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있었던 미생물의 자연선택(a.k.a. 오미크론의 승리)에 의해 코로나도 기세를 꺾어 가던 22년, 드디어 "그" 연례행사가 재개된다는 소식을 듣는다.
○ 1/15 학회 전날
이전 학회는 모두 렌트카를 빌려 나누어 타고 하루종일 고속도로를 달렸으나 이번엔 운전 가능한 사람 대비 인원이 너무 많아서; 관광버스를 대절했다고 한다.
평소 운전하던 선배들도 피곤할 일 없고 얻어 타는 입장의 사람도 속 편하게 자고 진짜 좋았는데 앞으로도 이렇게 갔으면…. 하지만 이동할 일 거의 없는 겨울 학회나 이렇지 여름 학회는 왔다갔다할 일이 너무 많아서 계속 렌트로 해결할 듯싶다.
버스 대절 문제로 학회 첫 날보다 하루 전날에 출발하기로 했는데, 학회 첫 날 일정도 오후 3시 등록과 개회사, 포스터 부착뿐이라 사실상 이틀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보내는 셈이 되었다.
뭘까…이 강제적 MT…. 걱정이 많은 연일생은 여행을 갈 때는 웬만해서 노트북을 가져가지 않고 아껴 두는데 (노트북이 추워해서 고장나면 어떡행) 이번엔 정말 가져올 걸 후회했다.
버스 타고 가는 길에 마주친 풍경들……. 신기해서 사진 계속 찍었다. 오오 이것이 강원도의 겨울 강수량.
휴게소에 내린 잠깐 동안도 학부생 친구들 남자조와 정 선배는 눈싸움을 하던데 정말 기운이 좋군…. 싶었던….
학부생 친구 하나가 휴게소에서 눈오리집게를 사 왔는데, 덕분에 유니와 부사수는 스키캠프 기간 종일 수십 마리의 눈오리를 양성했다.
숙소 입실을 하려는데 청소를 해야 한다고 1시간쯤 기다려달랜다?
한 달 전에 예약했고 체크인이 3시이며 우리가 4시에 왔는데 왜 입실이 5시부터죠???
이해할 수 없었지만 별 수 있나, 예약한 네 방 중 유일하게 미리 청소된 큰 방 하나에 25명이 옹기종기 낑겨 있었다.
방 주인보다 먼저 도착해 소파에 퍼질러 누워서 방 주인들을 맞이하자니 다들 뭐야? 하고 들어감 ㅋㅋㅋㅋ
애니멀존? 이나 산책로 같은 걸 봄여름 시즌을 겨냥해 만들어둔 모양인데 추워서 가 보진 않았다. 강원도의 1월은 무시무시하더군….
빵떡이로부터 비수기에 오면 상당히 싼 가격으로 숙소를 빌려 놀 수 있다는 꿀정보를 얻었다. 강원도니까 봄여름에 시원해서 휴양하기도 좋다고. 강원도는 막연하게 차가 있어야 놀러갈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해서 한 번도 친구들끼리 도전해보지 않았는데, 리조트야 KTX 타고 오면 셔틀이 날라 주니까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강원도 고기가 정말 맛있다고 강조하던데 난 고기 맛의 차이를 잘 몰라서 내게 유용한 정보는 아닌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
선호하는 고기: 너무 헤비하지 않고 잡내 없는 것
따라서 최애 고기: 냉동 대패삼겹살, 차돌박이
방은 학회 숙소 치고는 뭐…. 적당히 노후되고 적당히 깔끔했다. 다만 이전 사람들이 멋진 파티를 보낸 모양인지 술이 남아 있었고 (아놔 청소한다고 5시까지 나가 있으라매요 뭘 한 거야) 돼지 잡내 같은 게 방 전체에 은은히 배어 있었다.
4인 기준 6인 최대인 방에 6인이 묵었으므로 하나뿐인 더블 침대의 권리를 두고 2인 1조로 3팀이 죽음의 가위바위보를 했다. 배정 결과 맏언니들이 침대방에, 나와 부사수가 다른 방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자게 되었고, 반려동물 집사조 2인이 거실에 이불 깔고 자게 되었다.
가위바위보의 결과이긴 하지만 언니들은 침대 없으면 잘 못 자고, 나와 부사수는 바닥에서 자는 건 괜찮으나 추위를 많이 타서 방 안이 딱이었고, 집사조는 한겨울에도 베란다 문 열고 자는 사람들이며 실제로도 그리했으므로 가장 절묘한 배치였다.
노는 걸 좋아하는 학부생 친구들이 대동단결해 장을 봐 와서 저녁을 만들어 먹겠다기에 (맹세코 저희가 시킨 게 아닙니다) 주방 주위에서 알짱거렸는데 별 도움은 안 됐다.
감자칼이 없어서 다섯 명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띄워 주는 걸 좋아하는 은행나무 선배가 와서 과도로 깎아 주었다…. 한 일: 깻잎 씻기, 머릿수 괜히 보태서 정신머리 -1 하기
다른 방에 놀러가 대여섯 명이서 달무티와 할리갈리를 하다 돌아왔다. 나는 달무티 하면 몇 명이 해도 항상 2~3등은 한다. 뭔가 원칙이나 요령이 있는 건 아니고 그냥 감이 좋은 거다. ㅋㅋㅋㅋㅋ 내가 잘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카드게임/보드게임 중 하나...
다빈치 코드 다들 한 번만에 룰 익혀서 하던데 나는 얼타느라 남들보다 세 배의 시간을 소모하다가 어부지리로 이겼다. 내가 봐도 정말 못 했는데 이것이 초심자의 행운…? (은 아니고 아마도 견제할 상대가 안 되어서 어부지리로 이긴 거겠죠)
그리고 술판이 열렸지만 연일생은 바로 기절해 버렸다. 웬만해선 술자리 안 빠지는데 시차부적응의 졸림은 이겨낼 만한 것이 아니었다…. 잠옷 입고 후드집업 걸치고 라면 뽀리러 가자 둘째 사수 선배가 술 안 먹냐고 물어보더군
'예 저 오늘 피곤해서 일찍 들어가 볼게요 죄송해요~' 하자 세상 의아한 목소리로 '쟤가 술을 안 먹는다고…?'하는 게 웃겼다 ㅋㅋㅋㅋ 탓하려는 게 아니고 정말로 의아해하던.
○ 1/16 학회 첫 날
5시에 깸 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 다시 자려고 30분 정도 노력하다가 배고파서 도저히 잠이 안 오는 걸 느끼고는 그냥 한 시간 반 동안 ebook이나 읽었다. 재밌더라 불편한 편의점….
거실에도 사람이 자고 있으므로 주린 배를 틀어잡고 버티다 매점이 여는 7시가 되자마자 주섬주섬 챙겨 입고 오픈런을 했다. 아무도 안 깨서 나 혼자 털레털레 가서 매대에 서서 빼빼로 씹어 먹음 ㅠㅠ
심지어 식당가를 살려 주기 위함인지 편의점에 뜨거운 물도 없어서 컵라면 하나 사 놓고 먹지도 못했다.
그렇게 20여 분을 때우고 돌아와 그나마 밝은 편인 거실에 자리를 잡았다. 춥지도 않은지 베란다 문이 밤새 열려 있었고 모카라떼네 언니가 이불을 다 걷어차고선 웅크리고 있어서 도로 덮어 줬다.
다시 ebook의 세계로 빠져들고 있자니 8시 정각에 환타네 언니가 알람도 없이 스르륵 일어났다. 평소 강아지 산책 시키는 시간이라 생활습관이 굳어진 모양. 둘이서 라면을 끓여 냄새로 모카라떼네 언니를 유인해 깨우고 셋이서 아침을 먹었다. 언니들은 평소 성향을 존중해 안 깨웠고 부사수는 물어봤지만 더 자고 싶대서 그대로 두었다.
설거지까지 하고 나서야 다시 잠에 들 수 있었다. 학회 등록 1시간 전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고, 그보다 30분 전에 채비를 마쳤다. 5분만에 입고 나가자 언니들이 여러모로 대단하다고 하더군 ㅋㅋㅋㅋ 연일생은 자기 전에 다음날 입을 옷을 양말과 마스크까지 꺼내 쌓아 두고 자는 걸 좋아한다. 나머지 짐은 거의 다 가방에 넣어 두는 편.
아침에 보니까 어제와 또 다르게 죽여 줬던 풍경.
3년 전의 "그" 카페에 왔는데 별로 맛은 없었어~~
13명이서 단체 사진을 찍었는데 키 190cm 학부생이 지미집을 해 줘서 수월하게 찍을 수 있었다.
빵떡이가 스키장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스키 타고 싶다고 염불을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의 스키캠프는 학회 종료 다음날부터라 그 이전에 타려면 따로 사비를 들여 신청을 내야 했다. 이용권별 시간과 가능한 시간이 아귀가 잘 안 맞기도 했고, 무리해서 더 타다가 정작 스키캠프 때 몸져 누울까 걱정이기도 했으므로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등록과 포스터 부착이 끝나 할 일도 없어진 우리는 머쓱해져 이런저런 시설을 돌아보다 게임장에서 볼링이나 한 판 때리고 돌아가기로 했다.
사람이 많으니 볼링도 4팀으로 나눠서 쳤다. 2팀 vs 2팀으로 커피 내기.
내가 77777인데 옆 팀에 8888이 있어서 황급히 누구냐고 찾았다. 의외로(?) 박 형이라서 개좋아하면서 하이파이브 했는데 나중부터 두세 개씩 넣어서 배신감에 좌절함…. 그러나 저 수준을 배신이라 할 수 있는가는 contraversy하지 않은가 싶기도 하고….
마지막에 7 한 골 더 넣어서 간신히 꼴지를 면함 ㅋ 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또 7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
정 선배가 777777777 7 7 보고 개좋아하면서 사진 보내주심 필요없어요 ㅜ
술자리는 뭔가 어수선하고 사람도 너무 많다 보니 따로따로 놀아서 예상한 것보다 금방 파했다. 차차의 전전여친 썰을 들으며 대단히 흥미로워했던 것 외에는 크게 의미 있는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 1차로 먹은 음식을 치우고, 술을 더 깔 사람만 자리에 남기로 한 시점에 연일생과 대부분 멤버는 방으로 돌아갔다.
불편한 편의점 읽고 옥수수수염차 마시고 싶다고 운을 띄운 이야기는 점점 옥수수아이스크림 쪽으로 흘러가 모카라떼네 언니를 바닥에서 일으켜 자발적 편의점행에 몰기에 이르렀다. 저 쫀드기 별 기대 안 하고 하나 달라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맛있어서 학회 돌아오고 또 사 먹었다는 후일담... 모카라떼네 언니가 "그" 게임을 사서 우리에게 돌아가며 시켜 주었는데 머리 쓸 일 없고 한 판이 짧게 끝나서 중독성이 장난 아니었다.
○ 1/17 학회 둘쨋날
야간스키: 몸풀기 옐로 메가그린
어김없이 5시에 깨버린 강제 바른생활 사나이(는 아니고 그냥 시차적응 못 한) 연일생. 하지만 이 짓도 두 번째, 아침에 먹을 것을 미리 준비해 둔 연일생은 환타네 언니 기상시간인 8시까지 저소음으로 오레오를 까먹으며 버텼다. 언니가 깨고 나서는 같이 컵라면을 끓여 먹으며 간단히 해장을 했다.
미로처럼 이어진 리조트 건물을 가로질러 학회장으로 향했다. 겨울학회라 회장은 하나뿐이고, 포스터와 부스도 간이로 복도에 세워져 있었다. 학회에서 제일 재미있는 건 student session이랑 포스터 발표 시간이라 생각하는데 조금 아쉬웠다. 뭐 여름이랑 개최 목적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겠죠
그래도 간식은 맛있는 거 줬다. 어딘가에서 '나누어 주는 간식'과 '공짜 커피'는 유달리 맛이 좋다.
집 가고 싶은 연일생과 스키 타고 싶은 빵떡이와 남자친구 보고 싶은 부사수
밥이 꽤나 호화로워서 놀람…밥 먹고 토심이 짤처럼 기분 좋아졌다. 이거 전세계 모든 사람이 이런 줄 알았는데 한국인만 이렇단 말인가? 미국인들은 정말 크래커 같은 거 먹고 점심식사를 퉁친단 말인가...? 10시부터 메뉴 고민하지 않는단 말인가???
테이프를 빠르게 감아 저녁 시간... 학회랄 만한 세션은 둘쨋날이 전부였기 때문에 사실상 학회는 종료된 거나 다름없었다. 조금이라도 더 빠른, 더 많은 스키를 갈망하는 교수님 포함 10여 명이 돈을 더 내고 야간스키를 타기로 했고, 그를 위해 일찍부터 준비해 6시에 저녁을 먹기로 결정했다. 식사는 우동사리를 넣은 닭도리탕, 역시 열정 넘치는 학부생들이 준비해 주었다. ((맹세코 저희가 시킨 게 아닙니다))
빵떡이가 열정 넘치는 10명에 포함되었기 때문에 다수에 휩쓸리기 좋아하는 연일생도 겸사겸사 야간스키를 타러 가게 되었다. 연일생의 스키 경험은 단 1회! 2020년에 한 번! 그것도 동일한 학회 참여차 왔다가 혼자 자빠져 가며 얼레벌레 배운 야매스키! 실력은 대충 중심잡기와 좌회전우회전 할 수 있는 정도이다.
자랑거리: 안 다치게 잘 넘어짐, 넘어져도 쉽게 일어남
특출나게 못하는 것: 평지에서 걸어가기, 베이스캠프 언덕 기어오르기 (차라리 슬로프에서 역방향으로 기어오르는 건 설질이 좋아서 가능하지만 베이스캠프의 언덕은 빙판이라 도저히 못 올라감)
특히 평지에서 걸어가는 건 이번 스키캠프 끝날 때까지 잘 못 했다. 크아아악!!! 하고 괴성을 닮은 기합으로 걸어가고 있으면 빵떡이가 폴대를 내밀어 끌어 주는 식이었다. ㅋㅋㅋㅋ 스키를 신고 걷는 법에는 스케이트 타는 것처럼 밀며 가는 방법도 있고 옆으로 걸어가는 법도 있고 역A자 걸어가기도 있지만, 가장 도움이 되는 말은 펭귄처럼 움직이라는 말이었다. 과연 펭귄 특유의 힙합바이브로 걸어가자 그나마 쉽게 걸을 수 있었다.
한 번 해 봤으니 강습을 따로 받지는 않았고, 바로 빵떡이와 옐로우를 몇 번 타며 감을 살리기로 했다. 빵떡이가 앞서 출발해 따라오라며 중간중간 지점을 찍어 주었는데 생각보다 잘 따라갈 수 있어 우쭐해졌다. 우쭐함을 살려 메가그린으로 직행할 때에는 사실 좀 후회했는데 생각보다 메가그린도 어렵지 않음!
왜지? 전에 탔을 때는 길어서 S자 그려도 감속이 안 되던데? 알고 보니 빵떡이가 앞에서 라인을 그리며 내려가 줘서 따라가다 보니 자동으로 루트파인딩을 익힐 수 있어서였다. 몸으로 익히는 감속의 원리... 작년에 S자 그리란 소리 들을 땐 그냥 회전할 때 잠깐 느려지는 걸로 속도 조정하라는 뜻으로 알아먹고 '별 도움 안 되는데요ㅜㅜㅜ' 생각했으나 스키의 긴 면으로 눈을 밀면서 내려가란 뜻이었다는 걸 비로소 깨달았다. 이걸 이용해 쫄보인 연일생은 가파른 경사나 빙판구역을 만날 때마다 거의 수평으로 기어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과감한 사람들이 3회 정도 꺾을 거리를 5회쯤 꺾어서 내려감;
유랑스키 전문가
할 줄 아는 건 11자 A자 무한반복으로 무한S턴하기 무한스쿼트 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원하는 곳에 원하는 속도로 갈 수 있는 레벨은 완성되었다. 만족하고 1일차 야간스키 종료.
술판이 벌어졌기에 야식을 조금 주워먹다 도중에 탈주하여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시차 적응중임 연일생의 한계 시간은 10시가 최대였다….
○ 1/18
주간 야간
오전 스키캠프 수령
오후 메가그린 핑크 돌다가 모카라떼네 언니 가르침
야간 레드파라다이스 골드밸리
학회가 끝나 학회기간 지원받을 수 있는 숙소를 나가야 했다. 체크아웃을 하고 사비로 예약한 숙소로 다시 체크인을 했다.
리조트 내에 갖춰진 식당가에 가서 아침식사를 하고 스키캠프로 이동하기로 결정되었다. 개장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탓에 손님이 한 테이블도 없었는데 연구실 인원이 들어가자 가게가 가득 차버려서 매우... 부담스러웠다... 이것이 빅랩의 숙명...? 우리방 어디 갈 때마다 자체적으로 '우리 사람 진짜 너무 많은 거 아니야...?'라는 말이 다섯 번쯤 나오는 이유가 있다.
알밥과 떡볶이, 돈까스와 비빔국수의 궁합은 아주 조화로웠다.
스키캠프를 준비하며 대여한 스키복과 고글을 수령했는데 전부 비슷비슷하고 두꺼운 옷에 고글에 마스크까지 쓰고 있으니 누가 누군지 전혀 분간이 안 되어서 ㅋㅋㅋㅋ 앉아 있는 자세나 제스처 등으로 사람을 구분하는 수밖에 없었다... 웃긴 사진이 정말 많은데 남의 사진이라 올릴 수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중.
모카라떼네 언니: 뭐야? 너 누구야?
연일생: 차차잖아...
하여간 스키장에서는 꽁꽁 싸매고 있으므로 함부로 지인이라 간주하고 말을 걸어서는 안 된다.
해프닝 1) 우리방에서 대여한 스키복 중 동일한 디자인이 4벌이나 있어 강제 4형제가 된 것이 약간의 화두가 되었다. 짱언니가 한창 스키를 타던 도중 그 옷을 입은 사람을 마주쳐 장난스럽게 노려보며 "뭔데? 니 누군데?"하자 고글 건너로 모르는 사람이 당황하며 "네?"하고 반문했다고 한다... 빠르게 사과하고 도망치는 것으로 마무리.
해프닝 2) 빵떡이가 의자에 앉자마자 "어휴"하며 잽싸게 옆에 앉는 사람이 있어 말투와 태도와 덩치로 미루어보아 유도형이라 판단하고 "거긴 제 자리입니다만"하고 농담한 연일생, 모르는 사람 얼굴과 마주하고 당황해서 황급히 해명했다.
사람뿐 아니라 장비도 비슷비슷하니 단체로 왔을 때에는 자신이 사용하는 신발 가방, 스키 등의 번호와 위치를 사진으로 기록해 두기로 하자. 기억력을 맹신해서는 안 된다.
아직 고난도 코스가 무서웠던 연일생은 메가그린과 핑크를 돌면서 놀았다. 점심시간을 조금 지나쳐 적당히 배고프고 추워질 즈음, 스키장에 인접한 간식거리에 이끌려 빵떡이와 함께 츄러스를 먹으러 갔다. 군고구마와 델리만쥬 등 사먹고 싶었던 게 한도 끝도 없었는데 다 먹진 못했다. ^^;
그러자 옆에 보이는 왠지 낯익은 일행들…. 재빨리 합류해 테이블에 앉자 손 큰 모카라떼네 언니가 떡순튀에 오뎅탕까지 절대 간식으로 간주될 수 없는 양을 시켜 버렸다. 맛있는 건 떡볶이였는데 손이 가는 건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김이 훨훨 나는 오뎅국물…. 서로 돌려마시며 크어어 뻑예를 주고받았다.
모카라떼네 언니를 인카운트했으므로 스키를 가르쳐 주겠다며 자신만만하게 메가그린으로 끌고 간 부부 사기단은…오랜 시간 노력했지만 개같이 실패했다. 뒤따라 천천히 내려오라고 했더니 우릴 가로질러 광속으로 내려가 버렸고 아무리 노력해도 빠르게 사라지는 그녀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속도를 주체하지 못하고 무릎에 멍 두세 개를 남긴 채 그녀는 우릴 떠나 버렸다ㅡ미 안ㅡ
스키장 정비시간이 되고 야간스키가 개장할 무렵, 빵떡이와 연일생은 점저를 한 상 배부르게 먹었기 때문에 저녁을 스킵하고 바로 야간을 타러 가기로 했다. 빵떡이와 선배, 후배 하나와 연일생이라는 이상한 4인조가 얼결에 결성되었다. 중급 코스인 레드 파라다이스를 성공하자 그들이 '골드파라다이스도 가능하겠다', '길어서 지칠 뿐 크게 어렵지는 않다'라고 설득했고, 그렇잖아도 의외의 것을 해내 자신감이 풀충전 상태였던 연일생은 덥석 믿고 상행 리프트에 동승해 버렸다. 바람이 쌩쌩 부는 겨울밤인데다 올라가는 길이 미개척지를 위에서 가로지르는 위치였기에 몹시 을씨년스러운 것이 마치 몹쓸 복선처럼 느껴졌다…. 버석버석 마른 나무들이 합창하는 게 꽤나 서양 동화의 무서운 장면 같기도 했다.
'상급자용, 초보자 이용 제한'이라는 불길한 팻말을 뒤로하고 빵떡이의 뒷모습을 따라 내려가는데 아니나다를까 높은 경사와 긴 경로가 요구하는 허벅지 힘을 충당하지 못해 꾸당탕 넘어져서 스키가 분해되어 버렸다. 이것도 빵떡이가 뭔가 안 다치게 조정을 해 준 것 같은데 어떻게 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초보자는 쉽게 분리되어야 안 다친다는 모양인데 겪어보니 확실히 그럴 만했다. 저게 아직 발에 붙어 있었다면 내 발목은 꺾여 있었겠지….
주섬주섬 파편을 주워 외곽으로 기어간 후 다시 스키를 신어보려 했는데 높은 경사에서 무게를 싣자 연결에 성공하는 즉시 미끄러져 내려가서 매우 난감했다. 한참의 사투 후 한 쪽 스키를 신은 채 눈 속에 박아 넣고 다른 쪽을 신자 간신히 복구할 수 있었다. 먼저 내려간 사람들 때문에 마음은 급하지 경사는 가파르지…심지어 주변에 뭔가 척 봐도 상급자들밖에 없는 것 같아서 몹시 심란했다. 아무튼 한 번 넘어진 후로는 허벅지가 불타든 소리를 지르든 말든 일단 넘어지지 않고 내려가기를 목표로ㅠㅠ 열심히 했더니 잘 도착했다…. 쏟아지는 질문의 요청을 뒤로하고 휴게소에서 몸과 마음을 좀 녹인 후 돌아가기로 했다. 레드 파라다이스로 내려가는 방법과 다시 리프트를 타고 내려가는 방법이 있었는데 마음이 좀 지쳤기에 후자를 택하고 귀가했다.
식당가는 닫은 시간이고, 다른 건물 케밥집의 마감이 삼십 분에서 한 시간 정도 남아 케밥을 먹기로 했다. 연일생은 정통 브리또 종류를 별로 안 좋아해서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고, 고작해야 빵떡이가 워낙 좋아하니 그가 행복해할 모습을 기대할 뿐이었는데…맙소사…너무 맛있었다. 적당히 잘 익은 따끈한 양고기와 양배추채가 뜨끈뜨끈하고 신선한 감자튀김(이게 무슨 말인가 싶지만 진짜다)과 어우러지자 허기의 버프를 받아 세상 가장 맛있는 음식이 되어버린 모양. 둘이서 눈물을 흘리며 연신 감탄했다. 맛있어!
이 날의 감동 때문에 이들은 귀가할 때까지 질리도록 케밥을 먹게 되는데….
숙소에 돌아오자 여성 멤버들이 너 이제야 오냐, 대단하다, 춥지 않냐 등의 말로 따스하게 맞아 주었다. 주섬주섬 힙색을 놓고 샤워를 하려는데 몸살을 우려한 모카라떼네 언니가 막 욕조에 뜨신 물을 받아놓은 차였다. 내 몰골이 굉장히 춥고 축축해 보였기에 순서를 양보해 주었고 나는 감사히 씻고 나온 후 다시 뜨거운 물을 채워 보답했다…. 근육통 싹 빠지는 느낌이 실시간으로 들어 극도로 만족스러웠다.
숙소에서 여자들끼리 보드게임을 좀 하다 일찍 잠에 들었다. 몸을 누이자마자 잠들어 기억을 잃었다.
○ 1/19
주간 야간
오전 카페에서 노닥거리다 메가그린 3회, 차차 가르침
오후 레인보우파라다이스 2회, 레드파라다이스 1회
야간 메가그린 서너 번 타며 티바 가르침, 솔플 한두 번 뛰고 귀가
방에서 보드게임
그렇게 피곤했는데 어김없이 5~6시에 깨버린 연일생…. 이거 극기훈련이냐? 동일하게 e-book을 읽으며 아침 푸드코트가 개장할 때까지 기다렸다. 어제는 먹고 싶었던 것들과 시간에 밀려 사용하지 못했지만, 사실 우리에게는 스키캠프에서 제공하는 식권이 지나치게 많았다! 푸드코트에서만 사용가능하고, 개별 점포에서는 쓸 수 없다고 한다. 반드시 소진하고 말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다지며 결정한 메뉴는……어제 먹었던 케밥. 놀랍게도 같은 가게가 두 건물 모두에 있었다…. 나중에 먹어본 바로는 어제 먹은 건물의 것이 식당가의 것보다 훨씬 맛있었지만(왜지) 그 사실을 아직 모르는 두 사람은 식권으로 케밥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들소처럼 흥분해 날뛰었다.
눈에 반사된 아침햇살을 만끽하며 빵떡이와 운동화를 신고 지상을 거닐고 다니자니 -13도를 띄운 기온 측정계가 우리를 반겨 주었다. 롱패딩 입고 있는데 왜 스키복 입었을 때보다 추운 거지! 심지어 어제는 바람 쌩쌩 부는 밤이었는데! 스키복이 패딩보다 보온 효과가 좋은 건가 아니면 역시 운동 효과인가?! 의문은 쌓여만 갔다.
말했지만 왠지 여기 건 어제 그 가게보다 덜 맛있었어…. 어제 공복에 먹어서 너무 맛있었던 건가 의심해 봤지만 그걸 감안해도 육질이나 감자튀김의 따스함이 미묘하게 달랐다. 그리고 여긴 고기 꽂아 놓은 커다란 기둥도 없었다. 그 쪽 가게에서 잘라내서 여기로 이송시키는 건가~ 따위의 추측과 토론을 하며, 리조트 사업이 성황이던 시절의 낡은 운치를 풍기는 벽난로 앞에 자리를 잡았다.
컵밥과 플레이트를 시도해 봤지만 구관이 명관이라고, 케밥이 제일 맛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소스가 내겐 너무 헤비했다.
하지만 공짜 식권이라는 물성이(당연히 내가 낸 돈에 포함되어 있을 텐데도) 굉장히 이득 본 기분을 안겨주었으므로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연구실 단톡방을 통해 레인보우 파라다이스 시작점에 오후 1시까지 모여 단체사진을 찍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달받았다. 고지대가 풍경이 좋으니 케이블카를 타고 유랑하는 겸하여 모이자는 계획이었다. 그 전까지 인근의 햇살 가득한 카페에 들어가 모닝커피를 즐기다, 점검시간이 지나고 주간이 개장되면 그 때 조금 몸을 풀다 올라가기로 결정했다. (원래는 안마의자카페에 들러 근육통을 진정시킬 심산이었으나, 정기휴무라는 팻말과 뭔가 오랫동안 방치해둔 것 같은 자재들이 우릴 맞아주기에 좌절하고 돌아 나왔다.)
북카페였기에 몇 권 진열된 1세대 정통 판타지의 책등을 구경하며 가벼운 담소를 나누었다. 연일생은 여느 동료들처럼 식후 커피를 마시는 습관은 없지만, 가끔 달달한 것을 먹을 때 곁들이는 용도로 혹은 순수하게 맛이 좋아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실 때는 있다. 오늘은 후자, 설탕을 넣어 달달하게. 오랜만에 카페인이 들어가자 카페인 하이가 강하게 오며 기분이 급속도로 행복해졌다.
그리고 연일생은 어제의 골드파라다이스(인 줄 알았던 것)가 해골물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마는데…. 말인즉슨 빵떡이와 용평리조트 맵을 돌아보다 골드파라다이스는 야간개장을 안 한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것. 그럼 어제 내가 탄 건 뭐였던 거야? 상급자용인 골드밸리였다.
아이젠장 어쩐지 힘들더라~~~~~~~~~ 어쩐지 주변에 실력자들밖에 없더라니.
몸을 풀러 가볍게 메가그린까지 리프트를 타고 올라갔는데, 차차와 닮은 실루엣의 사람이 있었다. 상기한 바와 같이 스키장에선 누구에게 함부로 말 걸면 안 되기 때문에; 어제의 경험을 살려 옆에서 '어 차차 아니야…?', '아닌가…? 차차 아닌가…?'하고 쑥덕대는 수동적 아는체를 했다. 이윽고 특유의 제스처로 스윽 이쪽을 바라보는 차차에게 반갑게 인사를 했다. 차차는 이번이 첫 스키라 1회차의 연일생과 동일하게 감속에 난항을 겪고 있었다. 어렵다며 투덜대는 차차를 향해 빵떡이의 스키 강습이 다시 시작되었는데, 역시 동일한 방식으로, 앞서 가는 빵떡이를 따라가며 루트파인딩을 익히는 단기강좌였다. 조언은 단 두 가지였는데, 앉았다 일어났다 스쿼트하라는 것과 무게중심을 𝒃𝒖𝒓𝒂𝒓에 두라는 것(…).
두세 번 정도를 내려가자 차차는 감을 잡았다는 목소리로 '이야 빵떡이 일타강사네~'라고 했고 연일생은 나도 가르쳐줬는데 왜 빵떡이만 칭찬하냐고 속좁은 불평을 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케이블카 앞에 모일 시간이 되었고, 구름처럼 모인 연구실 사람들끼리 몇 대에 나누어 탔는데, 최장신 최고무게 5인방 중 3인이 함께 타서 조금 잘못된 선택을 한 것 같았다(;;) 마음의 거리에 비해 지나치게 좁은 공간에 끼어 앉아서 서로의 숨결을 나누다 보니 금세 도착할 수 있었다. 정상에서 단체사진도 찍고 개인끼리 모여서 몇 장 더 찍기도 했는데 얼음 입자가 섞여 날아오는 눈보라가 장난이 아니어서 금세 후퇴했다. 기상 악화 어쩌구를 본 것 같기도 한데 다행히 이 구간이 닫힐 정도는 아니었던 모양.
빵떡이와 차차를 포함한 남성멤버 5~6명과 연일생만이 레인보우 파라다이스를 타기 위해 남았다. 어제 탄 게 골드밸리였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레인보우 파라다이스야 뭐 못 타겠어 싶더군….
초반부 길목에 돌풍이 심해서인지 설질이 빙판이 되어 있어 정말…수평으로 기어갔다…. 남들 두 번 꺾을 거리 다섯 번 꺾었다 ㅋㅋㅋㅋ
중간중간 허벅지가 아프긴 했지만 쉬는 구간이 많아서 견딜 만했다. 왜 레인보우 파라다이스가 가장 재미있다는지 알 것 같았다. 쉽고 길어서 느긋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 기세를 이어 한 번 더 탑승. 두 번째는 한결 편하게 탈 수 있었으나…접촉사고가 났다^^; 추월차선에서 감속했더니 뒤에서 스노보드가 마치 쿠타게임 그네타기 타이밍 놓쳤을 때처럼 날 덮치더군(정말 추월하고 싶었던 모양). 몹시 아팠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둘 다 다치지는 않았다.
정비시간까지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 마지막으로 레드파라다이스를 탄 후 식당가로 향했다. 나는 순두부찌개, 빵떡이는 매운 라멘을 시켜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다. 다만 매운 라멘은 니맛도 내맛도 아닌 느낌이 조금 있다고 하니 돈코츠 라멘이나 매운 한국식 라면 중 하나를 택하는 편이 낫겠다.
계속되는 자발적 강행군에 지친 두 사람은 숙소에 돌아가서 온돌에 몸을 녹이고 눈을 좀 붙이다 야간스키에 가기로 했다. 숙소에선 왠지 갑분 겟잇뷰티가 펼쳐지고 있더군…. '너 지금 누우면 절대 다시 못 나갈 걸?'이라는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며 눈을 잠깐 붙였다. 그러나 한 시간여 이후, 이내 일어나서 스키복을 주워 입자 모카라떼네 언니가 존경 반 질린다는 표정 반으로 대단하다고 말해 주었다. ㅋㅋㅋㅋㅋㅋㅋ
유니가 함께 목욕탕 갈 사람을 찾아서 더할 나위 없이 혹했지만 스키에 대한 갈망이 더 컸기에 매우 고통스럽게 거절하였다. 너무너무 가고 싶은데 너 내일 나랑 아침에 가면 안 되니?!! 어림도 없지, 마이웨이 유니씨는 혼목욕을 기깔나게 즐기고는 한층 더 반짝반짝해져서 돌아왔다. 몹시 부러웠다.
에일리랑 김연아 왔는데 스키 타기 바빠서 보러 가지 않았음 ㅋㅋㅋㅋ 밤의 리조트 풍경은 역시 몇십 년 전 유행하던 종류의 화려함을 자랑해 어딘가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에버랜드 느낌…?
레인보우 파라다이스에 지친 허벅지를 고려하여 메가그린을 조금 탄 후 향후 행방을 결정해 보기로 했는데, 한 번 타보자 느낌이 딱 왔다. 내가 지금 욕심내서 더 어려운 델 가면 사고가 날 것이라는 직감이... 힘을 다 써버린 허벅지가 갓 태어난 기린처럼 바들바들거렸다. 한적한 데서 유유자적 유랑스키나 타다가 티바를 마주쳐서 그를 가르치며 남은 시간을 때우기로 했다. 빵떡이는 도중에 레드파라다이스인지 골드밸리인지를 타러 빠졌고, 나는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미친 턴을 멈추지 않는 티바를 말릴 수 없었다,,, (c.f. 쫄보턴) 하지만 원하는 데로 이동하는 방법까지는 그럭저럭 익힌 채 그는 마치 모카라떼네 언니의 그림자처럼 쓸쓸하게 퇴장했다. ㅡ미 안(2)ㅡ
그대로 들어가긴 아쉽고 솔플이나 몇 번 하다가 마감시간이 되어 빵떡이와 합류했다. 스키장에서 연락을 주고받아 모이는 것은 매우 귀찮고 여의치 않은 일이므로 미리 어디에서 몇 시에 보자는 약속을 해 두는 편이 좋다.
야식은
바로바로
케밥
숙소 앞에 도착하자 경악스럽게도 유니가 예술작품을 만들어 두었다... 그의 옆에 서서 함께 사진을 찍었는데 존재감이 무시무시해서 절로 자세가 공손해졌다. 위로 좀 해 줘야 할 것 같은 압박마저 들었다...
역시 뜨거운 물에 몸을 좀 불리다 기절하듯 잠들었다.
○ 1/20
주간 레드파라다이스
아침식사. 스키장에 오면 우동이지, 아니지 돈까스지라는 각자의 철학을 따라 얼마 남지 않은 식권을 사용했다. 한겨울 찬바람 맞아 가며 스키 탄 후 먹는 우동은 마치 수영하고 먹는 육개장컵라면 같은 존재 아니겠습니까?
빵떡이와 못 가본 골드파라다이스를 마지막으로 맛보고 가자는 목표를 세워 오픈런을 했지만, 결과부터 말하자면 강풍으로 인한 운행중지로 못 갔다. 귀가행 버스가 오후 출발이었기 때문에 오전 동안은 레드 파라다이스 몇 번 돌고 아쉬움을 남기며 마무리했다.
강풍이 불면 운행중지만 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춥기도 하다는 당연한 사실을 간과한 연일생은 바들바들 떨다가 이내 따뜻한 캔커피를 뽑아 먹고 안정을 되찾았다. 따뜻한 커피 좋은 점: 커피인데, 따뜻하기까지 ㄷㄷ
옷을 갈아입고 자유로워진 사지를 만끽하며 마지막 식권을 소진하여 점심을 먹었다.
마지막 끼니는
바로바로 케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잊지 못할 것이다 용평리조트의 케밥... 빵떡이와 나는 감동을 받아 이 가게가 대구에는 없는지 검색해 봤지만 서울에만 몇 군데 존재함을 깨닫고 좌절했다.
리프트 이용권을 반납하여 보증금을 돌려받고 어제의 북카페에서 시간을 때우며 마지막 일정을 마무리했다. 정 선배가 지나가며 우릴 발견하여 몇 마디 했고 빵떡이의 이상한 음료를 신기해했다 ㅋㅋㅋㅋ 기억으로는 토닉워터와 아메리카노...? 그런 거였는데 대단한 시너지가 있지는 않았고 그냥 예상되는 맛이었다. 때로는 너무나 총체적으로 틀린 오답은 이걸 오답으로씩이나 낼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추론을 유발하여 내가 무언가를 간과하였나보다 의심하게 만든다. 그러나 기억하라 오답은 그냥 오답이다...
귀가행 버스의 기사님은 신 내린 듯 가속감속가속감속을 반복하는 둠칫둠칫운행을 선호하셨다. 나는 빵떡이가 말하기 전까지는 별로 느끼지 못했는데 듣고 보니 확실히 신경쓰일 정도였다. 빵떡이는 미친 듯이 멀미를 해서 행색이 급속도로 초췌해지는 것을 실시간으로 바라봐야 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없고 애는 괴로워하고... 도착했을 때 빵떡이가 표현할 수 있는 최대치로 하차의 기쁨을 중얼거리는 동안 차차 역시 같은 몰골임을 발견하고 몹시 즐거워했다(미안근데너무웃겼어)
평가
1. 아드레날린 MAX 도파민 MAX의 4일간 평소 체력으로는 절대 할 수 없을 만큼 뛰었다...
중간부터는 근육통이 꽤 있었는데 스키만 타면 아드레날린이 근육통을 까먹게 해서 문제없이 탔다. ㅋㅋㅋㅋ
야간 주간야간 주간야간 주간...
2. 개장을 안 한 골드파라다이스를 제외하면 내 레벨에서 갈 수 있는 라인은 다 가 봤다.
다음 겨울에도 욕심이 날 만큼 재미를 붙였다.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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