일이야...
데이터나 통화, 카드 인식기 통신이 안 끊겨서 속이 다 시원했다. 하... 락페 갔는데 일행이랑 연락이 되다니 감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음향이 빵빵했기에 코앞에 있으면서도 대부분의 소통을 카톡으로 대체했다. 그 와중에 카톡조차 안 됐다면... 필담을 해야 했으려나.
날씨가 그리 좋지 않아서 햇볕이 내리쬐는 간간이 짧은 장대비가 왔다. 폭염으로 쓰러지는 사람도 나오던 시기라 너무 덥지 않았던 게 오히려 행운이었을지도...?
늘 그렇듯 젖어서 밤 되면 추울 것을 대비해 밤에 입을 두꺼운 겉옷도 가져왔는데, 꺼내 놓고 무대에 다녀온 사이 비에 폭삭 젖어 버려서 별 도움은 안 됐다. 방심했다... 추위와 싸우는 건 락페의 숙명인가...
작년에 셔틀버스에서 말 트고 같이 놀았던 람이 언니에게 연락해서 또 같이 놀게 되었다.
내 쪽 일행은 베이스군과 달이, 언니 쪽 일행은 락페메이트 4인방+커플즈+람이 언니 새 지인. 람이 언니는 무슨 중개사냐고 놀림받았다.
베이스군과 달이를 달고 탑승지점 근처에 도달하니 누가 봐도 락페 가는 분들(ㅋㅋㅋㅋ)이 먼저 도착해 원형 벤치에 앉아 계셔서 장소에 대한 의심을 떨칠 수 있었다. 여기 맞구나! 우리는 그냥 적당히 서 있었을 뿐인데 시간이 갈수록 우리 뒤로 기나긴 줄이 생겨서 당황스러웠다.
나와 람이 언니, 베이스군과 달이가 나란히 앉아 버스를 타고 오게 되었고, 나머지 분들은 다른 지역에서 오셨다. 오랜만에 본 람이 언니는 몹시 반가웠다...ㅠㅠ 비록 한 번 보고 1년간 연락하지 않았지만 기이한 인연에서 오는 즐거움과 같은 것을 좋아한다는 동질감은 연일생에게 깊은 내적친밀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도착하니 두억시니의 공연이 중간 정도를 지나고 있었다. 기대했던 아티스트인데 바빠서 제대로 못 본 게 조금 아쉬웠으나, 첫타를 놓치는 것도 사실 락페의 숙명 같은 거라...
입장 밴드와 성인인증팔찌를 수령하고, 근처에 놓인 전주 관광 홍보물 겸용 부채를 몇 개 챙겨 돗자리를 깐 후, 연일생은 람이 언니를 졸라 바로 MD존과 생크림찹쌀떡을 향해 직행했다. MD는 티셔츠와 슬로건 세트를 샀다.
이거 진짜 기대됐다고... JUMF 2023의 진정한 헤드...
이게 진짜 모든 먹거리의 헤드였는데; 점프에서 특별히 공수해 온 익산 특산물이라고 한다. 익산...뭘 만든 거냐... 난 기대하면서도 한편으로 이런 종류의 것을 성공해본 적이 없었고, 모찌는 항상 생긴 것에 비해 그리 맛있지 않았던지라 먹는다는 것에 의의를 두었는데 웬걸. 한 입 먹고 눈 땡그래져서 베이스군한테 뭐임?개맛있는데??? 하며 빨리 맛보고 공감해주기를 촉구했다. 착한 후배 베이스군은 시키는 대로 하더니 뭐야, 진짜 맛있다. 하고 본인이 가능한 최대치의 기쁨 표현을 해 주었다. 돌아와서도 '진짜 맛있었는데 따로 안 파나'라고 했던 걸 보아 빈말은 아니었던 모양.
월요일에 출근해서 알테언니한테 뭔 귀신 들린 사람처럼 개맛있었어요...아 개맛있었는데...진짜 개맛있었어요... 만 반복하니까 듣던 정 선배가 아니얼마나맛있었길래... 라고 의아해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8월 배송이 일시중단되어 구매할 수 없음에 슬퍼하자 알테언니가 곧장 검색해 보더니 '아 나 이거 알아 이거 (금방 품절되어서) 못 산다. 엄청 유명한 건데?'라고 했다. 젠장! 그런 줄 알았다면 6개는 사 먹는 건데.
존내보고싶다 찹쌀떡아... 저 품.절.대.란.도 오직 ~JUMF~에서만 특,별,히 맛보실 수 있습니다! 도 한치의 거짓 없는 진실이었음을...
람이 언니가 점심에 별 뜻이 없었던지라 일행과 푸드부스를 둘러보겠다며 찢어지고, 연일생은 마땅히 그리하여야 하듯(ㅋㅋㅋㅋ) 김치말이국수를 시켰다. 락페에 김말국 안 먹으면 서운하단 말이지... 다 같이 먹자고 간장닭강정도 시켰는데 별로 인기는 없어서 나중에 내가 다 먹어치웠다. 달이와 베이스군은 베이스군의 오코노미야키 집착에 따라 오코노미야키와 타코야키를 주문해 먹었다.
점심을 먹으며 송장벌레와 마하트마를 보내고, 베이스군은 오칠을 보러 떠났고 나는 돗자리에 느긋하게 앉아 듣기를 택했다. 혼자 다니기 어색한 모양인 달이는 둘 중 어느 쪽을 따를지 가늠하다가 내 옆에 앉아 있었다. 오칠의 무대가 무척 인상 깊어서 놀라기를 여러 번, 마침내 소닉스톤즈 차례가 오자 스탠딩존으로 이동했고 달이도 따라왔다.
소닉스톤즈야 뭐... 말해 뭐하겠습니까... 헤이 헤이 렛츠고 소닉 스톤즈~
소닉스톤즈 나름 좋아하고 많이 듣는 밴드였는데 내가 생각보다 아는 게 없어서 놀랐다ㅋㅋㅋ 사연인즉슨... 소닉스톤즈도 알고 옐몬도 알고 검엑스도 알았는데 셋 다 보컬이 이용원인 줄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는 것... 아니 뭐라구요? 이게 무슨 선미가 원더걸스 출신인 줄 모르는 MZ 꼴이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대표곡이라 민망하지만 Awesome!은 적당히 올드패션에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져서 정말 아끼는 플레이리스트 중 하나. 이 곡 공연 한 번 뛰고 나면 3개월은 희망차게 살 수 있다. 단 한 번만이라도 한 번이라도 내가 주인공이 될래요~
아직 갈 길이 한참 남았던지라 슬램은 적당히 사리면서 깃발 사진 찍고 펜스에서 놀았다. 저 두 글자짜리 깃발, 예전엔 퇴사고 그 다음에는 자퇴더니 이번엔 결혼이다... 전방위 청첩장인가... 극rock이랑 어덕행덕분이랑 락페장난분은 또 봐서 반가웠다.
2019년엔 물대포가 과했고 22년엔 거의 안 뿌려 주더니 이번에야말로 적정선을 찾은 모양인지 적당히 적셔 주었다. 소닉스톤즈에서 머리 흔들다 스테이지 한 번만에 만신창이가 된 채 SURL 쪽 무대에서 베이스군과 재회했다.
두근거리며 설을 기다리는데 갑자기 쏟아지는 장대비... 외투로 적당히 가림막을 만들다가 그래도 심해서 홀로 돗자리로 돌아갔다. 돗자리에 고인 물을 대강 털어내고 앉는데 양말까지 푹 적시는 과오를 저지르고 말았다. 이 이후로 신발까지 계속 푹 절은 채로 풀물 들어서 꽤 고생했다 ㅋㅋㅋㅋ 그렇다고 샌들 신고 오면 뛰기도 힘들고 밟혀서 아작나고, 적당히 꼭 맞는 크록스 정도가 가장 권장되지 싶다.
그리고 설이 끝나자마자 거짓말같이 비가 그치고 해가 났다. 뭐야? 거꾸로 매단 테루테루보오즈?
설은 락페용 셋리인지 아니면 평소 공연 스타일인지 제대로 rocky한 곡들 위주로 선정해 왔다. 이 밴드 노래는 감성락이든 -롹-이든 다 듣기 좋다. 비에 푹 절은 채로 스탠딩존 감상 중인 베이스군의 요청으로 굿즈 슬로건을 하나 사 주곤 물에 빠진 생쥐 셋이서 사진도 찍고(...) 뚜껑이 있었던 닭강정 외에 비에 젖은 잔반을 정리했다.
그리고 람이 언니의 락페고인물 4인방과 축제를 즐기러 갔다! 포토존에서 개인 사진, 페어 사진, 단체사진을 찍는 시간을 가졌다. 4인방의 짬밥은 과연 만만히 볼 것이 아니어서 인당 2초마다 포즈를 바꾸어 30개 정도의 포즈를 취한 후 조합과 인원수를 바꾸어 가며 사진을 건졌다. 중간중간 뒷사람에게 순서를 양보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람이 언니 새 지인인 지니 언니는 듣기로 머글이고 이번이 두 번째 페스티벌이라는데, 옆에 멍하니 서 계시길래 같이 찍기를 권유하니 고개를 저었다. 왠지 알 것 같아서 '저는 저렇게 멋지게 찍을 수 없어요, 좀 압도당했어요'라고 하자 격렬히 공감했다.
그리고 풀장에서 본격적으로 물놀이를 했는데 물총이 다량 띄워져 있어서 즐겁게 서로를 공격했다. 공기를 가득 채운 테두리에 앉은 채 신이 나 탄성을 즐기다, 다시 물총놀이를 하다, 슈가언니가 가져온 산리오 판박이를 붙였다. 람이 언니가 한 장을 통째로 윗팔에 붙이고 나오자 언니들이 '아~무서워~ 이레즈미 한 사람은 들어오면 안 되는데~'하고 놀렸고 나는 얼굴에 쿠로미를 붙여 달라고 요청했다. 슈가언니가 '사진 잘 나오는 쪽 얼굴로 해야 해, 어디가 더 예뻐요?'하고 묻고는 왼쪽이요!!! 하고 대답하자 손수 적셔 붙여 주었다. 쏘 스윗...
체력이 빠져 일행을 찾으러 간다며 나왔고 먼저 탈주한 지니 언니의 끼니를 사러 갔다. 줄을 서 있는 도중 해빅버의 공연이 임박하자 언니는 '빨리 가 봐요!'하고 떠밀었다. 냅다 뛰어가자 베이스군, 달이와 적당히 앞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으나... 슬램존이 왼쪽 뒤라 슬금슬금 그쪽으로 빠졌다. 해빅버 슬램 안 하고 듣기는 또 아깝거든요ㅜ
이성수 sexy한 남자... 늘 그렇듯 코어 남팬들의 격렬한 호응을 받으며 공연해 주셨다. 셋리는 무난하게 늘 하던 느낌...? Big Fish가 이 날 유독 좋았다. 왜 커피시가렛롹앤롤은 39182번 들어도 안 질리는 건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만신창이가 되도록 놀고 나왔다.
돗자리에서 순서 꼬인 미노이를 듣고 있자니 비가 다시 왔고 우산을 도로 펼쳐 들고 앉으며 치킨이 너무 젖지 않도록 애썼다. 솔직히... 좀... 힘들었다...ㅋㅋㅋㅋㅋㅋ 이렇게 힘든 락페 좀 오랜만인데... 그래도 미노이 귀여우니까 힘이 나더라... 베이스군이 홀로 데빌루프를 기다리며 스탠딩존에 서 있어서 '제이락 좋아하니 좋아하는 거려나?'하고 물었다. 그냥 이번에 라인업 보고 찾아봤는데 마음에 들더란다. 전부 다...? 그렇게까지 모든 일에 성실하게 임하는 거야...? 하지만 들어 보니 확실히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비주얼밴드 그자체라 그의 안목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브로큰발렌타인이 시작할 즈음 언니들이 다시 물놀이에 초청해 주었다. '사랑하는 보컬'이라는 대목에 괜히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가 룰루랄라 뛰쳐나가자니 엉덩이에 뿔 날 걱정 해야 할 것 같았다...ㅋㅋㅋ 칼 갈고 나왔는지 셋리스트는 극락이었다. 이 날 브발의 셋리를 알고 계시는 분이 있다면 제발 연락 주십시오ㅠㅜㅜㅜ
2차 물놀이를 하고 돌아오니 좀 지쳐서 돗자리에 널부러졌다. 물기를 수습하고 비에 젖은 닭강정으로 허기를 채웠다. 너무 배고팠어... 물에서 하는 활동에는 주로 지방이 아닌 탄수화물이 소비된다는 거 아시나요?
언니들이 모둠튀김을 사와서 나눠주기에 나는 맥주를 몇 잔 사서 공동의 자리에 두었다. 교정 때문에 진통제를 먹고 있던 차인 연일생은 무알콜 라임맥주로. 이 때쯤 실시간으로 해가 졌는데 허기와 추위와 젖은 옷가지에 살짝 죽을 뻔했는데 때마침 귀환한 베이스군과 사 온 야끼소바를 먹고 부활할 수 있었다. 젖은 후드라도 주섬주섬 주워 입고 밤이 되어 좀 더 빛나는 무대를 바라보았다.
락페의 덕목은 배려와 화합이기 때문에 고인물일수록 착하고 친절하시다...
어둑어둑해진 시간 아티스트 교체시간이 되자 입퇴장구에서 일반 관객 한 분이 줄곧 서서 핸드폰 플래시로 길을 비춰주시던데 꽤 감동이었던...
와버렸다 크라잉넛...
밤이고 헤드 축이다보니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렸다. 낮 정도를 생각하고 여유롭게 간 우리는 낑겨서 뒷펜스 잡아야 했다. 심지어 그러고도 넘쳐나서 뒷펜스의 뒤에 서 계신 분들이 파티션이 넘어가지 않도록 붙들고 계셨다. 중간에 누군가 등을 두드려서 돌아보니 김 언니이기에 반가워서 얼결에 끌어안았다. 베이스군과 달이는 슬램존에 빨려 들어갔고 김 언니는 자꾸만 뒤로 다가오는 슬램존 사람들을 와칸다포에버 자세로 방어하고 있었다. 그 밀집도에서 슬램하는 여러분이 지젼락스피릿입니다... 크라잉넛이니만큼 무수한 슬램의 요청이 이어졌고 그럴 때마다 김 언니가 장난스럽게 내 어깨에 자신의 어깨를 살살 콩콩 부딪혔다. 폴 인 럽...
사람도 많고 그래서 후덥지근하고 룩셈부르크는 점점 더 크게 부를 것을 종용해서 힘들어 죽겠는데 멘트로 '여러분 이제 몸 좀 풀리셨죠?' 이래서 앞에 있는 사람이 '네?!!?!' 하는 게 ㅈㄴ웃겼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몸이 풀린 게 아니고 죽겠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
<좋지 아니한가>를 들을 때에는 살짝 찡했다... 이때의 연일생은 주위 환경의 격변을 겪고 있었고 그로 인해 잃는 것, 지속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여러 가지로 심란해하고 있었는데 '바람에 흐를 세월 속에 우리 같이 있지 않나'라는 가사가 심금을 울린 것... 집 가서 다시 듣다가 눈물 줄줄흘림... 부질없이 지난 날들, 바보같이 지난 날들에 불구하고 너를 만나 좋지 않나... 언젠가 흘러갈 세월이지만 지금은 같이 있지 않나...하는 낱말이 눈앞에서 깃발을 흔들고 모여 있는 사람들과 겹치자 마음이 심히 울렁거렸다. 그리고 사실 이번 락페 진짜 울다가 못 올 뻔 해서ㅅㅂㅋㅋㅋㅋ '울고 있었다면 다시 만날 수 없는 세상이 멋지지 않았는가'는 정말 큰 위로가 됐음...
그리고 연이은 로펀에게도 굉장히 많은 위로를 받았다... 굿모닝 블루의 관객호응파트 안녕, 안녕, 안녕을 따라 부르다 울컥했다. 감수성 무슨 일;;; 특성만 놓고 보면 내가 싫어할 것 같은 뮤지션인데 이상하게도 로펀에게는 항상 깊이 위로받고 있다. 나조차도 싫어하는 나의 일면을 긍정하고 내보이는 사람들...
지금 내 인생은 월요일 아침 같지만... 토요일 밤처럼 난 살 거라고 믿어줘요...
날 안아주세요... 날 만져주세요... 날 구원해줘요 그대여...
다정을 보여줘...ㅜ
뭔가 기억으로 로펀은 일반 대중들에게 인기 많은 커버곡들 위주로 공연하는 게 보통이었는데 이번에는 진짜 근본 셋리스트였다! 커버는 아마 셜록밖에 없었고 몽유병, 파이트클럽, 굿모닝블루, 다정한 혁명, 토요일 밤이 좋아... 멋진 오늘 밤에 건배~~~! 몽유병 전주(not전주뮤직페스티벌) 나오자마자 보컬 나오기도 전에 다같이 떼창하는 거 너무 좋았다. 후반부엔 너무 벗어서 좀 당황스러웠지만...
마무리할 때마다 뛰어내리는 거 보고 항상 인혁쟝 연골 걱정함 아니오빠 나이생각하세요ㅜㅜㅜ 배인혁 관객석 가서 하나하나 컨택해주다가 노래 끝날 때가 다 되어서도 돌아가지 못하자 '기다려 기다려 아직 안 돼'하면서 열심히 뛰어가는 게 귀여웠다ㅋㅋㅋ 근처에 있던 관객분이 '(마무리로 꼭) 뛰어야 해 뛰어야 해' 하셔서 나도 모르게 '아맞아!!!!!!' ㅇㅈㄹ해버렸다 말걸어서놀라셧죠? 죄송합니다.
그리고 넬
ㅋ
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종완아내니존나보고싶었다...
나 이렇게까지 과몰입팬이라고? 작년 연말에 보고 안 봤더니 보자마자 너무 반가워서 눈물 그렁그렁함(울진 않았습니다)
그렇게까지 찐팬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좀 당황스러웠음 당황할 일이 많은 날이군요...
하... 이 날 셋리스트도 미쳤고 음향도 미쳤고 김종완 목 컨디션도 미쳐서 걍 울고 싶었다
신곡 라이브로 들어보니 코러스 너무너무 좋고...
1:03이랑 Cliff parade 연일생은 라이브로 처음 듣는데ㅜㅜ 전자는 예전부터 즐겨 듣다가 얼마 전에 갑자기 뻐렁쳐서 SNS에 어케 세상에 이런 가사가 있냐고 올리고(ㅅㅂ) 후자는 넬 최애곡 중 하나로 꼽아서... 그냥 몸 둘 바를 몰랐음...
백색왜성 김종완 컨디션 진짜진짜미쳤음....................................................... 끝나고 그냥 비명도 안 나와서 숨도 안 쉬고 갈무리하고 있었다 젠장 오버하고 싶지 않아서 최대한 호흡을 가다듬고 동작을 줄였는데 혹시나 제가 거슬렸던 앞옆관객분이 계시다면 미리 죄송합니다................ 베이스군이랑 달이가 단톡방에서 눈물 난다, 이게 밴드지 하는데 나는 언어를 잃고 시발만 반복했다 미안해얘들아
나머지 셋리는 좋게 말하면 근본 나쁘게 말하면 사골인데 난 그냥 너무 좋아서 눈물줄줄흘리면서 들었음(울진 않았습니다)
넬이 퇴장하고 여운에 취해 돗자리에 쓰러지니 베이스군이 정신이드시나요 구도로 날 내려다보며 마실 걸 사올까 물었다. 하지만 부스 다 닫혔을 텐데?? 사실 이때 기억 좀 날아가서 대충 대답했던 것만 기억남ㅋㅋㅋ 람이 언니 일행은 주섬주섬 돗자리를 챙겨 떠나갔고 나는 언니를 끌어안고 오늘 재밌었어요 고마워요 같은 말을 했다.
이후부터는...
인고의 시간...
사람이 우르르 빠진 행사장에서 추위와 물기와 싸우며 셔틀버스가 우릴 데리러 올 때까지 버텨야 했다. 확인차 승차장으로 가 보니 버스 자체도 도착을 안 한 모양이었다. 당연한 게 1시 40분 출발이고 그땐 12시도 안 됐으니까... 하릴없이 돗자리에 건방지게 누워 헤드 뒤의 애프터파티를 즐겼다. 원슈타인이 회전목마 불러주는 걸 감상하며 핸드폰 배터리에 허덕이는 둘에게 새로 산 샤오미보조배터리를 빌려줬다 돌려받기를 반복했다. 1시쯤 되자 더이상 버틸 수 없어 짐을 챙겼고, 요행히 차가 도착해 있어 차에서 추가적인 물기 수습을 했다. 원데이렌즈가 발사되기 직전이라 빼서 버리고 마음 편히 잠에 들기로 했다. 시력 0.1인간을 잘 부탁한다고 했더니 둘 모두 시력이 마이너스라 별로 믿음직하진 못했다.
1시 50분쯤 출발해서 4시 반쯤 승차 구역이었던 시내에 도로 내려줬고, 택시를 잡아 집에 오니 5시였다.
씻고 빨래하고 야식 먹고 나니 6시가 되어 기절잠을 시작했다. 일요일은 자느라 그냥 하루가 증발해 버렸다. 3타임 잠 ㅋㅋㅋㅋㅋ 6~14시, 16~20시, 01~08시.
***
하... JUMF... 도파민과 위안의 하루...
뭔가 무대 안 보고 놀기만 한 것 같은데 이건 이것대로 너무 좋았다. 페스티벌이 원래 다 이렇지 뭐...
모든 대한민국 락밴드를 응원하고 사랑한다. 큰 위로를 안겨주었던 몇몇에겐 특히 더 감사와 사랑을 전하며...
심란했던 마음을 정리한 연일생은 며칠간 행복에 젖어 살았다고 합니다. 2023년 JUMF 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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