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12 민이의 바나나푸딩 원데이클래스!
평소처럼 민이랑 톡하다 바나나푸딩을 만들었다는 소식을 들은 연일생!
원데이클래스를 개최해달라는 요청을 넣었고 하나공주까지 해서 연일생 집에서 쿠킹클래스를 열어보기로 한다.
민이의 레시피는 아래를 기본으로 해서 커스터드에 럼과 바닐라에센스를 추가하고 위에 코코아파우더를 얹었다.
럼과 바닐라에센스가 정말 신의 한 수…. 커스터드에서 계란 냄새 나면 정말 별로거든요
그 외에도 전분을 조금 줄였던가? 설탕인가? 조금 modify 하셨는데 기억이 잘 안 나는군요
사실 민이가 가져온 저 휘핑기 전자동 휘핑기에서 머리만 떼 왔다는데
물론 민이의 짐이 무겁지 않은 게 가장 중요하지만 그 대가로 우리의 팔이 조금 부러질 것 같았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분이 넘어가면 최상의 컨디션이 나오지 않아서 각자 2분씩 돌아가면서 최선을 다해 젓기로 했다
'ㅋㅋㅋ 팔 아프네 슬슬 천천히 저어도 괜찮아~'라는 말을 세 번 한 후에도 아무도 천천히 저으려 하지 않음
공주가 죄다 가오충들이라고 기함함(본인포함)
무시무시한 3인분의 비주얼
하나공주가 남자친구에게 비트윈으로 보여 주자 "한 달은 먹겠는데?" 라고 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큰 대접은 냉장고에 넣어 숙성시키기로 하고 작은 그릇에 조금 만들어서 지금 먹기로 함
원래는 숙성시켜 먹는 게 오리지널의 맛인데 갓 만든 것도 바삭바삭해서 나름대로 맛있다네요
바나나푸딩이 잘 쉬는 동안 공주들은 야식으로 불닭볶음면과 마크정식을 만들어 먹었다
우리 만날 때마다 불닭볶음면 먹는 것 같은데 착각인가….
마크정식 살면서 본 편의점 조합 중에 제일 맛있어ㅠㅜㅜㅜ 지금 이거 보는데도 먹고 싶음
민이가 바리바리 준비해 온 디저트컵에 인당 3컵을 배분하고 끝이 났다
누텔라와 코코아파우더가 더해지니 비주얼도 꽤 괜찮아졌음!
이거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너무너무 맛있어서 먹어본 모든 사람이 깜짝 놀랐어….
바나나 향이 전반에 엄청 풍부하게 배어 나왔고 계란과자는 불어서 카스테라처럼 됐다.
계란과자라고 말해주자 정 선배가 그짓말 하지 말라고 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박 형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게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커스터드 크림이고 하나는 (옆에서 실험 같이 하고 있던 남자 동료)야" 라는 발언과 함께 연신 칭찬을 해 줬고
투썸케이크 먹다가 "하지만 그때 일생이 만든 바나나푸딩보다는 못하다" 발언을 했다….
차차는 비주얼에 ? 하다가 한 입 먹고는 "다 먹어도 돼?"라고 함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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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5 야간 포항 나들이
연구실 박 형과 밈처럼 쓰던 "포항이나 갈까"를 엉겁결에 실행에 옮긴 날. 말단 다섯 명이서 저녁식사 후 박 형의 자차를 타고 연구실로 돌아가던 중, 치킨 게임이라도 하듯 "가?", "가~!"를 반복한 결과이다. 차차는 IC를 향하는 대로를 타는 순간 말이 없어졌고 모카라떼네 언니는 "집에 고양이 전기장판 틀어줘야 하는데…." 하고 아 목마르다 화법으로 복귀를 촉구했지만 반쯤 거짓말로 여겨질 만큼 아주 잘 놀았다. 박 형이 낀 무리와 수다를 떠는 것은 항상 즐겁다. 별달리 화술이 능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점이야말로 박 형의 고도로 능한 화술을 증명하는 것만 같다.
최근 뜨거운 화두인 <아바타2>의 상영 소식 이야기가 나오자, 나는 '사실 내게 전작은 한 번쯤 볼 만했지만 두 번 보고 싶은 영화는 아니었다'라는 소신발언을 했고, 차차는 내 말에 공감했으며 박 형과 모카라떼 언니는 놀라는 눈치였다. 빵떡이는 독특하게도 '나는 볼 때마다 인간 입장에 이입해서 화가 나'라는 제 3의 의견을 제시했다.
차차: 난 그 나비족 여자랑 사랑에 빠지는 게 진짜 이해가 안 돼
일생: 내 말이, 강아지로 변신했는데 암컷 강아지한테 반한 셈 아냐
박 형: 그 정도는 아니지 않나?! ㅋㅋㅋㅋㅋ 인간형이긴 하잖아
차차: 그럼 침팬지…. 침팬지로 변신했는데 침팬지 암컷이랑 키스하는 거잖아
모래사장에 뛰어들어 바닷가를 거닐다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맑은 겨울밤 공기가 비강에 들이찼다.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별이 정말 많다' 따위의 말을 하다 별똥별을 봤다며 폴짝폴짝 뛰었다. 나와 빵떡이가 어디? 어디? 하는 동안 또 별똥별을 봤다고 소리치자 우리는 뻥 치지 말라고 장난 삼아 몰아갔는데 차차가 진짜라며 말 그대로 팔짝 뛰었다 ㅋㅋㅋㅋ 그 직후에 나와 빵떡이도 목격했는데 다시 보니 내가 아까 '엥 날파리인가, 어라 어디로 사라졌지'라고 생각한 그거였다. 그러니 나도 아까 그걸 보긴 한 셈. ㅋㅋㅋㅋㅋㅋㅋ
별똥별을 보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게 쉽지 않은 것이, 별똥별이 사라지기 전에 뭔가를 떠올리기가 정말 쉽지 않다 ㅋㅋㅋㅋ 별똥별이 가장 많이 들은 소원은 '어 별똥별이다'라는 인터넷 밈이 아주 실없는 소리는 아니다.
슬슬 뒷목이 고통을 호소하고 몸이 추위에 젖어갈 즈음 바닷가에서 사진을 몇 장 찍고 실내로 들어가기로 했다. 가까이에 인생네컷이 있길래 뚝딱거리며 찍었는데 나름 잘 나와서 마음에 들었다. 비슷한 포맷의 셀프사진관은 요즘 많지만 그것들의 대명사로 인생네컷이 사용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사진이 평균적으로 가장 잘 나온다.
결혼식 방문 보답 선물로 매우 비싼 투썸 기프티콘을 받은 사람이 세 명이나 있었기 때문에 (나, 빵떡이, 모카라떼네 언니) 가까운 투썸플레이스에 들어가 케이크를 먹기로 했다. 각자의 취향대로 음료 다섯 잔과 케이크 세 개를 골랐다.
멀리도 왔겠다 마음 놓고 연구실 off the record 썰을 풀었는데 꽤나 유익한 시간이었던;
돌아가는 길, 차창 밖으로 밤하늘을 올려다보던 차차가 1분에 한 번 꼴로 연신 "또 별똥별 봤어"라는 말을 하자 장난 치지 말라는 비난이 쇄도했다. 차차는 팔짝 뛰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나머지 사람들이 장난조로 '이랬는데 알고보니 오늘이 몇 년만에 한 번 오는 유성우의 날 같은 것 아니냐'라는 말을 했는데……아주 놀랍게도……진짜였다. 아래 사진은 이게 왜 진짜냐 하고 캡쳐한 뉴스.
전혀 모르고 출발한 포항이 마침 공기가 맑아 유성우를 보게 됐다는 우연에 우리는 크게 감동했다. 우리는 휴게소에 차를 대 놓고 입김을 뿜어 대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겨울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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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1
좀처럼 눈이 내리는 법이 없는 대표적 소우지에 눈이 쌓일 만큼 내렸다!
다소 지구멸망이 걱정되기는 했지만 사실 그냥 속없이 신났다. 사실상 2018년 이후 눈이 뭉칠 수 있을 만큼 두껍게 쌓인 걸 처음 봤기 때문에 전부 흥분한 들소의 상태와 같았다.
연구실 사람 몇몇이 나가서 만든 눈사람. 연일생이 만든 건 첫 번째 사진의 왼쪽 토끼, 세 번째 사진의 스테고사우루스이다. 나뭇가지와 잎, 솔방울을 주섬주섬 주워서 만드는 게 재미있었다. 두 번째 사진은 유니의 작품인데 너무 대단해서 할 말을 잃음 ㅋㅋ 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니…조용하고 차분하게 웃긴 사람…세상 제일 웃긴 타입….
이후에 기운이 넘치는 학부생들은 눈싸움을 했고 나는 그걸 찍어주며 레전드샷을 몇 개 찍었지만 실사라서 업로드하지 못함을 비통히 여긴다. 눈덩이가 날아가는 모습도 포착했고 설명 없이도 인과관계가 보이는 연작들도 찍어서 자신작이다 ㅋㅋㅋㅋ
주위 사람들에게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는데 스테고사우루스는 보던 모든 사람들이 '네가 만든 거 아니야?'라고 해서 웃겼음 아니 왜지?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쌓인 눈은 다음날 깔끔하게 녹아 사라져서 완벽한 엔딩이었다. 블랙 아이스 무섭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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