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흐흑…흑흑…. 따흐흑…….
간만에 마음에 깊게 남는 게임이었습니다. 아름다운 그래픽과 연출이 말도 안 되게 낭만적이었으며, 게임성도 좋았습니다…….
플레이타임은 약 25시간.
사운드트랙도 너무 좋았어요.
There's nothing else you do, there's nowhere else you go, there's nothing else we live for
Anymore…….
왼손 키보드로 오토바이를 타고 오른손 마우스로 총을 쏘며 나아가는 메트로베니아 장르입니다.
퀘스트를 받고, 적을 처리하며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반 오픈월드 타입이에요.
조작법이 독특하고 재미있는데, W가 전진, A와 D는 각각의 바퀴에 체중을 싣는 키이고(허공을 돌거나, 경사로를 올라가기 위해 한쪽 바이크 바퀴만 돌릴 때 필요합니다), 방향 전환은 스페이스 바에요. 그러니까 WASD 키이긴 하되 A 왼쪽 이동 D 오른쪽 이동이 아니라는 사실. 이것 때문에 초반에 헛발질 많이 하지만 금세 적응됩니다.
또 독특하게도 장전은 뒷회전을 통해서만 할 수 있습니다. 앞회전은 패링 장전이고요.
한 대 맞으면 즉사인데, 조작이 어려운 걸 아는지 세이브포인트를 빼곡하게 세워 둬서 전체 난이도는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간단한 시놉시스.
이 게임은 새들 진영이 포유동물 진영을 무력으로 압박하고 있는 대치 상황을 배경으로 합니다. 민간인의 희생으로 인해, 주인공인 라이카Laika는 적극적으로 새들을 사살하기 시작합니다. 라이카는 개 종족으로, 모계 혈통을 통해 죽지 않는 특성을 물려받습니다. 딸이 초경을 시작하면 불사의 특성은 딸에게로 넘어가고 평범한 육신이 된다고 합니다. 라이카 집안은 이 불사 특성을 활용하여 대대로 포유동물 진영을 지키고 적들과 싸우는 역할을 합니다.
라이카에게는 어린 딸, 퍼피가 있습니다. 딸을 두고 어머니와 신경전이 있는 모양입니다.
연출이 정말 좋았어요. 중간중간 나오는 하이라이트의 연출은 게임이라는 매체만이 표현할 수 있는 감동을 극대화했습니다.
전쟁에 대해 아플 정도로 잘 묘사해서 간혹 벅참인지, 슬픔인지, 안타까움인지 모를 여운이 깊게 남더군요….
(빵떡이 왈: 이거 정신건강에 너무 안 좋은 것 같아)(저러고 엔딩까지 봤습니다)
게임의 만듦새는 무척 훌륭하나, 최적화가 조금 덜 되어 있어 컴퓨터 발열이 있을 수 있습니다.
중후반의 피라미드 맵 분량 너무 많고 길도 거기서 거기라 진짜 힘들었는데 게임마다 이런 마의 구간이 하나 있긴 하죠…. (카서스의 지하묘를 떠올리며…….) 하지만 너무 힘들면 팬덤 위키 페이지도 있으니깐요……. 참고하시면 훨씬 나을 거에요.
이하는 스포일러가 되는 감상. 유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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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 퀘스트로 음악 밴드를 마을에 모을 수 있습니다. 망한 세상에서 장애를 지고도 계속 음악을 하다니 낭만적이죠.
아마 두어 명 더 있을 텐데 찾기 힘들어서 관뒀습니다. 상태창에 뜬 서브 퀘스트는 이거 빼고 다 했는데, 필드 중간중간에 돌발 퀘스트도 있어서 놓친 게 있을 수도요….
개인적으로 기억에 가장 강하게 남은 서브 퀘스트는 생리대 구해주는 퀘스트였네요. 마을의 청소년 아이 하나가 울고 있기에 왜 그러냐고 물어 보니, 자기가 피를 쏟는다며 곧 죽고 말 거라고 대답합니다. 아이는 보호자를 잃고 혼자 남아, 초경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합니다. 라이카는 어른들에게 얘기 좀 해 보라며 말없이 생리대를 구해 줍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사소한 퀘스트를 보고 분쟁 지역에 대해 잘 묘사했다 느꼈습니다. 무섭게 절망하고 잔인하게 쓰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죠. 하지만 전쟁 중에도 사람은 일상을 살고, 이런 지극히 일상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생깁니다. 돌봐줄 수 있는 어른 여성 보호자가 없다는 이유에서요.
어머니와의 관계도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마야는 정서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학대에 가깝게 라이카를 훈련시킵니다. 아이를 갖고, 낳고, 잃는 과정에서 모녀의 갈등은 극대화됩니다. 많은 창작물에서 일반적으로 부계로 계승되는 모종의 역할이 모계로 계승되는 것이 흥미로웠고, 그렇다고 부자관계의 도식을 그대로 따오지도 않은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모녀의 관계이기에 형성되는 애증의 형태이며, 폭력성은 부자간의 것보다 결코 얕지 않습니다. 어지러울 정도로 쨍한 파란 하늘이 계속 기억에 남네요.
저나 빵떡이나 플레이하는 내내 퍼피를 무척 예뻐했는데(내 딸!!!), 어느 날 갑자기 라이카한테 배웠는지 "씨발, 알 게 뭐야."라고 해서 ㅋㅋㅋㅋ 빵떡이랑 동시에 비명 질렀네요(진짜로 질렀습니다).
그날치 게임을 다 할 때까지도 잊혀지지가 않아서, 빵떡이에게 심각하게 "있잖아, 들어 봐. 우리가 결혼을 해서 애를 낳았다고 생각해 봐. 우리가 애지중지 키운 예쁜 천사가 어느날 갑자기 씨발 알 게 뭐야라고 하면 난 어떻게 해야 하지? 난…어떻게 살아야 하지?"라고 하자 포복절도 함
아니 어떡하냐고 진짜
무기 업그레이드는 샷건 제조, 피스톨 풀강화, 샷건 1강화 순서로 권장드립니다. 기관총 재미있긴 했는데 제 손엔 피스톨이 최고였어요. 밥은 중간부터 귀찮아서 안 해먹었는데 버프 주니까 현명한 플레이 하시길…. 저처럼 토끼공주 닥돌하지 마시고….
무한돌기 전법으로 3트만에 깨버린 최종 보스ㅠㅠㅋㅋㅋㅋㅋㅋ
이외에도 독초 퀘스트, 첫 에피소드의 결말, 구출 작전의 연출, 선장 이야기의 마지막, 엔딩…할 말은 많은데 다 말하면 재미없으니깐요.
플레이해보시길 권장하며(진짜 제발 한 번만요) 후기글을 마칩니다…….
하…….
라이카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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