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쓰레기]
1. [재귀적 정의] 일반쓰레기, 재활용쓰레기, 음식물쓰레기의 총칭.
2. 나의 최근 생활을 빗대어 하는 말.
나는 깨달았다. 아무리 업무를 잘 해도, 가사를 잘 관리하지 못하면 쓰레기처럼 산다는 기분이 든다.
특히 집에서 밥을 자주 안 해먹으면 몸이 쓰레기로 가득 차는 것 같다.
쓰레기 같은 음식 그만 먹고 싶다.
저녁 즈음 큰 사수 선배가 왜 퇴근 안 했냐고 물으시기에, 집에서는 공부를 못 해서 남아있다고 말씀드리자
"집에서 공부가 안 된다고? 청소 좀 해라"라고 하셔서 깜짝 놀랐다.
나: 와 어떻게 알았어요? 저 집에 가기 싫어요, 집이 너무 더러워서ㅋㅋㅋ
선배: 밥도 자주 해 먹고. 한 달에 한 번 대청소하고. 석 달에 한 번 이불빨래도 하고….
정말 내가 필요성을 느끼는 것만 골라서 말하셔서 얼떨떨했음. 다들 똑같은 과정을 거쳐 산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고 매사에 겸손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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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먹은 걸 털어 본다. 밤마다 먹었던 해시브라운~
마지막 집밥은 시험기간에 밤 새고 아침 5시쯤 먹었던 대패삼겹살이었던 듯한…. (10/26)
과당이 너무 땡겨서 출근길에 조그마한 과일컵을 사다가 실험실에서 먹고 있자니
선배: 그게 아침이야?
나: 아뇨? 아침에 대패삼겹살 구워 먹고 나왔는데요
선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족) 물론 밤 샌 날 오후에 수업 듣다가 숙면했다. 안 자려고 밀크티 먹으면서 들었는데 입에 타피오카 물고 잠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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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 가까이 집밥을 안 해 먹은 이유는
(1) 망할 건물 관리인이 클레임을 해도 음쓰통을 안 비워줘서
(2) 집에서 바퀴벌레가 나와서
그렇습니다. 또 바퀴벌레 나오는 집 당첨. 백발백중(n=2)
저번 집처럼 그냥 보였으면 모르겠는데, 싱크대 아래 서랍에서 종량제 봉투를 꺼내다 눈이 마주친 거라 극한의 공포를 느꼈다. 설상가상으로 그때는 어머니가 집에 들르시기 전날이라 급하게 청소를 하던 상황. 종량제 봉투를 못 꺼내면 더 이상 진전이 안 되는데, 그걸 열기까지에 긴긴 시간이 소요되었다.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아 최애가 남긴 말 "버텨내는 것밖에 할 수 없는 때가 있다"를 중얼중얼 되뇌며 열어젖혔는데
눈 씻고 찾아봐도 없어져 있는 게 날 더 절망하게 했다.
찜찜한 마음으로 마저 청소하다가 두 번째로 열었을 때 발견해서 한 차례 비명지른 후 잡았고
'후~ 오밤중에 너무 무서운 일을 겪었어 개운하다'하고 다시 열어보니
한 마리가 더 나왔음
아
아
~
방심하고 있을 때 뭐냐고요 ㅋㅋ ㅋㅋㅋ.ㅋ .. ㅋㅋ..ㅋ.ㅋ.ㅠㅠㅠㅠㅠ 꽤액 비명을 지르고 다시 잡긴 했는데 두 마리를 연속으로 발견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 굉장히 너덜너덜해졌다.
두 마리부터는 마냥 외부유입이라고 우길 수 없는데다, 세 번째 바퀴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 도저히 싱크대를 열 수가 없었고, 하지만 저걸 열지 않으면 청소가 진전이 안 되는데, 내 몸뚱아리는 2연타로 타격 받은 멘탈 탓인지 에프킬라를 너무 마신 탓인지 손발이 달달달 떨려 전투 불능 상태에 돌입해 있었다. 시간은 점점 흐르고 있고, 방은 청소를 시작하기 전보다 더 너저분해져 있고, 싱크대에 딱 붙어 설거지도 해야 했으며, 나는 이 원룸에 홀로 남아 어디 숨어 있을지 알 수 없는 바퀴벌레의 존재에 두려워해야 했고, 그 와중에 거기서 또 기어나올까봐 계속 그 근방을 기웃거려야 하는 내 처지가 적잖이 개탄스러웠다. 약간…답이 없었음.
여러 가지 이유로 멘탈이 털렸지만 무엇보다도 할 일이 남아 있는데 바퀴벌레 때문에 진행을 못 한다는 점이 가장 분했다. 싱크대 서랍 사이에서 사사삭 기어나오는 모습이 너무 선연해서 세 번째 개체를 맞이하는 순간 심장이 박살날 것 같았는데다, 방음이 썩 좋지 않은 원룸 건물에서 새벽 네 시에 세 번째 SCREAM을 뽐내고 싶지 않았으므로 포기할 수밖에…. 그렇게 바퀴벌레에게 패배해서 나의 나약함에 비통해하며 (마침 아직 안 자고 있던) 오빠에게 찔찔 울면서 하소연을 했다.
결국 어머니가 청소를 해 주셨다는 엔딩. 잘 살고 있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다시금 찔찔 울며 고백하자 어머니께선 호쾌하게 웃으시며 '네가 열심히 사느라 피곤한 것 안다'라고 하셨다. 아직은 보호자가 필요한 23살의 나약한 연일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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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형으로 한 번 돌아갔던 생활패턴이 돌아오질 않는다. 물론 평일 아침 8시 어학당에 매일 출석하고 있기에 일찍 일어나긴 하는데, 일찍 자지는 않는다. Net 수면시간은 줄어드는 것이 당연한 이치. 여태 늦게 자느라 점점 늦게 일어나게 되는 밤낮-flipped 생활패턴이 건강에 안 좋을 거라 생각했는데, 차라리 그건 최소 수면량이라도 확보되지 이것보단 건강할 것 같다. 그래서 부족한 수면시간을 아메리카노로 견디며 강의며 실험이며 잡일을 해치우고 나면 집에 도착하자마자 옷도 안 갈아입고 침대에 뻗음. 도착하면 대개 21~22시가 되어 있다. 으어억 하며 스마트폰으로 HP를 충전한 후 겨우 일어나서 씻고 자면 거의 24~익일 01시가 되어 있다. 그리고 또 7시 반에 일어나 강의를 들으러…. 이 생활 패턴에 가사노동이 끼어들 자리는 없다.
실험실에 18시 이후로 남아 있는 습관 정말 유해한 것 같다. 최고참선배가 꼭 여기서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니면 빨리 집에 쳐 가라고 야단치던 까닭을 최근 좀 체감하고 있다. 오래 남아 있는 게 습관이 되면 낮 시간을 촘촘하게 못 쓰는 게 당연한 거라…. 체력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그렇게 된다. 이론상 알고는 있었지만 겪어 보니 정말 뼈저리게 알겠다.
실시간 강의 같이 듣는 선배가 쓰러져 있는 날 보고 긴급수혈한 아이스아메리카노의 마법을 겪은 후로 아아메를 끊을 수 없다…. 매번 선배 걸 몇 모금씩 서리했더니 이젠 아예 편의점 1+1 아메리카노를 사면 하나를 주신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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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빨래방을 이용해 봤는데 건조된 세탁물이 너무 만족스러워서 행복하다. 따뜻함!
도합 만 원 정도가 들지만 삶이 질이 팍 올라가므로 종종 이용해야겠다고 생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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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보고사항: 변기를 뚫었다
생활력 +1
저게 저기까지 밀려들어갈 줄이야…. 경악을 금치 못했다.

우리는 잘 하고 있어요.
그러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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