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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o Much Writer

마누라가 있는 삶

by 연일생 2025. 1. 22.




빵떡이가 집 가면 마중나와 주고(열쇠가 하나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는 선택) 들어가 보면 집에서 놀고 있던 흔적 남아 있고
빨래도 알아서 해 놓고 장도 봐 놓고
밥도 같이 해 먹고 유튜브 보면서 토론하고 설거지도 나눠 하고
침대에 전기장판 켜고 누워서 카피바라 무드등 켜놓고 각자 폰도 하고 실없는 말 하다 가끔씩 진지한 얘기도 나누고
서로 말랑말랑 볼살 만지다가 졸려서 일찍 잠드는 삶
만족도 최고다...

사실은 제가 결혼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 태도를 가지고 있었는데요(i. 애 낳아야 할 것 같아서 ii. 지금도 충분히 좋은데 굳이 왜)
그가 내 가정주부가 되어 주고 애도 키워 준다면 당장 결혼하고 싶고 어떻게 해서든 꼬시고 싶고 집안일 별로 안 해도 좋으니까, 평생 나만 직장에서 좃뺑이치면서 혼자서 가족 전원 먹여살려도 좋으니까 나와 함께해줬으면 좋겠고 상상만 해도 마음이 충만해진다
이게 가부장 시대 남자들이 그렇게 결혼을 하고 싶어했던 이유인가??? 단 한 번도 공감하지 못했는데 막상 겪어보니 달콤하기 그지없군

마침 본인도 생업 삼고 싶은 일이 영 없다고 진로를 고민 중이라 나에게 시집 오라고 열심히 꼬시고 있는데 녹록치 않네요
권유를 변형하여 싱앤1숑처럼 같이 소설 쓰자고도 해 봤으나 서로의 소비장르가 단 하나도 겹치지 않고 지향점도 달라서 이 역시 여의치 않군요
잘 합치면 대작이 되겠지만 높은 확률로 괴작이 될 테지...

아 그런데 집에만 하루종일 있어도 행복해하고
나처럼 집 밖에 3일 이상 안 나가거나 사회적 활동을 하지 않으면 돌아버리는 사람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적성에 잘 맞을 것 같은데...
애 키우는 것도 정말 보람찬 일이라서 성취욕구나 사회적 연결감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텐데...
아...진짜 좋겠다...악착같이 좋은 직장을 구해야겠어요 두 명 먹여살릴 만큼 벌면 그도 설득되지 않을까
내가 호강시켜줄게

라고 말했더니 친구들에게 무슨 가부장적인 개저씨 같은 소리냐는 비난을 받음
그랫군아
나 비로소 당신들을 이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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