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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생 종합도서관/끄적끄적

여름 냄새가 날 때

by 연일생 2021. 6. 6.

https://youtu.be/t7MBzMP4OzY
https://youtu.be/F64yFFnZfkI


근 3~4년 잊고 살았지만 유독 초여름에는 나부나 노래가 지독하게 그립다. 《히치콕》은 참 잘 만든 노래다. 하고 싶은 이야기이지만 입 밖에 내기엔 유치해 보여서, 작사가는 '선생님'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청소년의 입을 빌린다. 그리고 그것은 자연스럽게 청소년기의 치열한 고민과 괴로움을 그려내게 한다. 그저 여름의 냄새에 눈을 감고, 구름의 높이를 손가락으로 그리며, 추억만을 보고 싶은 것은 억지인가요.

작곡가는 《구름과 유령》《말해줘》의 연작이라고 밝혔지만 나는 《말해줘》의 화자가 그리는 대상이 《히치콕》의 화자가 아닐까 하는 추측을 좋아한다. 지루하고 부조리한 세상을 견디지 못하지만 여름의 하늘만은 좋아했던 유약한 영혼을 알기 때문이다. 이 세상 아래 가둬 두기엔 너무 약하고, 다정했으며, 아름다운 걸 좋아했던 사람. 그런 그를 알기에 차마 잡지도 견디라고 요구하지도 못했던 친구.
비록 그를 인생 마지막 날까지 잊을 수 없을 테지만 그럼에도 자신은 이 세상을 살아가겠다고 하는 점이 참 좋다. 살아서 무언가를 사랑하는 일을 계속하겠다고, 그러니 내가 너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살아갈 수 있게, 네가 확실히 말해달라고 화자는 노래한다. '무엇도, 무엇도 헛되지 않았다고 말할 테니까'. 이 말이야말로 사랑하는 친구가 듣고 싶어 했던 말이었고, 《말해줘》의 화자는 그걸 알고 있었겠지.


()나라는 인간을 완성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다는 생각은 든다.
각자가 인생을 완성시켜 가는 와중에 겪는 인간관계를, 왜 가당치도 않은 어떤 잣대를 가지고 프레임을 씌우려는 걸까.

《계간홀로》 8주년을 읽으며 참 많이도 곱씹었던 문장이다. 살면서 만난 어떤 이도 내게 이런 위로는 해 주지 못했고, 가 보았던 어떤 강단에서도 이런 연설이 울려 퍼지는 일은 없었는데, 이걸 어디서 쉽게 살 수도 없는 작은 계간지에서 처음으로 찾았다.
타인을 해치는 것이 아닌 이상, 각자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만들어내는 무엇도 헛된 것이 아니라고 나는 믿기로 했다. 아무런 서스펜스도 없어도, 메울 수 없는 구멍을 안고 살아가더라도. 결국 누구도 사랑하지 못하고 푸른 하늘과 추억만을 바라본다 해도, 네가 했던 어떤 뼈아픈 고민도 부질없는 것이 아니었다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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