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생 2023. 5. 21. 14:47

지금 집 월세 25라 하자가 좀 있어도 아무 불만 없이 지냈는데 졸업할 때가 되니 슬슬 이사하고 싶음
집 자체에는 죄가 없음…내가 이곳에서 바쁜 생활을 하며 집안일을 너무 안 했기 때문에 집의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박혀버린 것뿐임
지저분하고 잠만 자는 곳.
나는 이곳을 벗어나서 좀 사람답게 지내보도록 하겠어요.
 
세간에는 '좋은 원룸 구하는 꿀팁!!!'같은 게 250개 정도 돌아다니고 있지만 그런 걸 읽다 보면 정보과다로 아무 것도 눈에 안 들어오기 때문에... 내가 이 원룸에서 느낀 점을 토대로 더 좋은 집의 조건을 고찰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단점
1. 여섯 달 사이 변기가 네 번 막혔고 수압도 수챗구멍도 시원찮음 수챗구멍 한 달에 한 번 비워줘야 됨
2. 한 쪽 벽이 가벽이고 주방 쪽 벽은 거의 판자 수준이라 시끄러우면 옆집에서 벽 침
3. 옆집에서 바선생이 자꾸 놀러옴... 바선생님이 안 계실 땐 가끔 그리마랑 잔뜩 통통해진 좀벌레가 기어나옴
4. 보일러가 아주 지멋대로 켜졌다 꺼졌다 아침엔 항상 오들오들 떨면서 일어나야 하고 온수도 2분은 기다려야 나옴 그 사이에 세숫대야 막힘
5. 주방이 개 추운데 설거지하고 나면 왠지 모르게 싱크대가 먼 곳까지 흥건한 걸 봐서 어디선가 물이 미묘하게 새는 것 같음
6. 싱크대 위치가 븅신같아서 설거지할 때 한 쪽 발을 현관에 딛어야 됨
7. 옷장 개 개 개작음

장점
1. 환기 잘 됨
2. 햇볕 잘 듦
3. 넓이 살만함(6평)
 
 
다음에 이사 갈 때는 다음과 같은 항목을 확인해봐야 하겠군요.
○ 창문이랑 채광 확인하기, 블라인드 달려 있나 여부 체크
 벽 쳐보고 수압 확인 보일러 확인
 주방 공간 확인, 열어서 벌레 없나 확인, 벌레 여부 물어보기
 옷장 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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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이사를 많이 다닌 연일생은 이사를 좋아한답니다
새로운 장소에 적응해가는 과정을 좋아하기 때문이죠.
학습된 역마살ㅋㅋㅋㅋㅋㅋㅋ
 
새 집을 구하면 드디어 나도 인테리어...라긴 뭣하고 집 꾸미기를 해볼까 하여 원룸만들기 어플을 설치해 봤다.
이런 건 원래 구경만 해도 재밌거든요. a.k.a. 마켓컬리
아래는 구경하며 생각났던 주저리주저리들



벙커침대는 빨래건조대와 침대를 이불로 연결해 아지트로 쓰던 미취학아동 시절부터 품어온 오랜 로망이지만
사실 내 원룸을 가진 시점에서 그 이상의 아지트 딱히 필요하지 않고...?
어차피 원룸도 좁은데 더 좁은 공간 만들어봤자 만족감보다는 갑갑함이 더 클 것 같고 덩치도 예전 같지 않고ㅋㅋㅋ
그래서 벙커침대 제대로 활용해봤다는 사람을 딱히 본 적이 없음
이렇게 하나둘 동심이 사라져가는 건가...
 


오래된 로망 2: 리클라이너 스윙의자
얘도 대표적인 오랜 로망이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사실 침대가 더 편하고ㅋㅋㅋㅋ
저렇게 애매하게 앉아 있으면 허리에 나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차라리 나중에 안마의자나 사는 것이 어떨까 하는 결론에 다다른다.

오래된 로망 3: 건조기
이건 집이 커지면 아직도 살 의향이 있지만
원룸촌 1인 가구야 뭐 가끔 돈 들여서 코인세탁소 가면 될 일이고
자주 돌리면 옷 상한다고 들어서 이것도 애매한 로망.

 
진지하게 사고 싶은 건 얘네 셋...
아마 1~2년 내에 당장 사진 않겠지만 아직도 마음 한 켠에는 항상 이들을 품고 있어요... 흑흑흑
케이크 굽고 싶다고(케이크팬이 들어갈 사이즈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장 산다면 이 정도 사지 않을까... 그리 필요하지 않은 것도 많아서 더 줄이려면 줄일 수 있는 장바구니 목록.
그리고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큰 냄비 뭔가 쇠 맛이 배어나오는 것 같아서 새로 사고 싶고...
욕실화 좀 예쁜 걸로 새로 사고 싶고...
옷장 방향제 다 됐으니 사고...
음쓰통...()
 
조금 더 욕심을 부린다면 전신거울이나 3만원짜리 블투스피커가 탐나는데
공간과 방음을 봐 가며 사야겠죠
 

최근에 카페에서 이 브랜드의 <그린 에어리> 향을 맡아 보고 너무 좋아서 주문했다네요
집 들어가면 기분 좋음